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L 자회사·정상화펀드로 부실 정리 속도전
펀드·자회사로 이전 후 회수 지연…실질 매각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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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업권이 PF 부실 압박을 벗기 위해 연체율 낮추기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시장에선 파킹(Parking) 논란이 다시 고개 들고 있다.
금융당국이 연체율 관리 목표를 잇따라 제시하자 업권 전반이 NPL 자회사 설립과 정상화 펀드 조성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지만, 매각 구조를 들여다보면 ‘실질 매각’으로 보기 어렵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상호금융권에 평균 연체율을 연말까지 4%대 수준으로 낮출 것을 요구했다. 6월 말 기준 상호금융권(새마을금고 제외)의 연체율은 5%대 중반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연체율이 가장 높은 신용협동조합(신협)에 대해 연말까지 6%대로 낮출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협의 연체율은 6월 말 기준 8.35%다. 금융 당국은 수협(7.82%)과 산림조합(7.45%), 농협(4.70%) 등에도 연체율 1~2%포인트 인하를 권고할 것으로 전해졌다.
저축은행업권에도 하반기 연체율 관리가 강하게 주문됐다. 업계에는 연말까지 연체율을 5~6% 수준으로 낮추라는 주문이다. 당국이 연내 가시적인 PF 부실정리 성과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각 업권은 이에 대응해 NPL 자회사 설립과 PF 정상화 펀드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NPL 자회사인 MG AMCO를 출범했고, 신협중앙회는 KCU NPL 대부의 자본금을 대폭 확충했다. 수협중앙회는 Sh대부를, 산림조합중앙회는 SJ NPL 대부를 설립하며 자체 정리 체계를 구축했다.
저축은행업권도 PF 부실자산 정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중앙회는 올해 상반기에만 다수의 정상화 펀드를 조성해 1조원대 중반 수준의 부실자산을 정리했다. 9월 말 조성된 5차 정상화 펀드는 7000억원대 규모로 알려졌으며, 연말까지 6차 펀드도 준비 중이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여기에 더해 100% 자회사 NPL 전문관리회사인 '에스비(SB) NPL 주식회사'를 설립해 부실채권 전문 정리 기능을 강화했다.
문제는 PF 부실을 직접 털어내는 구조인가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크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연체율만 빠르게 낮추는 효과를 노린 파킹딜 아니냐는 지적이 반복되고 있다. 실질 부실을 펀드나 NPL 자회사로 이전해 지표 개선만 빠르게 만들고, 정작 처분·회수는 미뤄지는 구조라는 해석이다.
PF 정상화펀드는 초기부터 '진성매각(True Sale)' 논란이 있었다. 저축은행들이 모펀드에 출자하고 자펀드가 같은 업권의 부실 PF 채권을 사들이는 모자형 구조 특성상, 출자자와 채권 매도자가 사실상 동일해 이해상충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다. 이 때문에 3차 정상화펀드부터는 선·후순위 구조를 도입하고, 후순위에는 매도 저축은행들을 섞어 넣고, 선순위에는 외부 투자자를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구조적 보완이 이뤄졌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여전히 파킹딜 성격이 짙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핵심은 실제 손실이 장부에서 제대로 제거됐느냐는 점이다. PF 자산을 펀드로 넘겨도 실질적인 경·공매 처분 없이 만기까지 보유하는 정황이 반복되면, 부실이 정리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시점만 뒤로 미뤄지는 결과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PF 정상화펀드가 처음 조성될 당시에도 내부 실무진 사이에서는 "이 방식으로 매각해도 되는 것이냐"는 질의가 지속됐다는 설명이다.
한 NPL 업계 관계자는 "자료 조사를 하다보면, 실제 할인을 40~50%는 해야 하는데, 20~30% 정도만 할인해서 펀드에 넘긴 정황이 많다"라며 "나중에 경공매를 가면 50%까지 더 떨어질 수 있는 자산인데, 펀드로 넘긴 부실 사업장을 아직 경공매로 넘기지 않아 손실을 인식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NPL 자회사 또한 ‘진성매각’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분석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권의 부실채권 처리를 위해 설립된 유암코 역시 초기에는 '파킹' 논란을 겪었으나, 이후 공정가치심의위원회와 경쟁입찰 등 투명한 매입 절차를 도입하며 신뢰를 회복했다.
반면, 현재 상호금융업권의 NPL 자회사들은 경·공매 절차를 통한 담보 처분 등 실질적인 정상화 기능이 아직 충분히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 남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암코는 은행들이 출자해 만든 자회사이지만 담보를 실제 매각해 수익을 얻는 진성매각 구조다"라며 "반면, 상호금융의 일부 NPL 자회사들은 담보를 처분하는 순간 모회사에 손실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실질 처분이 지연되는 정황이 있다. 현재 구조는 파킹에 가깝고, 결국 '진성' 구조를 얼마나 설계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