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어려워지는 상장사 M&A...'마이너스 프리미엄' 고려할 판
입력 2025.10.10 07:00
    상법 개정 이어 의무공개매수 도입 기정사실
    매각 프리미엄 줄고, 살 때는 자금 부담 커져
    정부 눈치에 소액주주 지분 매입도 고려해야
    급히 팔려면 '시가'보다 낮게 내놔야 할 수도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상장사 M&A를 추진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소액주주 보호 정책이 강화하는 중에 의무공개매수 도입 논의도 진행 중이다. 의무공개매수 제도가 도입되면 매도자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희석되고, 인수자의 조달 부담은 커진다. 시장가보다 낮게 매물을 내놓아야 거래가 성사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우리 상법에선 합병이나 영업양수도 방식 M&A엔 주식매수청구권 등 주주 보호장치를 두고 있다. 그러나 M&A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식양수도 방식에선 주주 권리를 보호할 장치가 미흡했다. 이전 정부부터 시작된 소액주주 보호 논의는 이번 정부 들어 더 탄력을 받고 있다. 의무공개매수 제도도 그 중 하나다.

      이와 관련 현재 국회에 발의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5건이다. 세부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핵심은 일정 지분율 이상을 취득해 최대주주가 된 자는 소액주주 지분도 일정 부분 사야 한다는 것이다. 2022년엔 지분율 25% 이상 최대주주가 될 경우 나머지 주주 지분을 더 인수해 지분율을 50%까지 늘리도록 하는 안이 검토됐다.

      미국에선 역삼각합병 등을 활용해 지분율 100%를 거래하는 형태의 M&A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0~30% 지분만으로도 지배력을 갖는 경우가 많고, 이 지분을 내놓은 최대주주만 과도한 '경영권 프리미엄' 누리는 경우가 많다. 이를 의무공개매수를 통해 일반 주주들과 나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여야가 공히 문제 의식을 갖고 있는 만큼 시점 문제일 뿐 의무공개매수 제도가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 M&A 시장 관계자들도 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데 고민이 많은 분위기다. 프리미엄이 쪼그라드는 지배주주는 매각할 이유가 줄고, 돈을 더 써야 하는 인수자는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이거나 잠재적 대상인 상장사 M&A는 모두 이런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당장 공개매수가 의무화한 상황은 아니지만 상법상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는 도입된 상황이다. 매도자이자 경영자인 입장에선 소액주주들의 이익까지 고려해야 한다. 새 정부 초기 정책 방향과 어긋난 모습을 보이는 것도 부담이다.  '법적 문제는 없다'는 롯데렌탈 M&A는 소액주주 반발 속에 기업결합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

      특히 사모펀드(PEF)의 부담이 크다. 인수할 때부터 잠재 수익률 감소를 걱정해야 하고, 팔 때는 손에 쥐는 몫이 줄어든다. 매각을 진행하려면 소액주주 지분까지 비슷한 조건에 사줄 곳을 찾아야 한다. 당장 회수가 급하다면 눈높이를 낮춰야 할 수도 있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상장사 M&A를 진행하면서 의무공개매수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며 "소액주주 지분까지 사야한다고 가정하면 매도자 입장에선 프리미엄은커녕 지금 형성된 주가보다 낮은 금액에 물건을 내놓아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곳들도 있다. VIG파트너스도 비올 경영권을 인수하며 공개매수까지 진행했다. 당초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도 검토했지만 정부 기조에 맞추기로 했다. EQT파트너스 역시 더존비즈온 경영권 지분 외에 소액주주들의 지분도 공개매수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E&F PE는 올해 매각에 앞서 코엔텍을 상장폐지시켰다.

      M&A 후 상장폐지 전략도 고민할 게 많다. 행동주의나 헤지펀드 지분율이 10% 이상만 돼도 상장폐지를 저지할 수 있다. 이 경우 배당 확대 등 환원 압박이 강해지고 인수자의 '딜 스토리'가 왜곡될 가능성이 커진다. 행동주의가 미디어를 활용한 '이슈화'에 능한 반면, 제도권 PEF는 똑같은 카드를 꺼내기 부담스럽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상장사 M&A는 이사의 충실의무 도입, 공개매수 절차 강화, 평판 위험 등 문제로 실행 난이도가 높아졌다"며 "상장사 경영권 인수는 상장폐지나 지배구조 정리 계획이 명확히 나올 때만 고려하고 그 외엔 미드캡 비상장사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