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성장은 거침없는데…이제 숙제는 바이오에피스 신약
입력 2025.07.25 07:00
    삼성바이오, 올해 상반기 별도 매출 2조원대 기록
    공장 증설·수율 개선 등 제조 역량 그대로 이식
    삼성에피스, 과거 신약 프로젝트 줄줄이 중단해
    반도체 이어 바이오 띄우려면 '신약' 승부수 필요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이 무죄 판결을 받으며 사법 리스크를 해소한 가운데 삼성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신약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삼성그룹이 직접적으로 신약 개발을 미래 사업으로 제시하진 않았지만, 바이오 사업을 향한 이재용 회장의 의지와 삼성그룹 바이오 계열사의 개편 과정을 고려하면 삼성이 신약 관련 사업에 출사표를 다시 던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리고 그에 걸맞는 이재용 회장의 승부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생산 능력 확대 추이를 기반으로 올해 연간 매출액의 전망치를 5조5705억원에서 5조7978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국내외 제약사와의 수주 계약 확대에 따른 공장 가동률 상승의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이는 지속해서 증가하는 실적에서도 엿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제외하고도 별도 기준 2조138억원, 영업이익은 9071억원이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6%, 영업이익은 61% 상승한 가운데, 영업이익률도 45% 정도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공장 가동률을 높이며 수주를 확대하면 향후 실적 성장세는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장 증설에 따른 감가상각이 진행되고 있지만, 제품 생산 확대 추이가 이를 상쇄한다는 설명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수주 확대를 위해 삼성바이오에피스와의 인적분할도 발표한 만큼 새로운 수주 발표도 실적 확대를 뒷받침한다.

      정희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고객사의 재고 확보 수요가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장 가동률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사업에서 신수종 사업의 혁신을 찾긴 어렵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궤도에 올렸지만, 공장을 확대하고 수율을 높이는 제조 사업 특유의 방식을 반복한 것이란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제품의 종류만 반도체에서 의약품으로 바뀌었다"며 "삼성그룹이 잘하는 제조 기반 역량을 바이오 사업에 이식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삼성그룹이 바이오 사업 실패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패스트 팔로워'라는 익숙한 전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결국 삼성그룹 바이오 사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선 연구개발(R&D) 중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제품 가격이 낮고 가격 인하 압박이 큰 바이오시밀러가 아니라 부가가치가 높은 신약 관련 사업으로의 도전이 가시화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이건희 선대회장의 반도체 사업처럼 이재용 회장의 대표 사업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그룹은 지분 정리 작업과 반도체 사업의 부진을 우선 해결해야 하지만, 동시에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야 하는 과제도 시급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의미 있는 성과를 내야 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수준 이상의 성과를 보여야 당시 기업 가치를 부풀렸다는 논란과 관련해 '그만큼의 잠재력이 있는 회사였다'는 명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향후 상장 공산도 커 기업 가치 확대를 위한 성과 입증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재용 회장도 바이오 사업을 신수종 사업의 대표격으로 키우는 모습이다. 앞서 "반도체의 성공 DNA를 바이오 신화로 이어가자"고 말한 데 이어, 지난해 말 고한승 전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을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임명했다.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의 인적분할을 발표했고,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공격적으로 R&D에 집중할 기반을 마련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현재 유전자 치료제를 비롯한 신약 프로젝트를 여럿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프로젝트는 이르면 올해 임상 단계에도 진입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신약 개발 소식에 바이오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내비치고 있다.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이 험난한 것은 물론, 성공 이후 국내외 시장에 안착시키기도 어렵다. 20여종의 국내 개발 신약 중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 시장에 진입한 것은 손에 꼽는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앞서 진행한 신약 개발 프로젝트들도 상당수가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췌장염 치료제는 일본 제약사인 다케다와의 협업을 종료했고, 개량신약으로 개발하려던 아토피 치료제는 내부적으로 개발을 중단했다고 전해진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역시 신약 개발 프로젝트와 관련해 별다른 진행 상황을 공개하진 않고 있다. 연구진들이 국내외 R&D 행사장을 찾곤 있지만, 췌장염 치료제 이후 회사가 신약 프로젝트를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다만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항체-약물 중합체(ADC) 기업과 공동 연구 개발을 추진한 점을 고려하면 ADC 신약 후보물질이 핵심 프로젝트가 될 공산이 크다. 올해 임상 단계에 진입할 물질도 ADC 관련 후보물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신약 기업이라면 결국 데이터가 받쳐줘야 한다"라며 "삼성이라는 브랜드, 막대한 자금만으론 성공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