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법률자문 착수…시행령 개정도 검토
은행권 "영업비밀 침해"…농협은행 우려
금리 경쟁 격화 vs 평균 수렴 효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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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금고 이자율을 공개하라는 당정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이자율 공개를 위한 법률자문에 나섰고, 하반기에는 시행령 개정 등 사후절차에도 나선단 계획이다.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지자체금고 이자율이 공개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은행권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최근 은행들의 지자체 금고 이자율 공개가 가능한지 여부를 묻기 위한 법률자문을 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3일 이재명 대통령이 지방자치단체 금고 운영 투명성 제고를 위해 은행들의 금고 이자율 전수조사를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지방정부의 금고 선정과 이자율 문제는 체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정부 차원에서 전국 지자체를 다 조사한 다음에 정부에서 표로 만들어서 공개하는 게 가능한지 검토해보라"고 밝혔다.
은행들은 금고 이자율이 정보공개법상 영업비밀에 해당돼 공개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방회계법 및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협력사업비나 금고 약정기간, 금고지정 변경 등의 사항은 지자체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되고 있지만 이자율은 별도로 공개되고 있지 않다.
앞서 지난 13일 대통령실에서 열린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언급한 자료 또한 은행권이 직접 제출한 자료가 아니라 기초와 기말 잔액 등을 비교해서 이자율을 산출한 자료다. 이때문에 자료의 이자율이 실제보다 훨씬 낮거나, 괴리가 크다는 게 은행권 주장이다.
이에 행안부는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금고 이자율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지만, 은행들이 이를 거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행안부는 지난 1일 은행들의 금고 이자율이 비공개 사항인지 여부에 대한 법률자문을 구하면서 은행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행안부는 먼저 이자율 공개가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한 뒤 필요 시 이를 위한 시행령 개정 등의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이자율 공개 외에도 금고 경쟁 입찰 시 금리 항목에 매기는 배점을 기존 대비 확대하는 방안 또한 고려하고 있다.
민주당 한 의원실 관계자는 "금고 이자율이 영업비밀에 해당되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어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자율 공개를 시행령으로 할 수 있는지, 아니면 추가적인 배점 유도를 위한 법률 개정이 필요한 것인지 등은 정부와 여러 맥락에서 논의 중에 있다"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이같은 움직임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이자율이 공개될 경우 전국 지자체 금고의 70%를 갖고 있는 농협은행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은행권에선 "사실상 농협은행을 겨냥한 것 아니냐"라는 관측도 나온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지자체 금고의 경우 시중은행들은 2금고를 맡는 경우가 많아 영향이 덜하지만, 1금고는 지방은행과 농협은행이 주로 맡고 있어 이번 이자율 공개 시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농협은행은 공공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특성상 예산 및 기대수익이 적은 군금고 등을 관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타 시중은행과의 경쟁이 없는 입찰에 참여하기 때문에 그만큼 금리 경쟁력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를 '이자율'로만 줄세우기 할 경우 숫자로는 타격이 클 거란 예상이다.
농협은행 한 관계자는 "민간 은행들은 예산이 커서 수익이 나는 지자체의 경쟁 입찰에 들어가지만 농협은 공공적인 성격이 있어서 규모가 작은 금고들을 운영하고 있다"라며 "외부 전문가들이 금리 외에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금고 은행을 선정하는데, 단순히 이자율만 공개하는 게 어떤 효과가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걸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들은 이자율 공개와 함께 금리 항목에 대한 배점이 높아질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기존에 공개 중인 항목인 협력사업비 외에 금리까지 공개할 경우 지자체 금고 쟁탈을 위한 금리 경쟁이 격화하면서 금고 입찰 경쟁에 더 많은 비용을 써야 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관영업에서는 금리와 출연금이 가장 민감한 사안"이라며 "만약 이자율을 공개하거나 배점에 변화가 있다면 영향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금고 이자율 공개 시 지자체 뿐만 아니라 전국 금고의 이자율을 공개하기 때문에 각 지역이나 금고별로 편차가 큰 이자율이 평균 수준으로 맞춰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리를 '덜' 내면서 이득을 취하거나, 너무 많이 제시해 출혈 경쟁을 하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4월 나라살림연구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지자체 금고 이자수입률은 최고 4.7%에서 최저 0.5%로 큰 차이가 난다. 지자체에서 정확한 이자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실제 이자율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이 수치만놓고 비교 시 평균 금리인 2%대로 수렴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자율 공개 시)다른 곳보다 더 많이 주던 쪽에서는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수 있고, 덜 받던 지역은 더 받을 수도 있다"라며 "전체적으로 중간에서 수렴하지 않을까 예상한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