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KDB인베스트먼트ㆍ산업은행 존립 이유를 찾기 힘들다
입력 2025.03.21 07:00
    Invest Column
    '민간'도 아닌, '공공' 도 아닌 정체성 문제가 근원
    20년 가까이 정치권 '변덕'이 문제…존립근거 다시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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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최근 감사원이 산업은행 대상 '정책금융 운영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감사보고서 원문을 읽고 있으면…기가 찬다. 비유하자면, 공립학교 교사들이 "왜 나는 대치동 강사만큼 월급을 못 받느냐"며 비리 저지르는 현장을 목도하는 기분이다. 

      아래 일부 팩트만 나열했다. 전부 문재인 정부 당시, 금융연구원 출신 이동걸 회장 (2017년~2022년) 치하에서 벌어진 일이다. 

      #회장 지시로 법을 위반하며 자회사 설립. 기획재정부 등 반대 의견 무시

      #대우건설 손실 매각 후 '보너스'로 45억원을 임직원 11명에 지급

      #사규 위반하며 자회사 대표와 간부, 실장 자리에 퇴직자 등 특채고용

      #특채임원들, 고용 후 무단결근 23일ㆍ지각 62일ㆍ평일 골프장 출입 48회

      #특채임원들, 평일 골프장 사용료 1100만원ㆍ기름값 및 대리운전비 2696만원 청구

      #특채임원, 회삿돈으로 20억원 골프장 VIP회원권 구매 후 배우자ㆍ자녀와 이용

      #지점장, 규정 위반하며 특정업체 수백억 대출 후 자녀 취업. 회사는 사실 확인하고도 '주의' 조치만 반복

      #벤처기업 투자한 내년 상장 앞두고 저가에 주식을 미리 매각해 회사에 손실. 팀장이 밝힌 매각사유는 "지금 매각해야 우리 팀이 성과급을 받는다"

      #그린벨트 해제구역 PF사업에 산은이 참가. 담당팀장이 임의로 산은 개발이익을 민간업자에게 넘기도록 계약. 언론보도로 위법성이 드러나 지자체가 계약수정 요구했으나 산은은 모두 거부. 현재 개발이익 89%가 민간에 이관

      생태계 어지럽히는 키메라 같은 KDB인베스트먼트

      올해부터 '산은인베스트먼트'로 사명을 바꾼 KDB인베스트먼트. 2019년 설립 때부터 언론은 물론, 국회와 정부가 위법성, 그리고 시장에 미칠 악영향을 경고했다. 인베스트조선도 그간 수차례 위험성을 보도한 바 있다.

      오락가락했던 대우건설 매각, 최고가도 공정성도 놓친 KDB인베스트먼트

      KDB인베스트먼트는 한국판 '버크셔해서웨이'?

      산업은행이 악덕자본 '론스타'도 안하던 거래를 하고 있다?

      한진중공업 매각도 이해상충…매각자 '산은'ㆍ인수자 '산은 자회사'

      두산인프라 인수전에 산은 자회사 참여…이동걸 회장 "언급 않겠다"

      이동걸 산은 회장 주장에 담긴 논리적 모순들

      작년 PEF 성과보수 KDB인베ㆍ프리미어ㆍH&Q 등 쏠쏠…직원 급여는 천차만별

      근본 원인은 단순하다. 산은은 정부가 출자하는 '공공기관'이자 '국책은행'이다. 국민세금과 예산이 어떤 식으로든 투입됐다. 그 기반으로 투자도 하고, 한계기업 구조조정에 참여한다. 공공성이 먼저다.

      그런 곳이 '민간과 경쟁해야 한다'며 '구조조정 전담' 을 목표로 자회사를 세웠다. 기획재정부도, 금융위원회도 반대 목소리를 냈지만 이동걸 회장 주장으로 설립됐다. 막상 설립하니 수의계약 문제를 해결 못해 산은 산하 구조조정 회사 매각 업무를 못 받아왔다. 그러자 "민간영역과 시장마찰 우려가 있는 상업적 성격의 사모펀드 운용" (감사원이 쓴 문구다)을 표방했다. 사규를 어기면서 퇴직임원 등을 대표나 임원으로 특별채용했다. 지금도 KDB인베스트먼트는 홈페이지에 'Value Creation에 특화된 Private Equity 운용사' 라는 문구를 뻔뻔스레(?) 표방하고 있다. 

      생태계 질서를 해치는 잡종, 혹은 '키메라'의 탄생이다. 이때부터는 정체성이 모호해지니 '공공성'과 '이익 충실'이란 상반된 영역을 아전인수격으로 넘나들 수 밖에 없게 된다. 

      태생이 이러니 해프닝이 이어졌다. 산업은행이 사모펀드(PEF) 최대 출자자라는 이유로, KDB인베스트먼트에 먼저 대우건설을 매각하고, 다시 KDB인베스트먼트가 대우건설을 민간(중흥건설)에 매각 시켰다. 그러고는 KDB인베스트먼트가 '매각 잘했다"라고 스스로 보너스를 받는다. 

      주채권은행 산은이 두산 구조조정을 위해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입찰을 진행하자 KDB인베스트먼트가 특정후보(현대중공업)과 미리 결탁, 인수를 확정 짓는다. 역시 주채권은행 산은이 한진중공업 매각을 진행하자 이번에도 KDB인베스트먼트가 입찰에 참여해 유력 후보로 떠오른다. 

      국민연금이 수조원을 민간운용사에 뿌리면서 국민연금 자회사를 만들어 퇴직임원을 보낸 후 돈을 받아가게 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심지어 산은은 주요 기업 주채권은행이라 국민연금보다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 

      대놓고 이렇게 표방한 상황이면, 트집 잡히지 않게 회사 운영이라도 투명해야 하는데… 초대 대표로 퇴임한 지 3개월 된 이대현 수석부행장을 보냈다. 이동걸 산은 회장과 마찬가지로 금융연구원 출신인 임병철 씨를 부사장으로, 이종철 전 산은PE실장을 운영지원실장 자리에 특채로 뽑았다. (자료출처 :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실 KDB인베스트먼트 인력채용 현황) 

      감사원은 이들이 "KDB인베스트먼트 내규는 공개모집 혹은 외부전문기관 의뢰로 임직원을 채용하라고 되어 있으나 이들 대다수가 외부의뢰 없이 특별채용됐다"라고 밝혔다. 

      채용 이후 이들이 벌인 일이 평일 골프장 출입ㆍ잦은 무단결근과 지각ㆍ골프장 사용료와 기름값 및 대리운전비 수천만원 청구 등이다. 관리담당 임원이 20억원짜리 골프장 회원권을 회삿돈으로 구입 후 가족들과 골프를 쳤다. 감사원이 감사 과정에서 관련 자료를 청구하자 "골프 동반자에 대한 자료가 없다"고 제출조차 안 했다. 한때 새마을금고중앙회 임직원들의 비리를 수차례 비판하고 보도한 적이 있는데 그 내용이 사뭇 비슷하다. 이들도 수사 혹은 검찰조사 대상이 아니어야 할 이유가?  

      짐작이지만…비용 청구과정에서 분명 "민간과 경쟁하려면 민간처럼 활동하고, 민간처럼 비용을 써야 한다"라는 논리가 제시됐을 거라고 본다. 일부 일리 있는 말이다. 

      하지만 간과하는 점이 하나 있다. 민간에서는 비용을 그렇게 쓰고도 거래를 못 따오고 실적이 없는 임원은… 짤린다. 비록 민간만큼 큰 돈을 못 벌어도, 공공성을 담보로 한 조직에 속해 있고, 그로 인한 보호와 안정감, 그리고 사명감을 누리는 곳이 공공이다. 민간의 '냉정함'은 무시하고 민간의 '이익'만 요구하는 건 그냥 도둑심보다. 

      앞으로는 달라질까. 초대 이대현 대표 바통을 이어 받아 최대현 산은 수석부행장이 2023년부터 대표를 맡았다. 3년 뒤 최 대표 임기가 끝날 때쯤, 현 산은 수석부행장인 김복규 부행장 이름이 새 대표이사로 거론될 것이라는 데 내깃 돈을 걸어도 좋다. 임기도 딱 맞다. 두 사람 다 2025년말 즈음해 임기 만료가 예상된다.

      제 아무리 감사원과 국회가 잘못을 지적해도 '그들만의 밥그릇 지키기 리그'는 유지될 것 같다는 얘기다. 채권은행이랍시고 한계기업에는 오만가지 경영 합리화를 요구하면서. 

      부산 이전? 정체성부터 잡지 못하면 존립근거 위태 

      비단 KDB인베스트먼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원류를 따져보면 결국 산업은행 '정체성' 문제로 이어진다.

      "산업의 개발ㆍ육성, 사회기반시설의 확충, 지역개발, 금융시장 안정 및 그 밖에 지속가능한 성장 촉진 등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ㆍ관리" 가 목적이라는 산업은행(산업은행법 제1조)은 개발경제시대에는 민간에 자금을 공급하는 통로로, 90년대 이후에는 민간이 해결 못할 구조조정의 첨병이자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단단히 했다. 사명감이 투철했고 시장의 신뢰는 든든했다. 

      하지만 그 역할이 점차 퇴색되면서 정체성 개선이 요구됐다. 그 고민 연장선상에서 이명박 정부 당시 산업은행의 민영화 계획이 비롯됐다. 비록 실패로 돌아갔지만 영화에도 등장하는 산업은행의 리먼브러더스 인수 시도, 강만수 회장 시절 우리은행 인수 혹은 HSBC 개인금융 인수 시도 등도 이어졌다. "21세기 국책은행의 정체성 애매하니 아예 민영화 해서 경쟁시키자" 

      2009년 산업은행이 옛 금호생명(KDB생명)을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당시 국민연금 돈이 투자됐지만 애시당초 산은은 이 회사를 외부에 매각하는게 아닌, 완전 자회사로 운영하려 했다. 정책금융공사를 분리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 모든 계획이 박근혜 정부 들어오면서 완전히 뒤집혔다. 민영화 계획은 무산됐고, 정책금융공사는 통합됐고, 대우증권 등은 외부에 매각됐다. 갈 곳을 잃은 KDB생명은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마치 귀신(?)에라도 쓰인 듯 무리한 거래를 몰아붙였다. 아시아나항공을 현대산업개발에 매각하려다 실패하고 '특혜논란'까지 벌이면서 증자 형태로 대한항공에 넘겼다. 대우조선해양은 일언반구도 없이, 이렇다할 입찰도 안 거치고 추석 명절 직전 '현대중공업에 팔겠다"라고 해서 사달이 났고 그러고도 또 실패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부산 이전' 문구 하나만 제외하곤 정체성과 역할론에 대한 재정립이나 고민은 단 하나도 등장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니 시장에서 산은은 여전히 '괴물' 취급을 당하기 일쑤다. 인수금융 시장에서 산업은행이 저금리를 무기로 등장하면 "아니, 세금 받아 운영하는 은행이 왜 민간은행과 금리경쟁해서 돈을 벌려고 하느냐"고 타박을 맞는다. 임직원들이라고 딱히 답을 하기도 어려울 모양새다. 이건 20년 가까이 아무런 방향성도 잡지 못하는 경영진과 정권이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부산으로 이전하느냐 마느냐를 따지기 전에, 2025년에 민간도 정부도 모두 수긍하고 인정할 방향성, 그리고 정체성이 명확해지지 않으면 비슷한 사례는 또 이어질 수 있다. 그때 쯤이면 또 영악한 정치인들은 해묵은 '국책은행 통합론' '산은ㆍ수은 합병론' 등등을 들고 나와 편가르기와 싸움 붙이기로 재미를 볼 터다. 

      어찌 보면 불과 임기 3개월 남긴 강석훈 회장에 대한 비판은 이번 감사원 결과에 대한 책임이 아니라, 재임기간 동안 구성원들이 가질 만한 고민과 비전을 공유하거나 제시하지 못한데 있어야 한다.

      결국 KDB인베스트먼트의 방만함과 대장동 사태를 그대로 닮은 산업은행의 비리는 국책은행의 방향성이 정권에 휘둘리는 와중에 유지하던 원칙이 깨진 탓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치권 출신 회장들에게 충성한 임원들이 산은캐피탈이나 새로 이름을 바꾼 산은인베스트먼트의 임원, 부사장, 사장으로 혹은 새로운 부행장으로 발령 받기 시작한다면? 원칙은 더 유지되기 어렵다.

      교훈은 단순하다. 공공의 영역에, 그들만의 이념을 앞세운 정치꾼들이 한 번 훑고 지나가면 남은 자리는 더러워진다. 청소는 남은 자들의 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