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업종은 1500억달러 펀드 수혜 기대에 강세…HD현중 4%대 급등
반도체·자동차·2차전지 약세 전환…"호재 이미 반영, 실적 따라 변동성"
-
한·미 양국이 자동차를 포함한 주요 품목에 대해 상호관세율 15%로 합의하며 무역 리스크는 일단락됐지만, 국내 증시는 관망세 속 제한적 반등에 그치고 있다. 조선 업종은 수혜 기대에 강세를 보이고 있으나, 이를 제외한 반도체·이차전지·자동차 등 주요 산업 관련주는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되며 일제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관세 이슈가 이미 주가에 선반영된 영향으로 해석된다.
31일 오전 10시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53포인트(0.11%) 오른 3258.00을 기록 중이다. 장중 고점은 3288.26까지 올랐으나 이후 상승폭을 축소했다. 코스닥은 806.37로 0.34% 상승 중이다. 환율은 1390.0원으로 출발해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수급 측면에서는 개인이 코스피에서 2011억원, 외국인이 552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기관이 2899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상승을 제한했다. 코스닥에서는 개인만 374억원을 순매수하고 있으며, 외국인과 기관은 동반 매도 우위다.
시장은 전일 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한·미 무역협상 타결을 '일정 부분 선반영된 재료'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이번 협상으로 국내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상호관세율은 25%에서 일본과 같은 15%로 인하됐지만, FTA 체결국인 한국 입장에서는 여전히 '상대적 손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일본·EU는 기존 2~3% 수준의 평균 관세를 부담해왔으나, 한국은 FTA 체결국으로서 그간 대부분 품목에서 0% 관세를 적용받아 왔다. 이번 협상에서 15%의 상호관세가 도입되면 실질적인 관세 인상 폭은 한국이 가장 크다는 해석이다. 자동차만 놓고 봐도 일본보다 2%포인트 이상 불리한 조건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조선 업종은 유일하게 관세협상 체결 수혜 기대에 강세를 보였다. 이번 협상에 포함된 '한미 조선협력 펀드(1500억달러 규모)'에 대한 수혜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HD현대중공업은 장중 4.56% 급등하며 시가총액 상위주 중에서 두드러진 강세 흐름을 나타냈다.
반면 수출 주도 업종은 오히려 선반영된 기대감 소화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1.23%), 삼성전자(-1.39%), LG에너지솔루션(-1.77%), 현대차(-2.43%) 등은 모두 하락세다. 이차전지와 바이오 등 일부 품목은 미국 측으로부터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보장받았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반영된 호재로 간주하며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정부는 쌀과 소고기 시장을 '레드 라인'으로 지키는 데 성공했다. 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은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과 쌀 시장 개방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우리 정부는 식량 안보와 농업 민감성을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당국은 "대미 농축산물 무역적자가 80억달러에 달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개방은 실익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미국산 LNG 및 농산물 수입 확대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 우려가 다시 부상할 수 있다는 점은 경계 요소로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LNG·에너지 수입 규모는 1000억달러로, 우리나라의 기존 수입액 대비 약 5배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이날 오전 열린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무역협상 타결로 관련 불확실성은 다소 완화됐지만, 미·중 통상 분쟁과 글로벌 교역 여건 변화에 대한 주의는 여전히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시장은 관세 리스크 해소 자체보다는 '이미 반영된 기대'를 확인한 이벤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실적·수급 등 개별 이슈에 따라 종목 간 희비가 갈릴 수 있다는 신호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협상은 최악을 피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기대가 선반영된 종목들이 많은 만큼, 단기적으로는 개별 종목 간 차별화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시간외 거래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가 각각 8%, 11% 급등하는 등 실적주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글로벌 방향성은 여전히 실적에 따라 출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