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SK온 중심으로
트럼프發 압박 현장대응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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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이 2023년 초 신설한 SK수펙스추구협의회(이하 SK수펙스) 산하 글로벌 대관 총괄조직을 1년 만에 해체하고 계열사별 독자 대응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반도체·배터리 등 주요 사업부문의 현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2024년 말 SK수펙스 산하 GPA(Global Public Affairs) 조직을 해체하고 인력을 계열사로 재배치했다. GPA 수장이었던 김정일 부사장은 SK하이닉스 아래의 코퍼레이트 센터(Corporate Center)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10여명의 GPA 조직원들도 각각 SK하이닉스, SK온 등 주요 계열사로 흩어졌다.
GPA는 2023년 초 미국 반도체법(CHIPS Act),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주요국 산업규제에 대응하고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신설된 조직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 출신인 김정일 부사장을 영입해 수장으로 앉혔고, SK그룹의 글로벌 대관업무를 총괄해왔다.
당시는 삼성전자가 2022년 말 GPA팀을 신설하는 등 대기업들이 글로벌 대관조직 강화에 나서던 시기였다. SK그룹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조직을 신설했다.
다만 SK그룹 내부에서는 총괄 체제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볼멘소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의 미국 사업이 사실상 SK하이닉스와 SK온에 집중돼 있어, 현장에서 직접 대응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지적이다.
SK수펙스 측은 "주요 인물이 하이닉스 등으로 이동한 것은 사실이나 글로벌 대관 업무에는 큰 변화가 없다"며 "현장에 가깝게 일할 수 있도록 조직이 재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2023년 3분기 9조7357억원이던 북미 매출이 지난해 3분기에는 27조3058억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미주 비중은 45.4%에서 58.8%로 늘었다. SK온도 포드와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를 통해 켄터키주와 테네시주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반도체·자동차 등으로 관세 부과 품목을 확대하겠다고 예고하면서, SK그룹의 주력 계열사들도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반도체와 배터리업계 모두 관세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번 GPA 조직 재편이 향후 SK그룹의 사업 재편 방향성을 시사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SK그룹은 올해도 작년에 이어 이차전지 소재 업체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등을 대상으로 고강도 리밸런싱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최창원 의장의 SK수펙스가 주도하기보다 각 계열사가 자율성을 가지고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창원 의장 취임 이후 계열사 슬림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대관 조직 재편도 이뤄진 것"이라며 "그룹 내부에서 굳이 조직을 나눠서 챙겨야 하느냐는 불만이 컸던 터라 다양한 재편이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