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비용 부담에 1분기 순익 제자리 전망...자본 여력에 쏠린 눈
입력 2025.04.16 10:41|수정 2025.04.16 10:42
    희망퇴직·대손비용 확대에 순익 정체…실적 반등 제한
    CET1 13%선 유지 전망…환율 등 대외 변수에 자본여력 주목
    '주주환원 기조 유지' 속 실적 따라 환원 속도·규모 달라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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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지난해 은행을 중심으로 순익이 늘며 금융주 중 탑픽으로 꼽혔던 하나금융지주가 올해 1분기엔 다소 정체된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명예퇴직 비용과 연체율 상승에 따른 대손비용 확대가 순익에 부담으로 작용할 거란 평가다. 

      주주환원율이 유지되더라도 이익 감소와 자본여력 변동에 따라 환원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하나금융의 주주환원 정책의 연속성과 실행력에 주목하고 있다. 실적발표와 함께 공개될 주주환원 청사진이 주가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의 1분기 순이익 추정치는 1조334억원(FN가이드 기준)으로 전년 동기(1조340억원)와 비슷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홍콩 H지수 ELS 손실 관련 배상금 약 1800억원과 민생금융비용 600억원이 반영돼 기저효과가 예상됐지만, 올해 희망퇴직 비용(800~900억원)과 대손비용 증가가 이를 상쇄한 것으로 풀이된다.

      순이자마진(NIM)은 전분기 대비 1~2bp 하락이 예상된다. 대기업 중심의 1% 내외 대출 성장이 있었지만, 조달금리 리프라이싱에 따른 마진 축소가 반영됐다.

      대손충당금은 3300~3500억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월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홈플러스 사태' 등 개별 요인은 없지만, 기업대출 중심의 연체율 상승세가 반영된 결과다. 실제 올해 1월 기준 중소기업 연체율은 0.77%로, 201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시장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이익 모멘텀이 제한적인 가운데, 시장은 하나금융의 CET1(보통주자본비율) 유지 여부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다. 하나금융의 지난해 말 CET1은 13.22%였으며 올해 1분기에는 13.20%로 소폭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CET1은 금융사의 자본건전성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로,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해야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을 안정적으로 집행할 수 있다.

      하나금융은 환율이 10원 상승할 경우 CET1비율이 약 3bp(1bp=0.01%p) 하락하는 구조로 KB금융(1bp), 신한금융(0.8bp)보다 배 이상 높아, 업계 내 대표적인 환율 민감주로 분류된다. 트럼프발 상호관세 이슈 등으로 글로벌 매크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원·달러 환율 역시 변동성이 커지는 흐름이다. 3월 말 평균 환율은 1472.9원을 기록했으며, 이달 15일 기준으로는 1420원 선에서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강조한 밸류업 정책도 환율 변수에 따라 이행 속도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최근 밸류업 일환으로 2027년까지 총주주환원율을 50%까지 끌어올리고, PBR 1배 달성을 목표로 한 분기 균등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확대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하나금융의 주주환원 기조는 명확하지만, 실제 집행 속도는 이익 규모와 CET1 비율 유지 여부, 그리고 환율 등 대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1분기 실적이 중요한 출발점이고, 2분기 흐름까지 확인돼야 연간 환원 규모가 가늠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지난 2월 기업설명회(IR) 당시 올해 약 4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ㆍ소각을 집행하고 총주주환원율은 40% 이상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주환원 기대감과 대외 변수 사이에서 하나금융의 주가는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연중 최고가인 6만2600원을 기록했으나, 이후 실적 불확실성과 대외 리스크가 부각되며 최근에는 5만7000원 가량으로 약 10% 하락한 상태다.

      하나금융은 환 민감 자산을 선제적으로 리밸런싱해 CET1 변동성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말 환율 수준(약 1470원)을 기준으로 자산과 자본 관리를 이어가고 있어 목표한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는 데 아직까지는 큰 변수가 없다는 것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그룹이 발표한 주주환원 및 자본관리 방침은 현재까지 큰 틀에서 차질 없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