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파운드리 기회 열린 삼성전자…현지 경쟁사로 인력 이탈 걱정도 부상
입력 2025.08.08 07:00
    테슬라로 반전 계기 마련해낸 파운드리…현지 조직 꾸리는 中
    이재용 회장 '비메모리 2030' 비전까지 걸려 있는 핵심 승부처
    사기 치솟아야 할 때 어수선한 내부…임원 LTI 비교 목소리까지
    테일러팹發 인재 유출 악순환 더 커지기 전 사기 충전 카드 필요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전자가 테슬라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협력을 공식화하며 현지 사업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기대감이 차오른다. 임직원 성과보상 체계를 두고 여전히 내부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전해지지만, 반전의 계기는 마련됐다는 평이 많다. 

      그러나 인재 확보를 비롯해 현지 인력 관리에 대한 우려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인력 이탈이 늘어난 지난 수년 추세가 테일러 팹(Fab)에서 반복되면 어떡하느냐는 걱정들이 전해진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삼성전자는 반도체(DS) 부문에서 내년 가동 예정인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팹에 파견할 인력을 모집 중이다. 지난 31일 회사가 테슬라로부터 165억달러(원화 약 22조7647억원) 규모 파운드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재공시한 대로 현지 조직을 꾸리는 과정이다. 이미 지난 7월부터 일부 인원이 선발대 격으로 건너가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된다. 

      작년 9월 인력을 철수시키고 가동 시점을 늦추기로 결정한지 1년여 만에 멈췄던 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한 셈이다. 시장에선 테일러팹과 테슬라의 협력 성과가 삼성전자는 물론 이재용 회장에게도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회장은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2030년까지 삼성전자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부를 세계 1위로 올려놓겠다는 '비메모리 2030' 비전을 내놨다. 테일러팹은 해당 비전의 성패를 가늠하는 핵심 기지다. 미국 정부가 막대한 보조금 투입을 약속한 사업장이기도 하다. 고객이 없어 정상 가동이 될까 걱정하던 차에 테슬라와 맞손을 잡게 됐으니 어떻게든 유의미한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실패하면 감당하기 어려운 손실이 예고돼 사활을 걸어야 할 전장으로 통한다. 

      오르는 주가처럼 임직원 사기도 치솟아야 할 시기지만 쉽지 않은 기류가 감지된다. 삼성전자의 사업부별 목표달성장려금(TAI) 지급률은 불과 한 달여 전 사내에 공지됐다. 파운드리 사업부의 TAI는 0원이 책정됐다. TAI는 초과이익성과급(OPI)과 별개로 사업 목표 달성도에 따라 반기에 한번 지급하는 성과급이다. 메모리 사업부(25%), 시스템LSI(12.5%), 반도체연구소(12.5%)와 대비된다. 

      시기가 겹치는 임원 대상 장기성과인센티브(LTI)와도 비교된다. 회사는 지난 28일 자사주로 지급한 LTI 내역을 공시했다. LTI는 만 3년 이상 재직한 임원을 대상으로 3년간 경영실적에 따라 지급하는 성과급 중 하나다. 회사는 올해부터 책임 경영과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LTI 일부를 자사주로 지급하는 방안을 도입했다. 

      사장급부터는 LTI 80% 이상을 자사주로 받는다.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 직무대행이 2만2679주를 받아 1위를 기록했다. 지급 당일 종가(7만400원) 기준 15억9660만원이다. 이어 정현호 사업지원TF 부회장이 1만3419주(9억4469만원), 박학규 사업지원TF 사장이 9820주(6억9132만원)을 각각 수령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원래도 파운드리 사업부가 DS 내 다른 사업부에 비해 성과보상이 박하다, 지원은 안 해주면서 쥐어짜기만 한다는 인식이 많았다. 작년부터 메모리 중심으로 인사 이동이 잦았던 터라 더 어수선한 듯하다"라며 "언론보도 등 외부에 비쳐지는 것과 내부 분위기가 다른 데다 임원 LTI까지 공시된 참이라 더욱 비교가 되는 모양새"라고 전했다. 

      테일러팹이 문을 열면 인력 관리의 어려움은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지난 3년 동안 해마다 퇴사자가 증가해왔다. 작년에만 6459명이 퇴사했다. DS 부문에선 연차를 막론하고 SK하이닉스로 이직도 부쩍 늘었다. 핵심 인력 상당수가 엔비디아나 마이크론, 퀄컴 등지로 옮겨간 것이 밝혀지며 위기설에 기름을 붓기도 했다. 대부분 미국 현지에서 삼성전자 이상의 보수를 지급하는 곳들이다. 테일러팹을 성공적으로 가동시키려면 S급 인재를 상당수 투입해야 한다. 미국으로 간 인력들이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으려는 문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경쟁사 마이크론으로만 가도 연봉이 3배가량 오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자녀 영어 교육 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현지의 우호적인 상속세율 등도 매력적"이라며 "미국 주재원 중 상당수는 경쟁사에서 오퍼를 받거나 이직을 타진했다가 실패한 인력들만 귀국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테일러팹 가동을 앞두고 경영진이 내부 사기를 북돋아줄 카드 하나쯤은 마련해야 할 거라는 지적도 뒤따른다. 

      모처럼 부활 신호탄이 쏘아올려진 지금이 성과보상 체계를 손 볼 타이밍이라는 얘기다. 테슬라라는 큰손 고객사도 잡았고, 하반기부터는 시스템LSI에서 발생하는 캡티브(내부 매출)도 늘어나는 등 크고 작은 호재들이 예정돼 있다. 이미 투자업계에서는 파운드리 가동률 회복과 적자 축소를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정무적으로라도 주가를 올려야만 하는 때라 파운드리의 역할이 부쩍 커진 참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어차피 앞으로 반도체는 국가 대항전처럼 굴러갈 수밖에 없다. 인력을 뺏고 빼앗기는 것도 전장의 일환이라 삼성전자도 더 적극적으로 달려들어야 한다"라며 "수주 산업인 파운드리는 특히 고객사와 직접 접촉하는 실무자들이 사업 냄새를 맡고 키우고 해야 한다. TSMC에 비해 레거시가 부족한데 인재까지 밀리면 재반격에 나서는 게 불가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