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다각화·건전성 개선 방안은 '검토 중'
뱅크런 이후 지속되는 신뢰 의문성…여전한 비이자 적자와 건전성 과제
"청사진 등 방향성보단 이젠 실행력과 속도로 시장에 입증할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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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뱅크를 향한 시장의 궁금증은 '안정적인 수익성 모델과 건전성 확보'에 모아졌다. 지난 2023년 ‘뱅크런’ 루머로 홍역을 앓았던 만큼, 이번 간담회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설명이 기대됐다. 그러나 토스뱅크는 이에 대해 뚜렷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16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호텔에서 열린 '2025 토스뱅크 미디어데이'에서 이은미 토스뱅크 대표는 직접 발표에 나섰다. 출범 4년 만에 첫 연간 순이익을 기록한 지난해 실적과 함께, 글로벌 시장 진출 등 다양한 신사업 청사진도 제시했다.
하지만 간담회에서 제시된 전략 대부분은 구체적인 실행 계획보다는 방향성에 그쳤다. 수익 다각화나 재무 건전성 리스크 해소 전략에 대해선 "검토 중"이라는 표현이 반복됐고, 시장의 궁금증을 해소하기엔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날 소개된 전략에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출시, 시니어 고객 전용 금융서비스, 보증 기반 대출 확대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구체적인 일정이나 설계안은 "공식화되면 발표하겠다"는 식으로 설명됐다. 이 대표는 "성장을 위한 투자와 수익 기반 다각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고 했지만, 전략의 실현 가능성이나 차별성은 이날 확인되기 어려웠다.
특히 '만성 적자'를 기록하며 토스뱅크의 리스크로 꾸준히 지적돼 온 비이자수익 부문도 여전히 개선이 요원한 상태다. 지난해 토스뱅크의 수수료 등 비이자 부문 손실은 557억원에 달했다. 2021년 136억원, 2022년 477억원, 2023년 508억원 등 매년 적자폭은 확대됐다.
수수료 기반 서비스를 대부분 무료로 제공하는 토스뱅크의 구조적 한계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표는 "고객 편의성과 은행 수익을 모두 고려한 최적의 합의점을 찾고 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수익 개선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은행업계 전반에서 비이자 기반 수익모델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토스뱅크의 플랫폼 수익 전환 속도에 대한 의문도 지속되고 있다. 특히 인터넷은행에 부여된 성장 프리미엄을 유지하기 위해선 이자수익에만 의존해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토스뱅크는 건전성 측면에서도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비율(NPL)은 0.94%로, 케이뱅크(0.82%)나 카카오뱅크(0.46%)보다 높았다. 특히 중저신용자 중심의 기업대출에서 기업여신 NPL비율은 2.59%에 달했다. 같은 부문에서 케이뱅크는 1.13%, 카카오뱅크는 0.66% 수준이다. NPL은 전체 여신 대비 부실여신 비중을 의미하는 핵심 건전성 지표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신용평가모형 고도화와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건전성을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연체율 관리 목표나 여신 조정 전략 등 정량적 수치나 일정은 간담회에서 소개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이번 간담회를 두고, 시장이 기대했던 수준의 해명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불과 2년여 전 토스뱅크는 예금 선이자 서비스 도입 직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겹치며, 유동성 위기 가능성에 휩싸인 '뱅크런' 위기설을 겪은 바 있다. 금융당국까지 직접 나서 진화에 나서며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이후에도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는 인터넷은행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토스뱅크가 기술 중심 전략을 바탕으로 외형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지속 가능성을 입증하려면 수익 구조 다변화와 건전성 관리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필요하다"며 "시장은 더 이상 추상적인 방향성보다는 실행력과 속도를 입증하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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