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공 들인' 업비트 제휴 사실상 무산…코인 거래소 유치전 '빈 손'
입력 2025.07.03 07:00
    코인 곁눈질
    업비트, 기존 제휴 은행인 케이뱅크와 계약 연장 가닥
    IPO 앞둔 케이뱅크, 업비트 재계약 성사에 총력
    카카오뱅크와 제휴 맺은 코인원도 연장에 무게
    예치금 경쟁 뒤쳐질 우려...중소형 거래소 육성 나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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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우리은행이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와의 실명계좌 제휴를 추진하며 관련 비즈니스 확장을 추진했지만, 논의에 진전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안으로 추진했던 코인원과의 제휴 역시 비슷한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진다.

      새 정부 들어 가상자산 관련 제도화에 속도가 붙는 가운데 우리은행이 예치금 유치 등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 정부가 기존의 '1거래소-1은행' 원칙을 유지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이 중소형 거래소 육성에 나설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업비트는 최근 실명계좌 제휴 관련, 케이뱅크와 기존 계약 관계를 이어가는 쪽으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 들어 진행된 우리은행과의 제휴 논의 역시 이렇다 할 진전 없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은행은 신사업 전담부서를 구성해 지난 2월부터 업비트와 접촉해왔다. 시스템 준비 및 금융당국에 대한 은행 변경 신고, 이용자 보호 조치 계획 제출 등을 감안하면 늦어도 상반기 중엔 결론이 나야 했지만,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업비트와 케이뱅크의 제휴는 2020년부터 이어져 왔으며 현 계약 만료 시점은 오는 10월로 예정돼있다. 

      케이뱅크 역시 업비트와의 제휴 유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는 평가다. 케이뱅크는 업비트 설득 과정에서 빗썸이 NH농협은행에서 KB국민은행으로 제휴처를 변경한 뒤 신규 계좌 개설에 한도가 걸리는 등 고객 불편이 컸던 사례를 내세웠다는 후문이다. 기존 은행과 제휴를 유지할 경우 전산 안정성과 고객 경험 면에서 리스크가 적다는 논리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당시 이용자 보호 조치 계획 등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제휴은행 변경을 불허했다. 빗썸은 NH농협은행과 6개월간의 '어색한 동거' 후 올 3월부터 제휴은행을 변경했다.

      케이뱅크는 전체 수신 잔액 약 27조8000억원 중 약 5조3600억원인 약 20%가 업비트 예치금으로 구성돼 있어, 계약이 종료될 경우 유동성 위기와 IPO 흥행 차질이 동시에 우려되는 까닭이다. 케이뱅크는 내년 7월까지 IPO를 완료하지 못하면 재무적 투자자들의 콜옵션 행사, 동반매각청구권(Drag-along)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업비트와의 제휴 논의 결과 및 향후 전략과 관련해 정해진 바는 없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코인원과의 제휴도 추진했으나, 코인원 역시 기존 제휴 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재계약하는 방향에 무게를 둔 것으로 파악된다. 코인원은 2022년 NH농협은행에서 카카오뱅크로 파트너를 변경한 이후 매년 계약을 연장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가상자산 수탁 시장 진입이 시급한 상황이다. 가상자산 기반 실명계좌 제휴가 은행의 디지털 수신 기반 확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새 정부 들어 스테이블코인을 비롯, 비트코인 실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등 가상자산 제도화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타며 마음이 바빠졌을 거란 평가다.

      실제로 최근 가상자산 거래소를 둔 은행권의 경쟁은 치열하다. 현재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은행은 케이뱅크(업비트), 국민은행(빗썸), 카카오뱅크(코인원), 신한은행(코빗), 전북은행(고팍스) 등이다. 

      특히 지난 3월 KB국민은행은 7년간 계좌를 연동해 온 농협은행의 자리를 뺏고 빗썸과의 재계약을 성사시키며 은행권의 주목을 받았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국민은행이 빗썸과 제휴를 시작한 뒤 일주일간 신규로 유입된 가상자산 관련 예치금 규모가 1조7000억원에 달했다.

      업비트의 경우 일일 거래규모 기준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인만큼, 우리은행뿐 아니라 하나은행, 국민은행 등 여러 시중은행들이 제휴를 위해 물밑 작업을 벌여 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업비트와의 계약 연장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자 코인원을 포함한 다른 중소형 가상화폐 거래소들과도 접촉을 시도했으나 진전이 없었다"며 "중소형 거래소를 육성하는 방식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