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설이 확산하던 지난해, 정부는 전국 총 230조원 규모에 달하는 PF 사업장을 전수조사했다. 위험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사업성을 따져, 살릴 곳은 지원하고 버릴 곳은 과감하게 버리겠단 목표였다. 이를 위해 사업장의 건전성을 평가하던 지표를 3단계(양화-보통-악화우려)에서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로 재편했고, 사업성이 없는 곳들은 재구조화 및 정리를 추진했다.
지난달 말 정부는 매각 추진 사업장 현황을 제공하는 정보공개 플랫폼을 공개했다. 저축은행중앙회,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여신금융협회, 농협·신협·수협·새마을금고중앙회 등 투자자들이 어느 홈페이지를 방문하더라도 매각 물건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부실 PF사업장을 빠르게 정리해, 조속히 PF사업을 정상궤도에 올려놓겠단 취지이다. 다만 가시성과 접근성을 높여 매물을 정리하겠단 목표와는 별개로, 실제 투자를 고려하는 투자자들 입장에선 굳이 투자할 유인이 없는 매물이 대다수란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재 공개된 매각 대상 PF 사업장은 총 195곳이다. 이 가운데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서울 지역 매물은 22곳에 불과하다. 아직 PF 사업 인허가를 받지 못한 사업장은 58곳에 달하고, 이미 완공이 돼 새주인을 찾고 있는 매물만 30곳이다. 금융기관들에서 손을 놓고 공매에 넘긴 사업장은 140곳이 넘는데 현재까지도 주인을 찾지 못한 곳들이 대다수다.
매각 대상 자산들의 종류는 다양하다. 아파트, 주상복합, 다세대주택, 오피스텔, 타운하우스 등 주거형 시설들이 많고 물류센터, 숙박시설 등 기타 자산 몇몇이 눈에 띈다.
수도권 조차 부동산 경기가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는 시점에서 대다수가 지방에 포진한 PF 매물들이 새주인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어느 정도 사업성이 검증된 곳들이라면 금융기관에서 자체적으로 재구조화를 추진했거나, 새로운 투자자를 모집한 경우가 많다. 부동산 경기는 얼어붙었으나 시장에 대기자금이 마른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수익성을 낼 수 있는 PF사업장엔 여전히 돈이 흘러들어간다.
물론 할인에 할인을 더해 감정평가액을 한참 밑도는 수준의 매물이라면 일부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다. 다만 공개된 사업장들은 수익성보단 리스크가 더 부각하는 매물이 많다는 평가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매력적인 "매물이 없다"로 요약된다.
실제로 이번 플랫폼을 통해 투자를 검토했던 한 기관투자가는 "공개된 사업장을 모두 검토해봤으나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곳은 전무했다"며 "수의계약 형태로 헐값에 인수하지 않는 이상, 심도있게 들여다볼 매물이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공개된 매물들이 금융기관들이 의지를 갖고 적극적으로 매각을 추진하는 매물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번에 공개된 플랫폼은 지난해 추진된 PF사업성 평가의 후속조치이자 결과물이다. 애초 전국에 분포된 모든 PF 사업장을 일률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에선 실제 부실이 가려져있는 경우도 많았고, 또 부실사업장이 시공사의 채무보증 등의 이유로 비교적 우량한 사업장으로 분류되는 사례도 있었다.
정부가 PF조속한 연착륙을 추진하면서 금융기관들로부터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요구해 온 탓에 수면 위로 드러난 곳들 상당수가 새주인을 찾을 가능성이 높은 사업장이라고 보긴 어렵단 평가도 있다.
정부는 이번 정보공개 플랫폼을 통해 PF사업장이 당초 계획대로 원활히 정리될 경우 올해 3월까지 약 7조4000억원 규모의 PF사업장이 정리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계획이 성사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입력 2025.02.14 07:00
취재노트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2월 1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