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금융 확대가 ‘연임 비용’으로 이어질지 관심
비은행 실적 온도차 뚜렷…부진 계열사 조기 교체론도
증권·보험 선방, 카드·캐피탈 부진…인사 폭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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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신한금융지주가 다음 달 초 최고경영자(CEO) 진옥동 회장의 연임 여부를 확정한다. 이사회는 내주 롱리스트(예비 후보군)를 압축해 회장 후보 심사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진 회장의 연임 여부와 함께 뒤이어 진행될 계열사 CEO(최고경영자) 인선에도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오는 18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열고 롱리스트를 압축할 계획이다. 이후 면접 등을 거쳐 최종 숏리스트(적격예비후보)를 확정하고 전체 이사회 투표를 거치면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마무리된다. 진 회장의 연임 여부는 12월 첫째 주 결정될 전망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진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취임 이후 지주 실적 흐름을 안정적으로 끌어올렸고, 현 정부 정책 기조에도 발맞추며 대외적 관계 관리가 무난했다는 평가가 배경이다.
신한금융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3조1000억원대로 사상 최대를 기록 중이다. 취임 첫해인 2023년에는 기저효과로 순이익이 다소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5조9056억원에서 6조1009억원으로 확대됐다. 2024년에는 순이익이 4조5582억원으로 역대 최대치에 올랐고, 신한은행은 6년 만에 리딩뱅크를 탈환했다.
다만 연체자나 신용등급 하락자를 중심으로 대출 금리를 낮춘 조치가 부실채권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신한은행은 1조원 규모의 서민 대출 금리를 낮추며 최초로 두 자릿수의 대출 이자를 한 자릿수로 조정하는 정책을 시행했는데, 이는 향후 충당금 부담을 키울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3분기까지 금융지주사들이 쌓은 대손충당금은 4조9431억원이었던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9% 증가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역대급 충당금을 쌓았던 2023년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신한금융도 1조5043억원을 적립했다. 시장에서는 “상생금융 확대가 대출채권 회수 부담을 키운다면 연임 비용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4분기 실적 변수가 남아 있는 가운데 비은행 계열사의 ‘온도 차’는 인사 판단의 주요 기준이 될 전망이다. 진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일부 계열사는 재정비가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있다. 올해 신한금융의 비은행 실적은 증권·보험 부문의 호조가 카드 부문의 부진을 간신히 상쇄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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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 비은행 계열사인 신한카드의 실적 부진은 뼈아프다. 신한카드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38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했다. 대출 규제에 따른 카드론 축소, 지속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연체채권 회수율 하락 등으로 수익성이 약화했고 대손비용까지 늘었다.
지난해 4분기 희망퇴직 등 일회성 비용으로 실적이 80% 이상 급감한 뒤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과중한 인건비 구조가 회복 속도를 더디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창훈 사장은 지난해 말 본부장급에서 사장으로 파격 승진하며 구조조정 미션을 부여받았지만, 신한카드 매각 및 구조조정 작업이 지연되면서 입지가 만만치 않다는 평가도 있다.
신한캐피탈도 실적 하락 폭이 크다.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9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 감소했다. IB·기업금융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부동산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부동산 PF 리스크 확대로 충당금 부담이 커진 점이 실적을 제약했다. 리테일 비중이 높은 KB캐피탈과 대조되는 지점이다.
신한캐피탈을 이끄는 전필환 사장은 지난해 선임돼 아직 임기가 남아 있다. 일본 현지법인 SBJ 법인장 시절 경영관리 능력을 인정받았고, 부임 후 관리자산 전담 조직을 꾸려 재구조화·매각 등 회수 작업에 집중해 왔다. 다만 올해 실적 악화는 향후 인사 평가에서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신한라이프는 실적 호조가 뚜렷하다.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51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1% 증가했다. 창사 이후 분기 누적 기준 최대 실적이다. 환급성이 높은 단기납 종신보험 상품을 통해 영업 기반을 다졌고, 최근에는 건강보험 중심으로 전환하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경쟁 심화에 대응하기 위해 각종 특약을 추가하면서 수익성이 다소 낮다는 평가도 있다.
이영종 사장은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된다. 그가 연임할 경우 업계 관행인 ‘2+1년’ 임기 규칙이 깨지는 셈이다. 3년간 실적 개선을 이끌며 진 회장의 신임을 받았지만, 내부 이슈로 잡음도 있었던 만큼 연임 여부는 예단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신한자산운용 역시 CEO 임기 만료를 맞는다.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365억원으로 전년 대비 33.3% 감소했지만, 이는 전주페이퍼 매각에 따른 일회성 이익이 반영됐던 지난해 기저효과의 영향이 크다. ETF 부문은 조선·테마형 상품이 흥행을 거두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김정현 총괄 본부장 등 ETF 라인의 승진 여부가 주목된다.
신한자산신탁 이승수 사장과 신한EZ손해보험 강병관 사장도 올해 임기가 끝난다. 신한자산신탁은 책임준공 관련 소송이 남아 있지만, 지난해 적자에서 올해 흑자로 전환하며 3분기 누적 순이익 194억원을 기록했다. 패소에 대비해 대손준비금 적립을 늘리고 있는 가운데 이 사장의 연임 여부가 관심사다.
반면 신한EZ손해보험은 출범 이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누적 손실은 270억원에 달한다. 강 사장은 2022년 취임 후 지난해 말 1년 임기가 추가 부여돼 올해 성과를 입증해야 했지만, 수익성 개선이 더딘 만큼 연임 가능성에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대체로 진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지만, 일부 실적 부진 계열사의 경우 인사 폭이 일정 부분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주 실적은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비은행 부문의 실적 온도차가 뚜렷해 연임 여부와 별개로 조직 재정비 범위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