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 대출 걸러라” 정부 칼날에…시험대 오른 은행 심사역들
입력 2025.07.10 07:00
    가계대출 급증에 사업자대출 전수조사 예고
    일선 심사역 업무폭탄, 금융당국 ‘첫 책임’도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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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은행 대출 심사역들의 역량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가계대출이 빠르게 증가하자, 정부가 규제의 고삐를 당기고 있고, 금융당국은 은행 대출 심사 과정까지 정조준하고 있다. 정책 리스크와 심사 부담이 동시에 커지면서, 일선 은행 창구에는 ‘업무 폭탄’이 떨어진 분위기다.

      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달 중 시중은행,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개인사업자대출의 ‘용도 외 사용’ 여부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사실상 주택 구매 목적의 우회 대출을 걸러내기 위한 조치다.

      사업자대출은 일반 가계대출에 비해 규제가 느슨한 편이다. 주택을 담보로 할 경우, 감정가의 최대 85~90%까지 대출이 가능하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도 상대적으로 완화되어 있다. 다만 이 대출은 명시된 사업 자금 용도에만 사용되어야 하며, 주택 매입 등 용도 외 사용은 ‘편법 대출‘로 간주된다.

      금감원은 최근 일부 은행에서 이러한 우회 대출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고, 신용평가서, 임대차계약서, 카드 매출 내역 등 서류의 정합성 여부까지 검토하는 조사를 준비 중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 따라 은행 대출 심사역들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특히 사무실 겸 주거 공간, 유튜브·SNS 기반 개인사업자 등 경계가 불분명한 창업 유형이 늘면서, 대출 목적을 정확히 판별하기가 더욱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실제 은행들은 이달 들어 사업자 대상 임대차 실재성 조사를 병행하고 있다. 실제로 임차한 사업장인지, 혹은 주택 구매를 위한 형식적 서류인지를 구분하기 위한 절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형식적으로는 사업자대출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주택 구입 목적일 가능성이 다분한 사례들이 있다”며 “현장에서 이를 가려내는 건 심사역의 개인 역량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어 부담이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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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같은 정부의 압박은 급증한 가계대출 증가세를 배경으로 한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2025년 1월 734조원에서 6월 755조원으로 21조원 증가했다. 특히 6월 한 달 동안에만 약 7조원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부동산 시장 회복 기대감과, DSR 3단계 시행을 앞두고 대출 수요가 ‘막차’로 몰린 영향이 크다.

      은행들은 규제 강화 이전에 자금 수요가 집중된 만큼, 심사에 소요되는 시간도 급증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최근 심사 부서의 업무량이 이전보다 크게 증가했다”며 “정부의 조사 방침이 내려온 상황에서, 어떤 서류도 대충 넘길 수 없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현재 가계대출 총량 관리와 대출 심사 프로세스 정밀화라는 ‘이중 압박’에 직면해 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초과한 은행들에 페널티를 부과하고 있으며, 전수조사 결과에 따라 은행의 심사 책임까지 물을 수 있다. 

      다만 일선 현장에서는 인력 부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시중은행들이 본점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심사 인력 역시 줄어드는 추세다. 현 정부 들어 업무량이 크게 늘고, 대출 심사에 대한 전문성 요구까지 높아진 상황에서 대응 역량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심사 부서에 1차적 책임이 있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하고 있다”며 “최근처럼 대출 수요가 급증한 시점에 심사 인력의 부담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