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VC캐피탈, 이규철 한국대표 물러난다…유진 서 COO 총괄 체제로
입력 2025.07.02 13:57
    HOUSE 동향
    이규철 대표 연말 고문으로 전환
    유진서 아시아 COO가 직접 한국 딜 총괄
    K뷰티 중심으로 투자 확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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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CVC캐피탈파트너스(이하 CVC캐피탈)가 한국 법인 체제를 대폭 개편한다. 이규철 한국 대표가 올해 말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아시아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유진 서가 한국 지점을 직접 총괄하는 체제로 전환된다. 내부 승진이 아닌 글로벌 본사 이사회 소속 아시아 최고경영진이 한국 시장을 직접 관리하는 것으로, CVC가 앞으로 한국 투자 확대 의지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VC캐피탈은 최근 한국 법인 조직 개편 계획을 확정했다. 이규철 현 한국 대표는 올해 말까지 대표직을 유지한 후 내년부터는 고문 역할로 전환될 예정이다. 대신 홍콩 지점에 기반을 둔 유진 서(Eugene Won Suh) 아시아 COO가 한국 딜의 총 책임자 역할을 맡게 된다.

      이번 변화의 핵심은 서 COO가 단순한 감독 역할을 넘어 한국 투자 업무의 실질적 관리까지 직접 담당한다는 점이다. 그간 서 COO는 아시아 총괄로서 이 대표와 소통하며 한국 딜에 깊이 관여해왔지만, 이제는 투자 발굴부터 실행, 사후 관리까지 전 과정을 직접 책임지게 된다. 서 COO가 한국 지점으로 완전히 이동하지는 않는다. 홍콩을 본거지로 유지하면서 한국을 오가며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서 COO는 CVC캐피탈에서 9년째 근무하며 아시아 사모펀드 이사회와 아시아 투자위원회 핵심 멤버로 활동해온 베테랑이다. 2016년 CVC캐피탈에 합류하기 전 홍콩 기반 사모펀드 유니타스캐피탈(Unitas Capital)에서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역임했다.

      서 COO가 한국 업무를 총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7년 임석정 초대 대표가 퇴사할 당시 아시아 COO와 한국 총괄대표를 겸임했다. 이후 2021년 이규철 현 대표가 부임하면서 한국 대표직은 이양했다. 

      CVC캐피탈의 이번 조직 개편은 최근 한국에서의 적극적인 투자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CVC캐피탈은 지난해 초 68억달러(한화 약 9조원) 규모의 아시아 6호 펀드를 결성하면서 아시아 지역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 

      CVC캐피탈은 지난 2019년 여기어때 인수 이후 약 5년간 국내에서 뚜렷한 신규 투자 실적이 없었다. 여기어때 매각 작업도 지지부진해 최근에는 컨티뉴에이션 펀드로의 이관을 검토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지난해부터 K뷰티 산업을 중심으로 투자 보폭을 크게 넓히고 있다.

      지난해 10월 '리쥬란'으로 유명한 피부미용 의료기기 전문업체 파마리서치에 2000억원을 투자하고, 올해 초 콘택트렌즈 브랜드 '오렌즈'를 운영하는 스타비젼의 지분 49%를 약 3000억원 안팎에 인수했다. 화장품 브랜드 '라운드랩'을 운영하는 서린컴퍼니 인수에도 도전했지만, 6000억원대 가격은 높다고 판단해 협상을 중단했다. 

      이규철 현 대표는 퇴임 이후 독자적인 사모펀드를 설립할 계획이다. 최근엔 국내외의 잠재적 출자자(LP)들과 미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2021년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너티)에서 CVC캐피탈로 이직했다. 어피너티 재직 당시 2013년 SK플래닛으로부터 2659억원에 인수한 로엔엔터테인먼트(현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카카오에 1조5900억원에 매각해 1조2000억원이 넘는 차익을 거뒀다. 이는 당시 국내 사모펀드 업계 최고 수익률로 기록됐다. 이 대표는 어피너티를 떠날 당시에도 독립계 펀드 설립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CVC캐피탈에서 독립해 사모펀드를 설립한 선례는 있다. 앞서 CVC캐피탈 한국 초대 대표를 지낸 임석정 현 SJL파트너스 회장이 2017년 독립해 크로스보더 딜 전문 운용사를 차린 바 있다.

      CVC캐피탈 측은 "이규철 대표는 어드바이저(고문)로 남아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할 예정이며, 아시아 의장이자 투심위원장이었던 서 COO의 역할이 더욱 확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시아 지역 최고경영진이 무게 중심을 한국에 두고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 기회를 발굴하고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