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구조 견조…저비용으로 자금조달 가능"
레이블·지분 인수…M&A 투자부담은 약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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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가 국내 엔터테인먼트사 최초로 공모 회사채 발행을 염두에 두고 신용등급을 받았다. 신용평가사들은 하이브의 글로벌 아티스트 지적재산권(IP)과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강점으로 꼽으면서도,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따른 투자 부담과 업종 특유의 변동성을 약점으로 지적했다.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하이브의 기업신용등급(ICR)을 'A+', 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이브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받은 신용평가 결과다.
ICR 등급은 회사채 발행과 관계없이 기업의 전반적인 신용도를 나타내는 등급이지만, 통상 회사채 조달의 신호로 여겨진다. 자본시장법상 무보증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하려면 2곳 이상의 신평사로부터 신용평가를 받아야 한다. 무보증 회사채 신용등급을 받기 전 ICR 등급을 통해 발행 가능성 등을 판단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A+' 등급은 발행사가 회사채 시장에서 저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투자젹격 수준이다. 특히 엔터사 중에서 공모 회사채를 조달한 경우가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간 엔터사들은 은행 차입이나 유상증자,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 위주로 자금조달을 하거나 사모 회사채 발행을 이어온 바 있다.
시장 상황도 나쁘지 않다. 금리 인하 기조로 인해 최근 회사채 조달 금리도 낮아지는 추세다. 실제로 지난 12일 기준 민간채권 평가회사 3사(민평 3사) 평균 무보증 회사채 3년물 A+ 회사채 금리는 3.291%로 집계됐다. 하이브가 오는 2028년을 만기로 우리은행에서 대출한 자금의 금리 수준이 3.96%인 점을 고려했을 때 공모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금융비용을 더 낮출 수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엔터사 중 첫 신용등급 획득으로 견조한 재무구조를 자본시장에 입증한 셈"이라며 "채권시장에서 저비용으로 자금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평사들이 꼽은 하이브의 최대 강점은 글로벌 아티스트 IP를 통한 견조한 현금창출력이다. 방탄소년단(BTS)이라는 초대형 아티스트뿐 아니라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르세라핌 등 여러 팀을 보유한 멀티 레이블 체제를 구축하면서 매출 기반을 넓혔다.
재무적인 측면에서도 일정 부분 강점이 부각된다. 지난 6월 말 연결기준 하이브의 부채비율은 61.0%, 차입금의존도는 22.0%로 나타났다. 현금 및 장단기금융상픔은 1조5935억원으로 총 차입금 규모(1조2346억원)를 상회하고 있다.
또 차입금 중 3635억원(액면금액 4000억원)은 CB로 구성돼 향후 해당 CB가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차입부담이 일부 감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브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대규모 투자에 따른 재무부담이다. 하이브는 그간 적극적으로 레이블을 인수하거나 지분을 확장하면서 외형을 키워왔는데, 이 과정에서 대규모 자금 소요가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투자 기조가 향후에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업계에서는 이번에 신용등급을 받으면서 공모채 시장 진입 가능성을 열어둔 것도 결국 투자 재원을 시장성 조달로 충당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해외 사업 확장이나 추가 M&A에 대비해 자금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업종 특유의 불확실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신용도와 조달 비용이 달라질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아티스트 라인업 리스크 역시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BTS 멤버들의 군 복무 등으로 인한 활동 공백과 뉴진스 활동 중단 여파, 신규 아티스트 데뷔 관련 초기 비용 인식 등으로 인해 지난해부터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하이브의 연결기준 영업이익률은 ▲2023년 13.6% ▲2024년 8.2% ▲2025년 상반기 기준 7.3% 등의 순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또 최대주주인 방시혁 이사회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방 의장의 하이브 보유 지분율은 31.6%다. 엔터산업 특성상 최대주주 대상 수사가 소속 아티스트 활동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신평사들도 관련 이슈 진행 사항에 대해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5일 하이브 주가도 이에 영향을 받으며 전일 대비 2.05% 빠진 28만6000원에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