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가 갈아치우는 HD현대일렉트릭·LS일렉트릭…호황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
입력 2025.10.28 07:00
    3분기 호실적에 연이은 '신고가'
    국내외 증권가, 목표주가 일제히 올려잡아
    수주 단가 상승에 호황 장기화 전망 지배적
    AI 경쟁 확대될수록 전력망 인프라주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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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HD현대일렉트릭과 LS일렉트릭 주가가 신고가 부근을 맴돌고 있다. AI 산업 확장 속도가 가팔라지며 전력 인프라가 반도체 못지않은 핵심 자산으로 부상한 결과다. 두 회사 모두 3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는데, 호황기가 언제 끝날지 가늠하기 힘들 만큼 산업 사이클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HD현대일렉트릭은 3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회사는 매출 9954억원, 영업이익 2471억원을 내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2%, 50.9%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24.8%로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적을 끌어올린 건 북미향 초고압 변압기다. 전력기기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87.7% 늘었다. 올해 누적 수주는 35억달러를 기록했는데, 전체 수주잔고에서 북미 비중이 66%까지 확대됐다.

      23일 실적발표 이후 HD현대일렉트릭은 연이어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주가는 단숨에 주요 증권사 목표주가를 앞질렀고, 증권가에서 목표주가를 후행해 올려 잡는 모습까지 연출됐다.

      SK증권은 HD현대일렉트릭 목표주가를 반년 만에 35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올렸다. 하나증권은 지난 7월 56만원에서 90만원으로, 같은 기간 유안타증권은 60만원에서 91만원으로 각각 상향했다.

      증권가에선 여전히 실적이 지속 성장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공급 부족이 장기화되고 있어 단가 인상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회사가 북미 배전시장으로의 사업을 확장 중인 점도 긍정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AI 선점을 둘러싼 글로벌 빅테크들의 설비투자 확대가 이어지면서 전방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며 "자연스럽게 병목으로 지목돼 온 전력망 인프라에도 자금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주 단가가 매년 높아지고 있어 매출 인식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고, 산업 사이클의 호황 종료 시점도 예측이 어려운 단계"라고 설명했다. 

      외국계 증권사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UBS는 HD현대일렉트릭 목표주가를 57만원에서 92만원으로 끌어올렸다. 3분기 실적에서 관세 부담을 제외하면 실제 마진이 25%를 넘는단 점에 주목하며, 회사의 근본적인 수익 창출력이 강화됐다고 봤다. UBS는 또 2년 6개월에 달하는 수주잔고를 확보한 만큼 향후 성장 가시성 역시 담보됐다고 분석했다. JP모건 또한 목표주가를 기존 65만원에서 81만5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한 만큼 글로벌 피어 대비 밸류에이션 부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HD현대일렉트릭에 국내 증권사들이 적용하는 멀티플은 PER 30배 수준인데, 해외 주요 피어 그룹은 26배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방 산업에 대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돼 주가가 더 오를 것이란 쪽에 무게를 두는 시각이 우세하다.

      LS일렉트릭도 3분기 실적 개선세를 이어갔다. 매출은 1조2163억원, 영업이익은 10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1%, 51.7%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8.3%로 관세 부담에 다소 눌렸지만, 북미 데이터센터향 배전반과 초고압 변압기 수주가 성장세를 견인했다. 수주잔고는 4조1000억원으로 분기 기준 최대치를 경신했다. 

      회사는 초고압 변압기 시장으로의 확장도 본격화하고 있다. 부산 제2공장 증설로 생산능력이 확대될 예정이며, 북미 대응을 위해 텍사스에 복합캠퍼스도 짓고 있다.

      실적 발표 후 LS일렉트릭 또한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LS일렉트릭에 대해 국내 증권사들은 목표주가를 38만~42만원으로 제시했다. SK증권은 목표주가를 기존 22만원에서 42만원으로 상향했고, 하나증권은 34만원에서 38만원으로 올려잡았다.  

      JP모건은 목표주가를 33만5000원을 유지하면서도, AI 데이터센터 수주 모멘텀과 ESS 성장세를 감안할 때 여전히 미국 AI 붐의 직접 수혜주라는 점은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전력 인프라 산업 전반의 성장성이 높게 평가되면서 초고압변압기를 주력으로 하는 HD현대일렉트릭은 배전시장으로, 배전시장을 주력으로 하는 LS일렉트릭은 초고압 변압기 시장으로도 사업 영역을 지속 확대해 가는 모습이다. 

      JP모건은 한국 전력설비 섹터 전반에 대해 '비중확대' 의견을 제시했다. 전력설비 업종은 재생에너지와 AI데이터센터, 송전망이라는 3대 축을 기반으로 아직 상승 여력이 크다는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