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美 생산시설 확보해 리스크 낮추기 박차
플랫폼 기업은 기술이전 성과 업고 주가·시총 ↑
"바이오 실적 장세 전망…마일스톤까지 보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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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가 조선과 방산 등 주요 테마를 중심으로 꾸준히 상승한 가운데, 바이오 역시 연구개발(R&D) 성과와 기술이전 기대감을 앞세워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직접 제조·생산한 의약품을 수출하는 기업들은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 여파를 우려하는 모습이나, 국내 증시가 유동성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 변화하며 바이오 기술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들의 성과에 투자자들이 다시 한번 베팅하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삼성바이오·셀트리온 미국 관세 여파 촉각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이달 들어 주목하는 이슈는 미국 정부의 의약품 관세 부과 움직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월1일부터 수입산 의약품에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수입산 의약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4월 "대규모의 의약품 관세를 발표하겠다"고 말했고, 이후 7월에는 "수입산 의약품에 예를 들어 최대 20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도 전했다.
미국 정부가 수입산 의약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국내 기업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기존보다 높은 관세가 제품 수출에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이 늘어나는 측면에서도 의약품 관세는 국내 기업의 경영 활동에 제약이 될 전망이다.
이를 증명하듯 셀트리온이 지난달 미국 공장 인수 계약 체결을 발표한 당일, 이 회사 주가는 16만원대에서 18만원대로 뛰었다. 현지 공장 인수를 통해 관세 리스크를 덜어냈다는 평가가 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른 기업들도 관세 리스크 낮추기에 한창이다. 먼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 움직임을 지켜보며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 회사는 앞서 미국 공장 부지 인수를 검토했으나 성사되지 못했고, 미국 현지 투자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치료제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어 현지 생산시설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관세 영향을 줄이려는 모습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비롯한 바이오시밀러 기업은 대비책을 마련하며 관세 여파를 계속해서 살펴보고 있다.
의약품 관세와 관련한 세부안이 나오지 않아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해외사와 여러 수주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를 두고도 관세 여파가 제한적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내 생산시설의 필요성이 커진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은 의약품 관세에 미리 대응했기 때문에 영향은 상당히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라면서도 "관세가 실제 부과된다면 미국 공장 확보는 장기적으로 관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전상장 준비하는 알테오젠…실적 장세 돌입
국내 신약 개발 기업들은 관세 여파의 우려에서 다소 비껴간 분위기다. 관세 부과로 인해 국내 제약·바이오 시장 전반이 영향을 받을 순 있겠으나 신약 개발 기업은 후보물질이나 개발 기술을 지식재산권(IP) 형태로 거래하기 때문에 관세 부과 대상이 아니다.
되레 국내 증시에 유동성이 돌며 바이오 종목으로 투자심리가 몰리고 있다. 특히 글로벌 빅파마를 대상으로 여러 건의 기술수출을 성사했거나, 비만치료제와 같은 시장의 관심이 높은 파이프라인을 개발하는 기업들은 다시금 주식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알테오젠, 펩트론, 에이비엘바이오를 비롯한 바이오 기업들의 주가는 연초 대비 크게 상승했다. 알테오젠은 올해 1월에만 해도 주가가 30만원대였으나 9월말 45만원대로 솟았다. 펩트론은 같은 기간 9만원대에서 30만원대로, 에이비엘바이오는 2만원대에서 9만원대로, 리가켐바이오는 10만원대에서 14만원대로 주가가 올랐다.
특히 알테오젠은 제형 변경 기술을 개발해 미국 머크(MSD),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빅파마와 기술이전 계약을 여럿 체결한 점이 주가를 올렸다. 최근에는 세계 의약품 시장 매출 1위인 키트루다에 알테오젠의 기술이 적용된 제품이 미국 허가를 받으며 새 성장 동력도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코스닥시장에서 코스피로 이전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알테오젠의 성장이 폭발적이었던 만큼 '제2의 알테오젠'을 찾으려는 움직임도 거세다. 시장에서는 비만치료제와 리보핵산(RNA)치료제 개발 기업들이 알테오젠과 유사한 성과를 거두지 않겠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투자자들도 임상 결과와 기술 협력에 주목하며 유망 기업을 물색하는 모습이다. 몇몇 기업들은 이미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먹는 비만치료제 임상 결과를 발표한 일동제약은 자료 공개 당일인 9월29일 직전 거래일 대비 27% 상승한 3만3900원에 마감했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바이오 기업들에 수치 증명의 시대가 온 듯하다"며 "기존에는 임상 결과 기반의 기대감이 주가를 올렸다면 이제는 기술이전 이후 마일스톤 유입까지 보여줘야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기존에는 바이오 섹터가 함께 움직였다면 최근에는 비만치료제, 세포유전자치료제(CGT), 플랫폼 등 별도로 움직인다"라며 "그만큼 섹터가 커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만치료제 다음은 RNA치료제가 기대된다"며 "해외에서는 관련 시장이 이미 빠르게 열리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