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계 증권사 실적 희비 가른 '충당금'...하반기엔 모두 'WM 집중'
입력 2025.07.29 07:00
    신한·우리, 기저효과 바탕 실적 개선…하나·KB는 대체투자·충당금 부담
    커지는 WM부문 중요성…ELS 판매 등 은행·증권 리테일 협업도 확대 모양새
    RWA 규제 완화 기대감…"정책 흐름 따라 실적 반등 모멘텀 달라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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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코스피 3200 돌파' 등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이어진 국내 증시 호조에도 불구하고, 은행계 증권사들은 엇갈린 실적을 기록했다. 신한투자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은 전년 대비 실적 개선세를 이어갔지만, KB증권과 하나증권은 대체투자 부실 및 손실충당금 반영 등으로 실적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신한투자증권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25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자기매매 수익이 4189억원으로 19.6% 상승하며 실적을 이끌었고, 업금융(IB) 수수료 수익도 26.5% 늘어난 1093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2분기 순이익은 15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8%, 전 분기 대비로는 40%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각종 금융사고에 따른 내부통제 리스크 부각으로 실적이 부진했던 기저효과가 반영되며 정상화 흐름을 보였다는 분석이다.

      우리투자증권도 투자매매업 본인가 및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출시 등 본격적인 영업 개시 효과로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 171억원, 영업이익 149억원을 기록하며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48.7%, 189.9% 증가했다.

      반면 KB증권과 하나증권은 충당금 적립 규모가 늘어나며 지난해 대비 실적 성장세가 꺾였다. 

      하나증권은 해외 대체투자 자산에서 손실이 발생하며 수익성이 악화됐다.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18.6% 줄어든 1068억원, 영업이익은 26.1% 감소한 1188억원에 그쳤다. 타사 대비 트레이딩 수익이 둔화한 상황에서, 해외 자산 손실을 반영해야만 했던 것이 배경이다.

      KB증권은 상반기 순이익과 영업이익이 각각 3424억원, 44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9%, 11% 감소했다. 부동산 PF 관련 자산에 대해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반영한 탓이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KB증권의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은 '제로'였지만, 1분기 200억원에 이어 2분기 620억원을 쌓으며 올 상반기엔 총 820억원을 반영했다.

      WM는 물론 IB와 트레이딩 부문이 견조하게 성장하며 충당금적립전 영업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4900억여원 대비 300억원 증가했지만, 충당금을 대거 반영하며 당기순이익이 줄어든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한·우리 등은 전년도 실적 기저가 낮아 회복 흐름을 보인 반면, 하나는 해외 대체투자 부실, KB는 PF 충당금 등 비용 증가가 실적 하락의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대비되는 상반기 실적을 받아든 은행계 증권사들의 하반기 성과는 정부의 정책 방향과 자산관리(WM) 부문 역량 강화에 따라 갈릴 것이란 전망이다. 

      WM 부문은 부동산 PF 부실 등 위험 부담이 큰 IB 부문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증권사들이 전략적으로 비중을 확대해왔다. 상반기엔 증시가 견조하고 시중금리가 하락하며 트레이딩 부문의 수익이 예상보다 높았지만, 하반기에는 자산 가격의 추가 상승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WM 부문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하는 분위기다.

      실제 KB증권은 지난해 말 WM 디지털 조직을 비대면 중심으로 개편하고, 연금 자산관리 센터를 신설하는 등 WM 사업 확대에 나섰다. 초고액자산가를 위한 'KB 패밀리 오피스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신한금융그룹도 최근 WM 기반 재무복지 플랫폼 '신한 Premier 워크플레이스 WM'을 선보이며 계열사 간 협업을 강화했다. 하나증권 역시 은행과 연계한 '하나 패밀리오피스 원 솔루션' 등 초고액 고객 대상 리테일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홍콩 H지수 ELS 사태로 인해 은행권에서 고위험 상품 판매가 중단된 점도 증권사의 리테일 중심 전략 전환에 영향을 미쳤다. 당시 손실 규모가 4조6000억원에 달했던 ELS 판매 중단 이후, 은행지주들은 계열사인 증권사의 창구 기능을 강화했다. 

      최근 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에 대한 규제가 현실화되면서 증권사와 은행 간의 연계 협업이 더욱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고위험 ELS 상품의 거점 점포 판매 재개를 준비 중이며, 이르면 9월부터 전체 은행 점포의 약 10% 정도에서만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금융당국이 검토 중인 은행계 금융지주에 대한 RWA(위험가중자산) 규제 완화 여부도 증권사 실적에 영향을 줄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자 장사' 지양과 첨단산업 투자 확대를 강조한 이후,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는 금융업계 전략에 중대한 요소로 부상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간담회를 통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중심의 자금 공급 구조에서 벗어나 첨단·벤처기업에 자금이 유입되도록 RWA 산정 방식 개편을 예고했으며, 금융권은 100조원 규모의 첨단산업 펀드 조성에 협력하기로 했다. 

      그동안 은행계 증권사의 경우 레버리지 운용 한도가 타 비은행계 증권사 대비 제한적인 구조였기 때문에, RWA 규제가 완화될 경우 자기자본 활용도 측면에서 일정 부분 업사이드가 열릴 수 있다는 평가다.

      증권사 한 금융연구원은 "은행계 증권사들은 그동안 레버리지 활용 측면에서 제약이 있었던 만큼, RWA 규제 완화는 실적 반등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최근 정부의 금융정책 발표가 기대 이하라는 반응이 나오면서 증권주에 대한 투자심리는 물론 증권사의 실적 전망에도 변수가 발생하는 모습"이라며 "하반기 증권사 실적은 정책의 방향성과 증시 흐름이라는 두 가지 변수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