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상품' 판치는 ETF 시장이지만...버퍼형은 '조용'
환율 변동성 취약한 국내엔 맞지 않아 비판도
국내 시장 흥행 전망도 운용업계선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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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끼기 상품'이 판치는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 '버퍼형 ETF'라는 새 상품군이 첫 선을 보였다. 일정 수준의 손실은 방어해주는 구조로 증시 변동성이 커진 현 상황에 매력적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상품을 처음 내놓은 삼성자산운용 외 다른 운용사들은 그닥 큰 관심이 없는 분위기다.
환율 변동성, 상품의 복잡한 구조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국내 시장에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환율 위험회피(헤지;hedge) 기능이 없는 버퍼형 ETF가 실질적인 방어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18일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KODEX 미국S&P500 버퍼 3월 액티브 ETF 출시 기자간담회'를 열고 버퍼형 ETF의 상품 구조와 투자 활용법을 설명했다. 해당 상품은 S&P500 지수에 투자하면서 옵션을 활용해 일정 수준(-10%)까지 손실을 방어하는 구조다. 반면, 상승 시에는 일정 수익 상한(캡)이 설정돼 상승 폭이 제한된다.
올해 들어 S&P지수는 4%, 나스닥지수는 7%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수가 10%나 하락해도 손실이 나지 않는 상품은 매력적일 수 있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다만 문제는 해당 상품의 수익률이 '달러' 기준으로 측정된다는 점이다. 환 오픈형으로 구성해 원달러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시 손해가 투자자에게 귀속되는 구조다.
김선화 삼성자산운용 ETF운용팀장은 "버퍼형 ETF의 수익구조는 미국 달러 기준이므로, 환율 변동에 따른 영향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국내 투자자들은 단순히 S&P500 지수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환율 변동에 따른 추가적인 리스크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환헤지 옵션을 적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 삼성자산운용은 "환율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환헤지를 고려했으나, 비용 문제로 이번 상품에는 추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향후 시장 반응을 살펴 환헤지 옵션을 포함한 다양한 버퍼형 ETF 출시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최근 원화 가치가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18일 오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42원대로 하락하며 1400원 초반대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2025년 4월 채권시장지표'에 따르면 채권시장 참여자의 37%가 4월 환율 하락을 전망했으며, 이는 전달보다 23%p 증가한 수치다.
환율 하락이 예상되는 주요 요인은 ▲미국 경기 둔화 우려 완화 ▲유럽의 경기 부양책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기대감 등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위험 선호 심리가 살아나면서 상대적 달러 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달러 자산을 기초로 하는 버퍼형 ETF는 투자 매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환율이 하락하면 ETF 자체의 버퍼 기능이 있더라도, 환차손으로 인해 예상보다 더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S&P500 지수가 10% 하락해 ETF의 버퍼 기능으로 손실을 막더라도,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이 5% 하락하면 투자자는 환차손으로 인해 손실을 입게 된다. 이번 ETF가 활율 변동 영향을 그대로 받는 '환개방형' 상품이라는 점에서, 흥행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버퍼형 ETF 출시를 두고 업계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삼성운용의 가장 큰 라이벌인 미래에셋운용은 관련 상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 타 운용사 중에선 KB자산운용이 7월께 출시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정도다.
한 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환율 변동성 관리 방안(환헤지 옵션 등) 없이 출시된 버퍼형 ETF가 국내 시장에 정착할 가능성은 낮다"며 "이번 ETF만을 놓고 보면 반쪽짜리 상품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상품의 복잡성이 일반 투자자들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버퍼형 ETF는 옵션을 활용한 상품이라 기본적으로 투자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상품"이라며 "환율 리스크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운용사들이 굳이 출시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운용사가 버퍼형 ETF를 운영하기 위해 들이는 비용과 노력 대비 수익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자산운용은 "이번 버퍼형 ETF는 기본적으로 금융 지식이 있는 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이라며 투자자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는 입장. 수시 공시 및 홈페이지 게시글을 통해 투자자들이 상품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버퍼형 ETF의 핵심 기능은 ‘하방 방어’인데, 지금처럼 환율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는 그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환헤지 등 보완책 없이는 국내 시장에서 버퍼형 ETF의 성공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삼성운용은 "환헤지형 상품의 출시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그 구체적인 시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