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실차 적자' 현대해상, 예상손해율 규제 촉각
매각 대기 롯데손보는 '수익성·건전성'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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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제도 변경에 따른 특수가 끝나면서 손해보험업계의 1분기 실적이 휘청였다. 계리적 가정에 대한 당국의 지속적 규제와 독감·산불 등 계절적 요인, 금리 인하에 따른 투자 손익 감소가 모두 악재였다. 실손보험에 주력한 현대해상과 M&A시장 잠재 매물인 롯데손해보험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메리츠화재·DB손해보험·KB손해보험·현대해상 등 5개 대형 손해보험사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2조343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5423억원)보다 약 20%(5080억원) 감소했다.
이중 KB손보를 제외한 4개 대형사의 순익이 일제히 줄었다. 감소 폭은 ▲현대해상 -57.4% ▲DB손보 -23.4% ▲삼성화재 -13.2% ▲메리츠화재 -5.8% 등이었다. KB손보는 5개사 중 유일하게 순익이 8.2% 증가했다.
지난 1분기 독감 유행, 영남 지역 산불 등으로 보험손익이 급감했다. 3년 연속 요율이 인하된 자동차보험 역시 손해율이 악화했다. 전년동기에 비해 실적이 개선된 KB손보마저도 보험손익은 28.6% 감소했다. 1분기 순익이 증가한 건 투자손익이 4배 이상 급증한 덕이었다.
빡빡해진 회계제도 역시 실적에 악영향이다. 금융당국은 2023년 새 회계기준(IFRS17)을 도입한 후 계속해서 새로운 규제를 내놨다. 대표적으로 실손보험 손해율,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장기보험 예상손해율 등이 영향을 받았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IFRS17 초기에 계산한 해지율 등의 가정을 스스로 수정할 시간도 없이 규제가 시작돼 실적이 널뛸 수밖에 없다"며 "금리 인하 등이 겹치면서 투자 부문에서 실적을 만회하기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규제 강화로 장기보험 판매에 따른 회계적 이익이 감소한 데다 유행성 질환으로 보험금 청구가 증가하면서 실적이 크게 흔들린 것이다. 특히 1세대 실손보험과 어린이 실손보험 비중이 높은 현대해상이 직격타를 맞았다.
이런 가운데 당국은 '예상손해율'에도 메스를 댈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각 보험사에 장기보험 예상손해율 산정 근거를 소명하라고 요구했다. IFRS17 하에선 각 보험사가 자율적으로 손해율과 해지율 등을 추정하는데, 이를 이용해 실적을 부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와서다.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지난 14일 실적발표에서 "회사 간 실적손해율은 유사한데, 예상손해율 추세는 완전히 반대인 경우가 확인된다"며 "이런 비합리적 추정을 통해 이익은 당기 실현하고 손실은 미래 세대에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의 이번 점검이 예상손해율 규제로 이어지면 손보사들의 실적이 또다시 휘청일 수 있다. 작년 말 기준 5대 손보사들의 예상·실제 손해율 차이는 -2.5~15.1%포인트로 다양했지만, 손해율을 실제보다 낙관적으로 가정한 건 현대해상(-2.5%포인트)이 유일했다. 현대해상은 1분기에도 -1030억원의 예실차를 기록했다.
암울한 분위기 속 보험사 M&A시장의 잠재매물인 손보사의 운명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JKL파트너스가 대주주로 있는 롯데손해보험의 경우 실적과 건전성이 동시에 악화했다. 롯데손보의 1분기 순익은 113억원으로 전년동기 66.8% 감소했고, 지급여력비율은 작년 말 기준 154.59%로 당국의 권고치(150%)에 근접했다.
이에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22일 롯데손보의 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앞서 한국기업평가도 롯데손보의 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시장에 알려진 롯데손보 매각가는 2조원대인데 수익성과 건전성이 계속해서 떨어지면 매각을 추진하기 어려워진다"며 "금리인하, 당국의 규제 등 손보사를 둘러싼 환경도 좋지 않아 지금으로선 큰 매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