기업계 카드사에 치인 은행계 카드사…마른 수건 짜내기도 한계
입력 2025.02.13 07:00
    신한카드, 10년 만에 삼성카드에 순이익 1위 내줘
    신용판매액에서는 현대카드에 2000억 차이로 밀려
    은행계 카드사 중심 공고했던 순위 바뀌고 '지각 변동'
    희망퇴직 서두르지만 본업 경쟁력 강화는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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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윤수민 기자)

      지난해 카드업계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은행계 카드사가 기업계 카드사 대비 상대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전통의 1위 신한카드가 기업계 카드사에게 '1위' 타이틀을 빼앗긴 게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순이익은 삼성카드가, 신용판매 부문에서는 현대카드가 나란히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은행계 카드사들은 지난해 희망퇴직 등의 비용을 반영하고 성장에 속도를 낸단 방침이지만, '마른수건 짜내기'로는 한계가 있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은행계가 비교적 유리했던 조달비용 역시 현재는 큰 차이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카드 순이익은 5721억원으로 삼성카드(6646억원)보다 약 1000억원 적었다. 신한카드가 순이익 1위를 내준 것은 약 10년 만이다.

      신한카드는 영업이익에서도 삼성카드에 밀렸다. 지난해 삼성카드는 885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신한카드는 7574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1000억원 이상의 차이를 벌렸다. 신한카드가 1위에서 밀려난 건 이뿐만이 아니다. 신한카드의 신용판매액은 166조340억원으로 현대카드(166조2688억원)에 2000억원 가까이 뒤처졌다.

      지난해 1위를 차지한 곳들이 모두 기업계 카드사들이라는 점에서 눈에 띈다. 특히 기존 카드사들의 순이익 순위가 '영구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판매액을 따라잡기가 어렵기 때문에 카드사 순이익 순위가 크게 변동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가 많았다"라며 "비주력 사업에서 순위를 뒤바꿀 만한 요인도 많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지난해 카드사들의 실적 순위가 뒤바뀐 데는 본업 경쟁력보단 비용 측면의 영향이 컸다. 삼성카드는 저금리였던 코로나19 당시 상대적으로 만기가 긴 채권으로 조달을 했기 때문에 금리상승기 다른 카드사 대비 조달비용 부담이 적었다.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등을 보수적으로 취급하면서 대손비용 증가폭을 최소화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삼성카드 한 관계자는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확대에 집중하기보다 안정적인 기조로 관리해 왔던 점이 영향을 미쳤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말 삼성카드의 카드론 및 현금서비스 잔액은 16조5340억원으로 전년대비 0.5% 줄었다. 지난해 12월 말 9개 카드사들의 카드론 잔액이 42조3873억원으로 전년 대비 9.35%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삼성카드의 연간 이자비용은 5127억원으로 전년대비 5.5% 늘어났는데, 지주계 카드사 중 공시 확인이 가능한 KB국민카드의 이자비용이 8034억원으로 전년대비 14.2%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적었다.

      현대카드가 삼성카드를 제치고 신용판매액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을 두고도 '왈가왈부'가 많다. 보통 카드사들이 신용판매액에 포함하지 않는 기업구매카드 실적이 증가분 다수를 차지하는 데다 관련 실적이 이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특성상 '1위'라고 주장하기 애매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과만 놓고 보면 기업계 카드사들이 신한은행이 10년 동안 차지해 왔던 '1위'를 뒤집은 판국이다. 어쨌든 기업계 카드사들이 수익성이나 외형 확장 부문에서 승부수를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러자 신한카드를 비롯한 지주계 카드사가 차지하던 입지 또한 흔들릴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말 지주계 카드사들의 수장이 모두 교체된 것이 이를 드러낸다. 특히 삼성카드와의 순이익 격차가 점점 좁혀졌던 신한카드는 대표가 최초 2년 임기 후에 연임하는 관행을 깨고 본부장이었던 박창훈 대표를 파격 발탁하며 CEO 교체에 나섰다.

      다만 지주계열 카드사들이 새로운 해법을 낼지는 미지수다. 일단 신임 수장들은 올해 가맹점수수료율 하락으로 수익성 유지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자 희망퇴직을 통한 '슬림화'에 나섰다. 신한·KB국민·하나·우리카드 등 지주계 카드사들은 지난해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일부 인원들을 내보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희망퇴직을 통한 인력 구조조정으로 비용이 발생했고, 내수 침체가 지속되면서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차원에서 대손충당금을 보수적으로 많이 쌓았던 측면, 법인세 관련 일회성 비용이 실적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