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효율화 시동 거는 유한양행…자산 정리 골머리
입력 2025.05.26 07:00
    오픈 이노베이션 방향 수정한 유한양행
    5~10년 전 투자한 기업 '자금 회수' 고심
    적자 기업 많고 유한양행 의존 큰 기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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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유한양행이 자산 정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영 효율을 높이기 위해 그동안 투자한 기업으로부터 자금을 회수할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일부 기업이 경영난을 겪고 있어 사실상 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워서다. 몇몇 기업은 회생 절차까지 밟은 터라 유한양행이 지분을 팔고, 자금을 회수하면 사실상 기업 영속 자체가 어려워지는 실정이다.

      유한양행은 지난 한 해 에이프릴바이오와 제넥신의 지분을 모두 팔아치우며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유한양행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직후 이들 기업의 주식을 연달아 매각했기 때문이다. 유한양행은 두 회사의 주식을 팔아 나름의 차익을 거뒀다. 에이프릴바이오의 경우 2020년 30억원을 최초 투입했고, 이번 매각을 통해 216억원을 취득했다. 2015년 200억원을 투입해 지분을 최초 취득한 제넥신은 2018년 당시 보유 지분의 85%를 매각하며 100%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제넥신의 남은 지분을 정리해 56억원을 추가로 취득했다.

      유한양행의 잇딴 지분 매각은 경영 효율을 높이는 과정에서 기업의 투자 활동을 전반적으로 점검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유한양행은 수익성 개선과 신약 개발이라는 두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동안 여러 기업에 투자한 만큼, 자금 회수가 가능한 곳이라면 지분 매각을 검토하는 모습이다. 문제는 경영난으로 자금 회수가 어려운 기업이 속속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몇몇 기업은 투자 가치가 크게 하락해 장부가액을 공개하지도 못했다. 통상 신약 개발 기업에 투자한 터라 적자인 기업도 다수다. 유한양행이 지분을 처분하면 경영 자체가 어려운 기업도 있다.

      유한양행의 타법인출자현황을 살펴보면 내츄럴엔도텍의 지난해 말 장부가액은 21억원으로, 최초 취득 금액인 54억원보다 낮다. 유한양행이 2020년 내츄럴엔도텍의 지분을 처음 매입한 이후 이 회사의 투자 가치가 크게 하락했다는 뜻이다. 내츄럴엔도텍은 2015년 당시 '가짜 백수오' 사태로 주가가 9만원대에서 9000원대로 급락한 기업이다. 최근 주가는 2000원대다. 코스닥시장에서 상장폐지된 화장품 제조생산업체 코스온의 경우 최초 취득 금액은 150억원, 장부가액은 55억원이다. 코스온은 유한양행이 유동성을 공급하며 기업 회생을 도운 곳이기도 하다.

      이들 기업은 상당수가 제대로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기업이기도 하다. 코스온은 지난해 2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내츄럴엔도텍도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이 41억원이다. 이들 기업과 달리 아직 상장하지 않은 신약 개발 기업도 대다수가 수익성이 좋지 않다. 유한양행이 2020년 투자를 시작해 11% 정도의 지분을 보유한 신약 개발 기업 노보 메디슨은 같은 기간 7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아임뉴런도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이 6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유한양행은 2022년 아임뉴런과 기술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반환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유한양행 관계자는 "몇몇 기업의 보유 지분을 매각한 것은 자금 회수라기보다 경영 효율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한양행이 최근 오픈 이노베이션의 방향을 수정한 만큼 지분 매각을 지속해서 검토할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유한양행은 폐암 신약 렉라자에 이어 또 다른 신약을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다. 유망한 물질을 찾아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좋은 데이터를 만들어 글로벌 빅파마에 기술이전한다는 구상이다. 유한양행이 올해부터 매년 기술이전 1건, 임상시험 진입 2건이라는 목표도 내건 만큼, 이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협력이 필요하다.

      유한양행이 최근 지분을 정리한 기업들은 적게는 5년, 길게는 10년 전 추진된 투자들이다. 이정희 전 유한양행 대표가 사업 확장과 성장 동력 발굴을 목적으로 자금을 투입한 곳들이기도 하다. 이정희 전 대표는 현재 유한양행 이사회 의장이며, 당시 신설된 회장 직제는 여전히 공석이다. 제약·바이오업계 고위 관계자는 "(유한양행이) 이정희 전 대표 시절 지분을 확보한 기업을 중심으로 (자금 회수를) 검토하고 있다"라며 "5~10년 전 투자한 곳들이라, 활용 측면에서 고민이 클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금 회수와 관련해) 자문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