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셀사보다 더 어렵다"...등급하향 압박 커진 2차전지 소재사들
입력 2025.04.08 07:00
    공급망 하단에 위치한 소재사…셀사보다 업황 부진 영향 커
    더딘 전기차 수요 회복…차입금 확대로 재무건전성 우려 커져
    "하반기 실적개선 돼도 현재 등급수준에 부합하는 수준 어려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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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의 여파로 이차전지 업계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배터리셀사보다 소재사들의 어려움이 더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급망 하단에 위치해 있어 부진한 업황의 영향을 더 강하게 받고 있다는 것이다. 소재사들의 신용등급 하락 압박도 더 커지고 있다.

      최근 시장에서는 신차 출시 효과와 미국의 대중 견제 등을 이유로, 이르면 2분기부터 2차전지 소재업체들의 실적이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개선된 실적도 지금보다 나아진다는 것이지, 가시적인 턴어라운드로 보기엔 어렵다는 평이 우세했다.

      더욱이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발표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된 모습이다. 수출 물량에 대한 관세와 더불어 가격 인상으로 인한 전기차 소비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셀업체들은 미국 공장을 통해 충분히 물량을 소화할 수 있지만 수출 비중이 높은 소재업체들은 관세로 인한 영향이 클 수 있다"면서 "비용 증가로 인해 전기차 가격이 오를 확률이 높아짐에 따라 미국시장에서 전기차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업계의 외형 확대가 요원해진 상황에서 캐파(capacity)를 늘리기 위한 투자는 지속되고 있다. 2차전지 소재사들은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셀사들에 발맞춰 투자를 집행하고 있는데, 투자로 인한 재무부담이 상당해진 상태다. 

      에코프로그룹은 지난해 4분기 에코프로(영구채 1050억원), 에코프로비엠(신종자본증권 3360억원), 에코프로에이치엔(유상증자 1749억원) 등을 통해 총 6159억원의 자본성 자금을 조달했다. 이어 2023년 상장으로 4000억원가량을 조달한 에코프로머티리얼즈도 지난 3월 389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7월 6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 데 이어 11월에는 6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LG화학은 지난해 1조원에 이어 올해도 6000억원의 회사채를 통해 조달했다. 

      신용평가사들은 영업실적 개선 여력은 제한적인데 차입금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소재사들의 재무건전성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말 한국기업평가는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했으며, 지난 2월 나이스신용평가도 두 회사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에코프로비엠은 한국기업평가가 제시한 하향 트리거 요인(부채비율, 순차입금/EBITDA 비율)을 충족할 것으로 전망돼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LG화학의 경우, 글로벌 신용평가사 S&P가 지난달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한 국내 신평사 관계자는 "등급 평정시 해외 신평사의 영향을 받는 건 아니다"면서 "에코프로그룹과 달리 LG화학이나 포스코퓨처엠 등은 대기업 집단이라는 점을 감안해 그룹의 지원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한 후 통상 1년 정도 지켜본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 상반기 정기평가에서 등급 하락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부진한 업황에 대한 여파를 셀사보다 소재사들이 더 강하게 받는 만큼, 소재사의 크레딧 리스크가 더 크다는 평이다. 

      한 증권사 크레딧 연구원은 "차입금 부담이 상당해진 상황에서 수익성이 얼마나 빠르게 반등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소재사들은 셀사에 비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한 경계감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평사 한 연구원은 "공급망 하단에 위치할수록 변동의 폭이 커져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면서 "소재사들은 국내 셀3사에 대한 실적 의존도가 절대적이라 셀사들의 실적개선이 없다면 평가 압박이 전이될 수밖에 없고, 타격이 더 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가시적인 반등과 수익창출력 개선이 어려울 전망이라 정기평가 시 소재사들의 하향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신평사 연구원도 "2차전지 소재사들은 올해 계속 부진할 전망이지만 하반기에 조금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현재 등급에 부합하는 실적수준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