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2차전지, 관세 리스크에 실적 부담 가중
반도체는 수요 위축·중국 의존도가 최대 변수로
조선업, 美 전략선 확대에 반사이익 기대감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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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는 9일 한국거래소에서 '2025 크레딧 세미나'를 열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등 무역 정책 변화가 국내 주요 수출 산업의 산업 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을 산업으로는 자동차가 지목됐다. 2024년 기준 현대차그룹은 대미 판매 물량 170만대 중 약 101만대를 수출하고 있어, 관세 부과 시 직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단 분석이다. 나신평은 “현대차그룹이 210억달러 규모의 미국 현지 투자를 계획 중인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관세 부담에 따른 실적 저하와 재무 부담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나신평은 미국이 고율 관세 부과를 통해 자국 내 자동차 산업에서 발생하는 무역적자를 해소하고, 전통 OEM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미국은 자동차 산업에서 약 1600억달러 규모의 무역적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전통 완성차 업체들의 점유율도 낮은 수준이다.
다만 신용도 측면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우수한 재무여력을 가지고 있어 관세에 따른 수익성 저하나 투자 부담이 당장의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2차전지 산업도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에 민감한 산업으로 꼽혔다. 나신평은 2차전지 산업 전반에 대한 신용도 하향 압력도 점차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배터리셀 기업의 경우 미국 현지 진출을 통해 관세 부과의 직접적인 충격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전방산업 수요 둔화로 2차전지 자체에 대한 수요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첨단 제조 세액 공제(AMPC) 폐지 가능성도 작지 않다고 진단했다. 나신평은 "이 경우 국내 2차전지 기업의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할 수 있으며,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에 해 투자 수익률 저하와 투자비 회수 기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반도체 산업의 경우 관세 부과의 직접적인 영향보단 전방 IT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로 인한 간접적 영향이 더 클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반도체 기업의 대미 수출 규모는 153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약 10% 수준이지만, 베트남 등 IT제품 생산국을 통한 간접 수출까지 감안하면 실질적 대미 의존도는 더 높은 구조여서다. 베트남에 46% 관세가 부과됨에 따라 전방 IT 제품 수요 감소, 마진 인하 압박 등이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 내다봤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생산라인이 중국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리스크로 지목됐다. SK하이닉스는 D램 40%, 낸드 22%를, 삼성전자는 낸드 45%를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 강화 시 생산 효율성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HBM, GPU 등 첨단 반도체에 대한 중국 수출 통제가 강화될 경우,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사업 기반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평가했다.
다만 SK하이닉스의 경우,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 매출 비중이 높은 점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수익성 타격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도 함께 제시됐다.
조선업의 경우 상황이 다소 다르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상선 및 군함 분야 자립도 제고 움직임 속에서, 오히려 한국 조선업계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이 LNG선, 탱커선 등 전략적 선종을 중심으로 상선 프로그램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한국 조선업체들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미국이 해외 군함 건조 허용 및 MRO(유지·보수) 아웃소싱 확대에 나설 경우, 장기적으로는 미국 내 인프라 투자와 연계된 직접 진출 기회도 열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조선 산업의 경우, 미국발 정책 변화가 새로운 성장 모멘텀 및 실적 개선 요소로 작용해 신용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