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산중 현대차…관세 파도 넘으니 눈앞에 노란봉투와 역대급 임단협까지
입력 2025.08.07 07:00
    취재노트
    '긴 터널' 초입에 선 현대차
    관세 15%도 버거운 현대차…年 5~7조원 실적 감소 전망
    노란봉투법은 결국 법사위 통과
    노조는 주 4 ~4.5일제 주장, 역대급 요구안 제시
    수익은 급감, 비용은 급증…꼬여가는 '재무' 스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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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현대차그룹의 최대 난제였던 한미 관세협상이 마무리됐다. 최종 15% 관세 부과란 성적표는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결코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지만, 25% 관세와 비교하면 '최악의 시나리오'만은 피한 것은 분명하다. 

      한미FTA협정에 따른 '무관세' 혜택이 사실상 사라지면서 앞으로 현대차와 기아 등 현대차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엔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그래도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관세 협상이 끝났고, 불확실성이 걷힌 현대차그룹이 본격적으로 세부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데에 위안을 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불가항력적인 대외 환경의 변화는 일단락됐지만, 내수시장에서의 문제가 만만치 않다. 현대차그룹의 고질적인 디스카운트 요인인 노사문제는 점점 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 들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일 전체회의에서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일명 노란봉투법을 통과시켰다. 노란봉투법은 하청과 비정규직 노동자가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할 수 있고, 원청은 노동장의를 문제삼아 노조 또는 노동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게 주요 내용이다.

      법사위 통과 하루 전,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노란봉투법이 통과하면 잦은 파업으로 인해 산업생태계를 뿌리째 흔들 것"이라고 우려를 전했다. 주요 기업 임원들도 한 목소리를 냈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정상빈 현대차 정책개발실장(부사장)은 "입법이 진행된다면 경영상 모든 내용을 노조와 합의해야 하기 때문에 사업을 추진시 절차적·비용적 애로 사항이 많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기존에 노란봉투법이 도입됐다면 현대차그룹의 대규모 미국 투자는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평가도 있다. 

      지난 2022년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전기차 전용 공장 건설을 포함한 13조원 규모의 투자를 발표하자 노조는 "국내공장 투자가 전제되지 않은 해외공장 투자는 용납할 수 없다"며 맞섰다. 2021년엔 미국에 74억달러(약 8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한 직후,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회사의 일방적 투자계획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힌다"며 "조합원을 무시하는 일방통행은 파국을 부를 뿐이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 같은 노조의 반발이 가능한데는 사측과 노조의 단체협약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노사의 협의는 안정적인 노동환경 조성에 반드시 필요한 요건이긴 하지만, 경영 판단 과정에서 경영진이 노조의 과도한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단 지적도 있다. 

      단체협약에 따르면 사측은 신차종을 양산할때 생산량과 투입 인력을 노조와 사전에 협의해야한다. 신차종의 연구개발 등과 관련해서도 조합에 설명해 의견을 반영하도록 명시돼있다. 해외투자의 경우, 해외공장, 차종 투입 계획을 확정할시 고용안정위원회의 심의 의결을 거쳐야한다는 내용도 있다.

      상법 개정에 이어 노란봉투법까지 빠르게 추진되면서 재계 전반의 부담은 상당히 커지고 있는 상황인데, 이 와중에 현대차그룹은 노조와의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엔 7월초에 열린 12차교섭에서 잠정 합의안을 도출해 일주일만에 조합원 찬반투표까지 마치며 6년 연속 무분규 타결 기록을 세웠다. 올해는 이미 12차 교섭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상황에서 휴가철에 돌입했고, 노사는 내달 13차 교섭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노조는 정년연장과 주 4.5일제 도입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전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 900%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엔 호봉승급분을 포함해 11만2000원, 상여금 750% 수준에서 노사가 합의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노조의 요구 수위가 올해 한층 더 높아졌단 평가가 나온다. 기아 역시 유사한 수준의 요구안을 제시했다. 다만 성과급 기준을 영업이익의 30%로 주장했고, 근무시간은 주 4일제 근무제 도입을 요구한 상태다.

      사측은 관세 여파로 인한 경영 여건이 악화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영업이익은 미국 발 관세 부과 정책으로 인해 연간 5~7조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공급망의 다변화, 현지 생산량 증가, 일부 차종에 대한 가격 인상 등으로 수익성 일부를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 수 년간 이어졌던 전례없는 호황이 지속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연간 예상 수익이 급격히 줄어들고, 고정비의 지출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노동 시장 정책이란 변수까지 등장하자 수 년간 고속도로를 거침 없이 달려온 현대차가 다시금 긴 터널 속으로 진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