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부담 줄이고, 업황 반등 기대하는 시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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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의 2조원 유상증자는 배터리 업계가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선 외부 자금 수혈이 필수적이라는 걸 재차 증명시켰단 평가가 나온다. 배터리3사는 업황이 회복될 때까지 결국 버티기가 가장 주요한 과제가 됐다.
삼성SDI의 유상증자 결정에 주가는 연일 내리막을 탔다. 17일 삼성SDI 주가는 주당 19만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2020년 코로나 시기였던 수준인 19만원대로 회귀한 모습이다. 2021년 8월 경신한 신고가(82만8000원) 대비해서는 77% 넘게 하락했다. 배터리 업황 부진에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 역시 지난해 기록한 최저점(31만1000원) 부근에서 횡보중이다.
시가총액 기준으로도 삼성SDI는 과거 10위권에서 현재 30위권으로 밀려났다. 현재 시총 32위로, 삼성중공업(33위)과의 순위가 바뀔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삼성SDI는 매년 설비투자 규모를 늘렸다. 2022년 2조5181억원, 2023년 4조3447억원, 2024년 6조6205억원을 투자하며 공격적인 확장을 이어갔다. 지난해에는 연구개발(R&D)에도 역대 최대 규모인 1조2975억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전방 수요 부진으로 인해 생산시설 가동률이 하락하며 수익성이 악화됐다. 지난해 4분기 삼성SDI는 매출액 3조7545억원, 영업손실 2567억원을 기록하며 7년 만에 적자전환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삼성SDI의 연간 CAPEX 규모가 2025년 4조7000억원, 2026년 5조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매출 성장이 둔화되고 원가 부담이 늘며 자체 수익만으로는 계획된 투자를 이어가기 어렵단 분석이 나온다.
투자업계는 삼성SDI가 유상증자를 결정하며, 배터라3사 모두 외부의 대규모 자금 조달 없이는 사업을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으로 내다본다.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 역시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음에도 업황 부진과 투자 부담이 겹치며 재무적 압박이 커진 만큼, 삼성SDI도 유사한 경로를 밟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SDI가 신중한 투자 전략을 유지해 왔음에도 결국 외부 자금 조달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은 배터리 업계가 자체 수익으로는 사업을 지속하긴 어려운 구조임을 확인시켜준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SK온은 IPO를 준비하며 모회사 유상증자, 프리IPO(상장 전 투자 유치), 신종자본증권 발행, PRS 계약 등을 통해 작년 중순까지 약 6조3000억원을 조달했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2022년 기업공개(IPO)를 통해 12조원을 확보했다.
대규모 자금 조달에도 불구, 캐즘의 여파로 SK온은 지난해 2차전지 부문에서 334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을 전망된다. 북미 시장 생산 확대와 연구개발 투자도 부담으로 다가왔단 평가다. 프리IPO 과정에서 재무적투자자(FI)에게 약속한 2026년 내 기업공개(IPO) 여부는 올 하반기 실적이 좌우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대규모 투자와 연구개발(R&D) 강화, 글로벌 생산설비 확장 등에 공모 자금을 투입했으나 빠른 현금 소진으로 인해 추가적인 자금 조달 압박을 받았다.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배터리 기업들 간의 대규모 투자 경쟁이 가속화해 추가적인 유상증자나 차입이 불가피했단 해석이 나온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빠르게 기술력을 따라잡으며 자국 내 수요를 충당하는 상황에서, 배터리 시장이 다시 급성장하는 '슈퍼사이클'이 언제 도래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각에선 삼성 SDI의 유상증자 결정이 장기적인 성장 기반 마련을 위한 긍정적 조치였단 분석도 나온다.
신용평가사 연구원은 "신용평가 관점에서 보면 유상증자는 자본 확충과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삼성SDI는 경쟁사 대비 수익성이 양호한 기업으로, 이번 증자를 통해 투자 부담을 완화하고 투자자금 수요에 대응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신용등급도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배터리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유상증자를 선택한 것은 차입을 통한 조달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방안일 수 있다"며 "자금확충을 통한 투자가 실제 업황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향후 평가할 문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