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상 '사각지대' PRS…신평사, 체계적 평가정책 마련 나선다
입력 2025.10.14 07:00
    "상환 부담 있다면 차입거래로 분류 타당"
    "PF 지급보증처럼 우발채무 리스크 파악해야"
    콜옵션·스텝업 공시 부재하기도…실무상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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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기업들이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하는 주가수익스와프(Price Return Swap;PRS) 거래가 신용평가사의 새로운 평가 과제로 떠올랐다. 현재 회계상 부채로 분류되지 않는 구조적 특성 탓에 기업의 재무 리스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신용평가사들은 관련 자료 축적과 사례 분석을 토대로 체계적인 평가 정책 마련에 착수했다.

      PRS는 기업이 보유한 주식을 직접 매각하지 않고도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거래 구조를 갖고 있다. 증권사가 기업에 자금을 제공하고, 대신 해당 주식에서 발생하는 수익과 수수료를 받는다. 계약의 형식만 보면 파생상품 거래지만, 만기 시 정산 과정에서 기업이 부담을 떠안을 수 있어 사실상 차입거래와 유사하다. 그럼에도 현행 회계기준에서는 이를 부채로 보지 않아 재무제표상 차입 부담이 드러나지 않는다.

      신평사들은 공통적으로 "실질적인 상환 부담이 있다면 차입거래로 분류하는 게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재무 부담이 큰 기업이 주로 PRS 거래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신종자본증권이나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적용되는 평가정책과의 일관성을 지닌다고 밝혔다. 신종자본증권과 RCPS는 회계상 자본으로 잡히지만, 채무 성격을 반영해 자본인정비율을 산정한다. 발행 기업의 신용등급에서도 자본인정비율을 감안해 등급 평가가 이뤄진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도 회계상 자본이지만 100% 자본으로 보지 않는다. 보통 60%, 80% 수준으로 인정하며 과거에는 0%로 본 사례도 있었다"며 "PRS도 비슷한 맥락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신평사 관계자는 "마치 건설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지급보증처럼 PRS와 관련한 우발채무 리스크를 파악해야 한다"며 "PRS는 부의 부채로 계상되며, 기초자산이 되는 주식의 지분가치 변동성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회계기준원과 금융위원회도 유사한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회계기준원과 금융위는 PRS가 자본인지 부채인지 해석하기 위해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내부적으로 논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회계기준원은 증권사가 PRS 계약을 통해 기업 자회사 지분 의결권을 넘겨받되, 가격변동위험은 상대 기업이 계속 질 경우 어떻게 회계처리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부채'로 인식하라는 답변을 냈다. 신속 처리 질의 방식으로 회계기준원의 공식 의견은 아니지만, 거래 상대방의 대칭적 회계처리(미러링)를 고려할 때, 자금 조달 기업은 해당 거래를 담보차입금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신평사들은 현실적으로 계약 성격에 대한 공시가 충분하지 않아 실무상 어려움이 존재한다고 짚었다. 특히 콜옵션이나 스텝업 조항 등은 공시되지 않는 경우도 잦다.

      또 기업 입장에서 진성매각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업 회계처리에서 진성 매각으로 분류된 PRS 거래는 차입금으로 계상되지 않고 정산예정금액만 파생상품으로 재무제표에 반영되며, 관련 약정 내용과 규모만 주석사항에 기재된다.

      앞의 관계자는 "진성매각으로 인정되지 않은 경우 나머지는 담보부 차입으로 보고 있다"며 "콜옵션이나 스텝업 등 나머지 세부 조건들은 계약서 등 증빙 자료를 요구해 재무부담 리스크를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