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증설 통한 매출 상승 기대감 때문
캐파 확장 없인 외형 확대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바이오시밀러 시장 확대 예상…점유율 확보는 지켜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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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들과의 대규모 수주 훈풍이 이어지는 데다, 5공장 가동도 앞두고 있는 영향이다. 하지만 '공장 증설→수주→공장 증설'이라는 공식의 반복없이는 외형을 키울 수 없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제품군 확장과 시장 점유율 확대도 지켜봐야 한다는 평이다.
증권가에서는 2분기에 가동을 시작할 5공장과 더불어 연내 6공장 착공 기대를 근거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우호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수주 잔고가 82억달러(11조8000억원)이고, 수주잔고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걱정을 덜어내는 요소다.
신용평가업계에서도 긍정적인 전망이 잇따른다. 지난해 하반기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등급전망을 '긍정적'으로 조정했다. 우수한 수주 성과를 바탕으로 외형 성장세가 계속되고 있으며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평사 한 연구원은 "전망을 바꿀 당시에 향후 등급을 상향할 것이라는 시그널을 강하게 준 것"이라면서 "등급 변동 요인이 크게 저해되지 않는 이상 방향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공통적으로 공장 증설을 기대 요인으로 꼽는다. 공장이 늘어나면 더 많은 수주를 받아 매출을 높일 수 있어서다. 이는 반대로 수주 산업인 위탁개발생산(CDMO) 특성상, 성장의 상방이 막혀있다고 볼 수도 있다. 수주 성과와 캐파(생산능력·capacity), 시장 규모에 따라 외형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수주산업 특성상 매출 규모가 급상승할 가능성은 많지 않긴 하다"면서 "공장 설비가 한정돼 있어 최대로 다 채우고 나면 더 이상의 성장이 어려운 건 사실이라 회사도 계속 공장을 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무구조가 안정적이긴 하지만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신평사 관계자는 "회사도 시장 규모가 늘어나지 않으면 매출이 정체되는 특성을 알고 있어 내부적으로 신약개발 등 사업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신약개발은 아직 평가하기도 이른 단계"라고 말했다.
신약 개발에 성공할 경우 매출 모멘텀이 될 수 있지만 시장에서는 아직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신약 개발 역량을 가늠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해말 삼성라이프사이언스 펀드를 통해 AI 신약개발기업 제너레이트바이오메디슨 등에 투자하는 모습을 보면 걱정을 덜어내도 된다는 시각도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삼성라이프사이언스 펀드를 통해 투자하는 곳은 회사의 미래 방향성을 짚어볼 수 있다"면서 "항체약물접합체(ADC), AI, 유전자 치료제 등 다양하게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 굳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향후 예정된 블록버스터 의약품들의 잇따른 특허 만료로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성장할 수 있다는 점도 호재로 여겨진다. 지난해 글로벌 의약품 매출액 1위를 기록한 머크(MSD)의 '키트루다' 미국 특허가 오는 2028년 만료될 예정인 가운데, 삼성바이오에피스도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키트루다의 매출액은 295억달러(약 43조원)에 달한다.
특허만료기간이 연장될 가능성이 높아 출시까지 순조롭게 이어질 수 있을 지는 물음표가 붙는다. 머크는 현재 키트루다 SC(피하주사·subcutaneous)제형 출시를 준비하고 있으며, 올해 9월말 허가를 목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새로운 제형에 대한 특허를 등록하면 기존 제품의 시장 독점을 연장할 수 있어 특허만료를 방어할 수 있는 까닭이다.
앞선 증권사 관계자는 "이 경우 출시가 이뤄지려면 원개발사인 머크와 합의를 해야 한다"면서 "일반적으로도 합의가 오래 걸리는데, 머크가 키트루다 SC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쉽게 합의에 이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영향이 없을 수는 없다"면서도 "아직 승인이 이뤄진 것도 아니고, 회사의 전략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어 아직 예단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중(對中) 견제로 인한 반사이익을 기대했던 생물보안법은 시들해지는 분위기다. CDMO 경쟁사인 중국의 우시바이오로직스(WuXi Biologics)는 생물보안법의 주목도가 낮아지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관세는 실적 측면에서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만으로도 연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가 출렁이는 모양새다. 의약품 수입에 대한 대규모 관세가 언급된 지난 9일에는 3개월만에 100만원선이 무너진 99만2000원에 장을 마감하며 변동성이 큰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