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밸류와 상속세 고민에 해외로 눈길 돌리는 중견기업들
입력 2025.05.26 07:00
    취재노트
    실제 자문 이어지는 경우 아직 많지 않아
    알아보는 정도에 그친다는 평도
    최대 60% 달하는 상속세도 해외 관심에 한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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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최근 한국거래소의 문턱이 높아지면서 대안으로 해외 상장을 고려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주로 제조업 기반의 중견기업이나 동남아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회사들이 그 주인공인데, 높은 상속세로 인한 해외 이전 수요도 여전히 높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에서는 이 같은 문의가 과거에도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간보기에 그칠 수 있다는 평도 나온다.

      SK엔무브에 대한 상장 제동 사례나 상장폐지 제도 개선안 발표 등 최근 한국거래소의 상장 요건은 한층 까다로워진 분위기다. 이에 국내 상장을 고민하는 기업들 중에서는 해외로도 눈을 넓히는 곳이 늘어나고 있는 모양새다. 

      한 자문업계 관계자는 "한국거래소의 상장 요건이 엄격해지고 있고, 상장폐지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보니, 한국에서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 중 불투명한 모습이 보이면 싱가포르나 홍콩, 미국 나스닥 등 다른 국가의 상장을 태핑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자문업계 관계자도 "아직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모습까지는 아니지만, 최근 국내 대신 대안으로 해외 상장을 고려하는 기업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내와 해외를 동시에 고려하고 있는 기업들은 주로 동남아 기반의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거나 제조업을 바탕으로 하는 우량한 중견기업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에서도 충분히 상장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는 회사들이 주류로, 동남아시아 등에 진출할 경우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을 수 있는 곳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앞선 관계자는 "한국거래소의 문턱이 높아졌다지만 단순히 한국에서 상장이 되지 않아서 밖을 쳐다보는 건 아니다"라며 "보통 해외 비즈니스가 있고, 국내 상장도 가능하지만 밸류 측면에서 해외가 더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회사들의 문의가 많다"고 짚었다. 

      이같은 움직임은 아직 초기 단계라 상장까지 완료된 케이스는 찾기 어렵다. 자문업계에 관련 문의가 이어지고는 있지만 실제 자문까지 연결되는 사례도 아직 많지 않다. 한 번 '찔러보는 것'에 그치고 마는 수준도 적지 않다. 

      자문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예전부터 말은 나왔지만 제대로 실행된 적은 없다"면서 "아직까지 의미있게 싱가포르나 홍콩에 상장한 회사는 한 곳도 없는 곳으로 알고 있다. 회사들도 그냥 알아보는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중견기업이 해외로 시야를 넓히는 이유에는 높은 상속세도 한 몫한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에 달하는데, 매출 5000억원이 넘는 기업의 최대주주가 상속할 경우에는 20%의 할증이 붙어 최고세율이 60%까지 올라간다. 지난 20일 정부는 현행 유산세 방식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꾸는 내용이 담긴 상속·증여세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했지만, 국회에서의 통과 여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소제조업의 60세 이상 대표자 비율은 2013년 15.9%에서 2023년 36.8%로 높아지는 등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앞선 관계자는 "국내는 상속세율이 너무 높기 때문에 한국에서 한 번 정리한 후 상속세율이 낮은 싱가포르 등으로 회사를 옮겨 지분을 유지하려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해외 상장까지는 아니더라도 해외 이전에 대한 수요가 꾸준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 상장까지 고려하는 중견기업은 많지 않지만, 해외 이전에 대해 고민하는 곳은 많다"면서 "이미 해외로 옮겼거나 검토하고 있는 기업이 최근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