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된 계약 임박 전망에 시장 내 피로감도 커지는 분위기
"지연은 큰 문제 아냐"…방산업계는 수출 확대 기대감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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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템 K2 전차의 폴란드 2차 수출 계약이 시장 예상보다 지연됐다. 4월 내 계약 체결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최근 폴란드 측의 추가 요구로 인해 체결 시점은 빨라도 5월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시장에선 기대감과 경계심이 교차하는 모습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K2 전차 폴란드 2차 수출 계약은 4월 내 체결이 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폴란드가 현지 생산 조건에 대한 새로운 협상을 요구했고, 이에 현대로템 경영진이 현지에 가 현지 국영 방산 그룹 PGZ와 추가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계약은 2022년 체결된 1차 계약과 마찬가지로 K2 전차 180대를 공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계약 금액은 약 60억달러(약 8조 7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방위사업청 관계자에 따르면, 폴란드 측은 자국 산업 기반에 맞춰 기존 현지 생산 모델인 ‘K2PL’의 도입 수량을 줄이고, 현대로템이 국내에서 직접 생산해 납품하는 수출형 ‘K2GF(Gap Filler)’ 물량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협상을 조율 중이다.
현대로템은 상반기 내 계약 체결을 목표로 막바지 협상에 집중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기대를 가지고 인력도 많이 뽑아둔 상태"라며 "계약이 예상보다 많이 늦어진 만큼, 상반기 내로 성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계약 규모가 크다 보니, 그간 국내 투자자들과 증권가의 기대도 상당했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10월 보고서에서 폴란드 2차 계약이 2024년 4분기 중 체결될 것으로 내다봤으며, 계약 규모를 약 8조5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신한투자증권과 아이엠증권도 비슷한 시기에 2차 계약이 임박했다는 보고서 내용을 내놓은 바 있다.
예상보다 긴 지연에 따라 피로감 섞인 반응도 나온다. 이에 현대로템 관계자는 "계약이 실제로 체결돼 주가가 오르면 좋겠지만, 임박했다는 뉴스에 주가가 반복적으로 뛰다보니 내부적으로는 오히려 주가가 너무 오른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계약이 1년 넘게 지연된 배경으로는 폴란드의 내부 사정과 12·3 비상계엄 사태, 그리고 기술이전 협상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폴란드의 경우 제조 인프라가 부족해 향후 생산에 대해 논의할게 많다"며 "수천 개의 부품 조달 방식, 비용 처리, 기술 이전 범위 등 모든 항목을 조율해야 계약이 성사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기술 이전은 민감한 사안이고, 이후 유지 보수는 어떻게 할지까지 합의해야 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계약 지연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장원준 전북대 글로벌융합대학 교수는 "폴란드 2차 계약은 상반기 내 체결될 것으로 보이며, 일정 지연은 크게 우려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그것보단, 이미 진출한 국가를 기반으로 슬로바키아 등 인접국으로의 수출 확대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방산업체들이 유럽의 방산 기업과 경쟁하기보다는 유럽의 군사적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파트너임을 강조하며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투자업계도 당장의 지연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내기 보다는 상반기 내 체결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한 증권사 방위산업 연구원은 "K2 전차 2차 계약은 임박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번 계약은 실행 단가가 높아, 체결 시 2026~2027년 실적과 기업 가치(밸류에이션)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방산주는 상호관세와 공매도에도 벼텨냈다"며 "계약 파기도 아니고, 지연된 건 현대로템 주가에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