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목적무인차량 사업 두고 논란 격화
상대평가 기준 두고 현대-한화 견해차
500억원? 사실상 조단위 사업이란 평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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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이 다목적무인차량 사업 수주를 두고 혈안이다. 해당 사업은 일단 500억원 규모지만 향후 추가 사업에 따라 그 규모가 조단위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큰 미래 먹거리기 때문에 두 회사가 총력전을 펴는 것으로 풀이된다. 법적 다툼이 벌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작년 4월 방사청은 무인차량 최초 전력화 사업을 공고했다. 사업 규모는 약 500억원이다. 올해 2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은 육군으로부터 전투 적합 판정을 나란히 받았다. 육군의 평가는 ‘기준 충족 여부’만 보는 절대평가 방식으로 실질적인 우열은 가려지지 않았다. 최종 낙찰자는 방사청이 최대 성능 항목에 대한 상대평가를 진행해 선정하기로 했다.
상대평가 세부 규정이 논란의 불씨가 됐다. 방사청은 지난달 제안서에 기재된 수치를 '최대 성능'으로 간주하고 향후 실물 평가에서 이를 넘는 결과가 나와도 반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실제 성능이 제안서에 못 미칠 경우에는 감점을 적용하겠단 방침도 내놨다.
현대로템은 반발하고 나섰다. 이 같은 평가 방식은 기존에 논의되지 않았기에 불합리하단 입장이다. 실제 성능이 더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평균 성능에 가까운 수치만을 기재했다면 평가에 불이익이 있단 설명이다. 실물 평가에서 나온 결과를 반영해야 한다 주장했다.
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입찰 공고 단계에서부터 '제안서 성적'을 기반으로 한 상대 평가가 예정돼 있었다고 밝혔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상대평가를 진행할 경우, 입찰 제안서를 작성할 때 업체의 성능이 군이 제시한 운용요구조건(ROC)을 상회하는 경우 이를 제안서에 포함하는 게 일반적이라 보기도 한다. 실제 더 우수한 성능을 부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 방위산업 연구원은 "보통 성능평가 기준이 까다롭다 보니 업체들이 성능을 맞추기 위해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ROC를 초과하는 수치가 나오게 된다면 이를 기재하는 게 통상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방사청은 제안서에 적힌 내용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제안서에 낸 성적을 공인된 성적으로 봐야 한다"며 "입사 시험에서도 본인이 가진 가장 높은 점수를 내는 게 일반적이지 않느냐"고 했다.
방사청은 양사에 최대성능평가 기준을 충분히 설명했다는 입장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2023년 7월, 2024년 4월에 다목적무인차량과 관련한 사업설명회가 두 번 있었고 두 차례 모두 최고 성능을 제시하라고 양사에 충분히 설명했다. 사업팀에서 검토한 결과 두 업체 모두 해당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최고 성능을 제시한 걸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법적 절차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대로템은 법무법인 광장을 통해 법률 검토를 받은 후 결과 내용을 일부 의원실과 방사청에 전달했다. 법률 검토 내용에는 "(제안서 기준이 아닌)실물평가를 통해 나온 수치를 상대적으로 비교평가 하는 것이 향후 불필요한 논란을 방지하고 분쟁의 여지를 원초적으로 제거하는 가장 합리적 방안이 될 것"이란 내용이 담겼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또한 로펌을 통해 법률 검토를 진행, 관련 결과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대표 방위산업 기업들이 수백억원 규모 입찰에 이처럼 치열하게 참여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다만 업계는 이번 입찰을 단순 500억원짜리 입찰로 바라보지 않고 있다.
해당 사업은 육군 최초의 다목적무인차량 전력화 사업으로 이번 1차 구매 이후 수천 대에 달하는 2·3차 양산 사업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조단위 사업이 될 가능성이 있다. 방사청 내부적으로도 몇 차례에 걸쳐 대규모의 후속 양산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안에 밝은 한 관계자는 "최초전력화 사업이니 2차, 3차 양산 계약이 나올 가능성이 커 업체들이 사활을 거는 것"이라며 "무인차량과 관련해 군에서 운영하는 장비들이 한번 깔려버리면 그 뒤에는 바꾸기가 힘들기 때문에 첫 수주 결과가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길게 보면 몇백억이 아니라 몇 조짜리 사업"이라며 "해외 수출을 추진하기 위해서도 한국 육군의 운용 이력이 사전 확보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