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M&A 본격화하며 신규 주선 실적 기대
실적 목표 높아진 금융사들 무한 경쟁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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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 상반기 인수금융 시장에서는 금리가 낮아지는 환경에 따라 리파이낸싱(차환)과 리캡(자본재구조화) 거래가 주를 이뤘다. 그러다 상반기 막판 주요 거래들의 입찰이 본격화하면서 하반기 신규 주선 실적을 쌓게 될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조 단위 거래의 경우 대부분의 대형 금융사가 달라붙어 각축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상반기 인수금융 시장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리파이낸싱·리캡 움직임이 많았다. 특히 2분기는 리파이낸싱 비중과 규모 모두 1분기보다 커졌다. 2분기의 전체 모집주선금액 대비 리파이낸싱 비중은 77.3%로 1분기 58.8% 대비 늘었다. 리파이낸싱 규모는 2분기 9조5267억원으로 1분기 5조2822억원 대비 약 80% 증가했다.
EQT파트너스는 지난 5월 3조3000억원 규모 SK쉴더스 인수금융을 리파이낸싱했다. KB국민은행이 약 2조원, KB증권이 약 1조원을 주선했다. IMM PE가 보유한 에어퍼스트 지분 70%와 블랙록자산운용 보유 지분 30%에 대한 인수금융 리파이낸싱도 각각 진행됐다. IMM PE 지분에는 신한은행·한국투자증권·하나증권이 1조500억원을, 블랙록자산운용 지분에는 신한투자증권·KB국민은행이 4450억원을 주선했다.
오랜 기간 M&A 시장이 침체한 탓에 리파이낸싱 거래가 인수금융 시장을 이끈 양상이다. 그러나 기존 거래를 연장하거나 조건을 조정하는 수준이다 보니 큰 이익을 거두기 어려웠다.
올해는 부동산 금융 시장이 위축되면서 인수금융을 비롯한 기업금융 부문의 실적이 더 중요했다. 그러나 신규 거래가 뜸했고, 차환 경쟁도 심했다. 무리한 금융 조건을 제시했다가 재매각(셀다운)에 애를 먹는 사례도 있었다.
하반기에는 신규 인수금융 거래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6월 대통령 선거 이후 정책 불확실성이 걷히며 M&A 시장도 기지개를 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에만 롯데케미칼의 수처리 분리막 생산공장, 기업용 SW 솔루션 업체 더존비즈온, TPG캐피탈의 화장품 용기업체 삼화 등 매각 소식이 나왔다.
한 M&A 자문사 관계자는 "기업이나 사모펀드(PEF)들은 비상계엄부터 탄핵, 대통령 선거에 이르기까기 불확실성이 커 움직이기 쉽지 않았다"며 "이제는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걷혔고, 미뤄둔 과제들도 해결하려 할 것이기 때문에 M&A 시장에 활기가 돌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안 뜸했던 경쟁입찰 방식의 M&A가 속속 진행되고 있다. 6월 DIG에어가스 매각, 애경산업 매각 예비입찰과 HS효성첨단소재 타이어스틸코드 사업부 매각 본입찰이 진행되면서 M&A 시장의 열기를 달궜다. 가격을 떠나 성사 가능성이 높은 것들이다.
7월에는 SK실트론 매각, 테일러메이드 매각, 크린토피아 매각 등 대형 거래의 예비입찰도 속속 진행될 전망이다. JKL파트너스는 런던베이글뮤지엄 인수를 확정 지었다.
수년 전부터 각광받는 사업부 분할매각(Carve-out) 거래는 하반기에도 분주하게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랜우드PE는 LG화학의 수처리사업 인수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사업조정에 한창인 SK그룹은 자산유동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환경 자회사인 리뉴어스와 리뉴원 매각을 추진 중이다. 우리은행, 신한은행, 키움증권 등이 인수금융 성과를 낼 것으로 거론된다. SK에코플랜트 100% 자회사인 SK에어플러스는 청주 SK하이닉스 M15 공장에 산업가스를 공급하는 생산설비 등을 매각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액화천연가스(LNG) 밸류체인 유동화를 위한 예비입찰을 조만간 진행한다.
새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인수금융 주관사는 물밑 작업에 한창이다. DIG에어가스 등 조단위 거래의 경우 여력이 있는 모든 금융사가 인수금융 영업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복병으로 떠오른 메리츠금융그룹의 행보를 견제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신규 거래의 수익성이 더 높기 때문에 차환 거래 이상의 주선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상반기는 리파이낸싱과 리캡 거래가 많았지만 기존 거래를 연장하는 수준이라 수익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하반기엔 신규 주선 거래에서 실적을 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