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구체적인 내용 확정되면 대응방안 검토할 것"
셀트리온 "관세 부과 시에도 충격 최소화되도록 이미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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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작년 연말 대비 연초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같은 훈풍이 지속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생물보안법과 의약품 관세 부과 등 실적과 주가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은 미국의 방향성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K바이오 대장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초 유럽 제약사와 약 2조원의 역대 최대 규모 수주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해 4조5000억원의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는 등의 성과에 힘입어 올해 초 황제주로 재등극했다.
내달 5공장 완공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총 생산능력(캐파)은 78만4000L로 늘어날 예정이며, 2027년 준공을 목표로 6공장도 증설할 계획이다. 캐파가 늘어나는 만큼 계속 대규모 수주 계약을 따낼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된다. 글로벌 상위 제약사 17곳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고 조 단위 수주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증권가에서는 현재의 추세가 계속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11월 최저 15만3101원까지 하락했던 셀트리온의 주가는 최근 18만원대로 올라서며 하락 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모습이다. 셀트리온은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한 대표 제품 램시마를 바탕으로, 오는 2030년까지 총 22개의 바이오시밀러 포트폴리오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미국에서 신약으로 판매되는 짐펜트라는 지난해 매출이 기대에 못 미친 만큼 향후 수익성을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셀트리온은 자회사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를 설립해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롯데지주가 최대주주인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에서 바이오 의약품 생산 공장(4만L 규모)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송도 바이오 캠퍼스 1공장을 착공했다. 1공장은 12만L 생산 규모로 내년 완공돼 2027년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송도 바이오 캠퍼스에 이 같은 규모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공장을 총 3개 건설할 계획인데 완공 시점에는 생산설비가 총 40만L에 이를 전망이다.
SK㈜가 지분 100% 보유한 세포·유전자치료제(CGT) CDMO 계열사 SK팜테코는 2017년부터 약 2조원을 투입해 미국·유럽 등에 생산기지를 마련하고, 지난해 2조원 규모의 비만치료제 수주를 따내기도 했다. SK팜테코는 2억6000만달러를 투자해 세종시에 저분자·펩타이드 생산 공장을 신축할 계획이며 2026년말 가동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모두 올해 5조원이 넘는 매출 목표를 제시한 가운데 이들의 눈은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 쏠리고 있다. 생물보안법과 의약품 관세 등 미국의 정책에 따라 실적과 전략이 변동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미국 하원을 통과하며 연내 시행이 기대됐던 생물보안법은 12월 상원 표결에서 불발되며 멈춰선 상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생물보안법 통과를 약속한 만큼 임기 내 재추진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점쳐진다. 법안의 취지는 우려기업으로부터 미국인의 개인건강과 유전정보를 보호하겠다는 것이지만, 사실상 중국 기업들에 대한 견제로 해석되기 때문에 통상 국내 기업들에는 호재로 여겨지고 있다.
삼일PwC의 '미·중 무역분쟁의 또 다른 분야, 제약·바이오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법안이 시행될 경우 매출의 절반 이상이 미국에서 나오는 우시그룹(우시바이오로직스·우시앱텍)은 상당한 피해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글로벌 CDMO 시장은 스위스의 론자(Lonza), 중국의 우시바이오로직스(WuXi Biologics), 한국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소수의 주요 업체들이 과점을 이루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법안이 도입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CDMO 기업들을 중심으로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다만 법안 시행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수혜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공존한다. 국내 기업이 유일한 대체제가 아닌 만큼 스위스의 론자나 일본의 후지필름 등 타국가의 CDMO 기업들과 수혜를 나눠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그동안 중국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던 만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기업이 이익을 볼 수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지, 한국을 선택한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에 중국 외 기업들의 반사이익은 모두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약품 관세 문제도 리스크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4월부터 의약품에 25% 이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실제로 의약품 관세가 시행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관세 부과 시 대응 방안으로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이전하거나 미국 내 공장에 투자하는 등의 방안이 꼽히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 입장에선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기 전까지는 행동을 취하기 애매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된 후 대응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면서 "생산능력 확장 차원에서 한국을 비롯해 미국 등 다양한 지역에 대한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맞지만 미국 투자 등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관세 부과가 실현되더라도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이미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미국에서 판매 예정인 제품에 대해 약 9개월 분의 재고 이전을 마쳤다. 또 이미 현지 위탁생산(CMO) 업체를 통해 완제의약품(DP)를 생산하고 있고, 올해 상반기 중 현지 원료의약품(DS) 생산시설을 확보하는 투자 결정도 마무리할 예정이다.
국내 시장에선 생물보안법, 관세 부과 두 정책 모두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과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는 입장으로 엇갈리는 모양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관세가 시행될지, 중국 제재법안이 더 확대되는 건 아닌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아직 결정된 것이 없기 때문에 다들 대기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관세 부과 우려감 등은 이미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에 향후 주가 상승 여지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직 정해진 것이 없는데 현재의 우려는 과도하다"고 말했다.
오는 31일 재개될 공매도와 관련해서는 대체로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평이 나온다. 주로 공매도의 타깃이 되는 기업들은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펀더멘탈이 뒷받침되지 않는 경우인데, 삼성바이오로직스나 셀트리온 등은 모두 현재 주가 수준이 높지 않고 펀더멘탈도 성장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