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배터리 사업 안정화 지연…석유화학 구조개편 가능성 존재
포스코 철강 실적 둔화 우려…2차전지 소재 사업 지원 부담
롯데 석화 실적 부진 장기화…그룹 차원 재무 개선안 이행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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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공급과잉과 미국의 우선주의 정책으로 국내 다수 산업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가운데 석유화학과 2차전지 산업 등이 LG·SK·포스코·롯데그룹의 신용등급 정기평가에 주요 쟁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는 9일 진행한 'NICE CREDIT SEMINAR 2025' 세미나에서 미국 우선주의와 중국 공급과잉에 직면한 LG그룹, SK그룹, 포스코그룹, 롯데그룹의 이슈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LG그룹은 불리한 업황에 놓여있는 배터리,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사업 비중이 50%를 웃돌고 있다. 석유화학에 이어 배터리도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며 그룹 전반적인 실적 둔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배터리 사업의 대규모 투자로 그룹 총 차입금이 66조원으로 확대된 가운데 차입금 증가 추세도 지속될 전망이다.
최재호 나신평 기업평가2실 실장은 "LG화학은 석유화학 실적 부진 장기화로 배터리 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배터리 소재 등에 대한 투자로 재무 부담이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해서는 "신증설 투자로 인해 차입금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이 보조금을 폐지하거나 축소할 경우 영업실적이 큰 폭으로 저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과 배터리 부문의 신용 위험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나신평은 상반기 정기평가에서 석유화학의 수급 변화와 배터리 산업의 주요 정책 변화 등을 중점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주요 관찰 기업으로는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LG디스플레이 등을 제시했다.
SK그룹은 반도체, 통신, 에너지 등 최근 업황이 양호한 사업 비중이 60%를 상회하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 부문의 실적에 힘입어 그룹 전반의 이익 창출도 증가했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전반적인 실적은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그룹 전체적으로 차입금은 소폭 감소했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차입금 증가가 계속되고 있는 모습이다.
최 실장은 "반도체와 배터리 관련 투자 부담이 존재한다"면서도 "반도체 사업의 이익 창출 확대와 비주력 사업 매각 등을 감안하면 재무 부담 완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부문에 대한 지원 부담과 투자 소요를 감안하면 차입금 감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나신평은 SK그룹도 석유화학과 배터리 사업을 중점적으로 살펴보는 동시에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에 대한 그룹 지원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SK온, SKC, SK넥실리스, SKIET, SKPIC글로벌, SK어드밴스드, SK지오센트릭 등이 주요 관찰 기업으로 제시됐다.
철강과 상사 부문이 그룹 대부분의 실적을 차지하고 있는 포스코그룹은 상사를 제외한 주요 사업들이 모두 불리한 산업 환경에 처해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2차전지 소재 부문의 실적 부진이 심화되면서 그룹의 영업이익률도 2008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급감했다. 2022년 이후 2차전지 소재를 중심으로 CAPEX 규모를 크게 확대하면서 차입금 부담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최재호 실장은 "2차전지 소재 부문이 광산에서 양극재까지 밸류체인을 갖추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면서 차입금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반면 실적 개선 지연으로 채무 상환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고 짚었다. 다만 계속되는 차입금 증가에도 아직까지는 재무 안정성이 우수한 수준이라는 진단이다.
2차전지 소재 부문의 신용위험이 높아지는 만큼, 나신평은 포스코퓨처엠의 재무개선 계획 추진 여부와 투자 기조 변화 여부 등에 대해 중점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석유화학과 유통사업이 전체의 50% 수준을 차지하고 있는 롯데그룹은 중국 공급과잉과 내수부진 등으로 인해 음식료를 제외한 주요 사업이 모두 불리한 사업 환경에 놓여있다. 2022년 이후 투자를 크게 늘렸지만 이익 창출이 둔화되며 차입금 부담이 크게 증가한 상황이다.
최 실장은 "지난해 비핵심 사업 매각이나 자산매각, 투자 축소 등의 재무개선을 진행함에 따라, 올해 재무 부담은 소폭 완화될 것"이라면서도 "롯데케미칼은 여전히 높은 차입금 부담이 지속될 것이며, 롯데건설의 과중한 우발 채무도 부담 요인으로 지속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나신평은 정기평가에서 롯데케미칼과 롯데건설, 롯데지주 등을 중심으로, 석유화학 수급 상황 변화와 건설 관련 주요 사업장의 분양 성과 및 우발 채무 경감 수준 등을 점검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