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 발행어음 한도 소진 임박…9000억 증자 등 '총력전'
미래에셋, 한투에 비해 넉넉한 발행어음 한도에 '신중론'
NH, 뒤늦은 증자...'이번 기회 놓치면 3년간 경쟁 어려워'
-
금융당국이 연내 종합투자계좌(IMA) 및 발행어음 신규 인가 심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이번 인가전에는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이 도전장을 던졌다. 업계에서는 증권사별 이해관계와 전략에 따라 IMA 인가를 바라보는 시각 차가 뚜렷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7월 금융위원회에 IMA 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NH투자증권은 이달 내 신청서를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서류 심사와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 재무 건전성 평가 등을 거쳐 이르면 4분기 결론을 낼 전망이다.
IMA는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에게 허용되는 제도로, 고객 자금을 증권사가 통합 운용해 수익을 나누는 구조다. 기존 발행어음 레버리지 한도가 자기자본의 200%였다면, IMA는 300%까지 확대된다. 최소 요건인 8조원을 충족하면 최대 24조원까지 운용 여력이 생긴다. 업계는 이를 IB(투자은행)·S&T(세일즈앤트레이딩) 부문 경쟁력의 분수령으로 본다.
세 회사 가운데 IMA 인가가 가장 절실한 곳은 한국투자증권이다. 인가 신청서를 가장 먼저 낸 것도 한국투자증권이다. 6월 말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고는 17조9725억원으로 자기자본(약 10조5000억원) 대비 한도치(약 21조원)의 85%를 수준이다. 기존 발행어음만으로는 운용 자산 확대가 어려운 만큼, IMA 인가를 통한 레버리지 확장이 필수적이란 평가다.
한국투자증권은 인가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26일 9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하며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증자 후 자기자본은 약 11조4000억원으로 늘어난다. 회사는 IMA 사업에 대비해 중위험·중수익 글로벌 상품 역량을 강화하고, 투자처 활용 계획까지 준비한 상태라는 분석이다.
'1호 IMA 사업자'를 두고 경쟁하는 미래에셋증권은 상대적으로 신중한 태도라는 평이다. 발행어음 한도가 넉넉하고, 원금 보장 성격의 IMA가 실익이 크지 않다는 내부 판단이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6월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 발행어음 잔고는 7조4733억원으로 자기자본(약 10조원) 대비 한도치(약 20조원)의 45% 수준에 불과하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은 인가 자체에는 의미를 두지만, 운용은 보수적으로 가져갈 계획”이라며 "수익성보다는 선점 차원에서 신청했다는 해석이 많다"고 말했다.
예상을 깨고 뒤늦게 뛰어든 NH투자증권의 행보는 해석이 분분하다. 지난해말 기준 NH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7조3291억원으로 요건(8조원)에 못 미쳤으나, 지난 7월 31일 최대주주 농협금융지주를 대상으로 6500억원 유상증자를 결의하며 진입 장벽을 넘었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신청을 유보했던 회사가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금융당국이 4월 발표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올해 IMA를 신청하지 않으면 이후 재신청까지는 최소 3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IMA가 최소 1년의 거치기간을 두는 폐쇄형 구조로 출시될 가능성이 큰만큼, IMA 없이는 WM 영업 경쟁이 쉽지 않을 거란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일단 외형적 요건을 맞추는 데 집중했을 거란 평가다.
일각에서는 윤병운 대표의 연임 구도와 맞물려 있는 게 아니겠냐는 시각도 나온다. 윤 대표 임기는 내년 3월 만료된다. 취임 후 리테일 강화 전략과 실적 개선세를 보였지만, 농협중앙회의 인사권과 관련한 여진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어 연임 여부를 현 시점에서 예단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NH투자증권이 급하게 인가 신청서를 제출하며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대비 준비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아 실제 지정을 위해선 갈 길이 바쁜 상황이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