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으로는 보수적 포지션 유지 불가피"
대형사 '과민반응' 평가…"금리 인하 선반영 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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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에 최근 채권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연내 금리 인하 기대를 전제로 포지션을 구축했던 운용사들은 금리 급등에 따른 손실이 커지자 서둘러 포지션을 축소하는 분위기다. 특히 운용자산(AUM) 규모가 작은 중소형사는 프랍(자기매매) 부문을 중심으로 손절이 대거 발생하고 있다.
채권시장 강세론은 한동안 금리 인하 가능성을 근거로 유지돼 왔다. 하지만 한은의 정책 스탠스가 금융 안정에 더 초점이 맞춰지면서 시장의 인하 기대가 크게 후퇴한 상황이다. 당국이 부동산 정책 효과를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경기 둔화 우려를 근거 삼아 금리 인하를 서두를 상황도 아니라고 판단하면서다. 최근에는 예금 금리가 채권 수익률보다 높은 상황까지 나타나며 강세 포지션을 운용하던 하우스들의 손실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A 운용사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다들 손실이 발생한 건 크게 놀랄 일이 아니다"라며 "문제는 여기서 금리가 추가로 오를 경우 손실을 감당하기 어려운 곳들을 중심으로 추가 손절 매물이 더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이창용 한은 총재의 매파적 발언 이후 단기물 금리가 30bp(1bp=0.01%포인트) 가까이 뛰면서 국채 매도세가 패닉에 가까웠다"며 "기재부와 한국은행이 시장 진정을 시도해 낙폭이 제한된 정도"라고 설명했다.
중소형 운용사에서는 금리 변동폭에 따라 손실 규모가 크게 확대되자 프랍 포지션을 줄이거나 인력을 재배치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10월 여전채 3년물(AA+) 금리가 3.3%대를 넘어가던 시점부터 손절이 본격화했다는 평가다. 여전채 금리는 올해 들어 2%대에 진입하며 하락세를 그려왔으나, 기준금리 동결 기조에 오름세를 보였다. 여전채 금리는 기준금리와 밀접하게 연동돼 움직인다.
B 운용사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여전채 금리가 올라가면서 손절 물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연말로 갈수록 유동성 부담도 커지는 만큼 중소형사들은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포지션을 축소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C 운용사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 종료 시점이라는 인식이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채권시장 손실이 커졌다"며 "인력 풀이 좁은 하우스일수록 변동성에 대한 대응이 쉽지 않다. 단기적으로는 보수적 포지션 유지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입장 차이는 있다. 대형 운용사들은 이번 금리 급등을 일시적 과민반응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D 운용사 관계자는 "금리 인하 종료 시점이 빨라졌다는 해석은 가능하지만 이를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연결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시장 내 금리 인하 선반영이 과도했던 부분을 되돌리는 과정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손절 등 급격한 조정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됐고, 지금과 같은 변동성이 반복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국내 외환거래(FX)시장이 선진국 수준임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E 운용사 관계자는 "국내 채권금리 상승을 한국 경제 고유 요인으로만 보기 어렵다"며 "엔화 동반 약세, 글로벌 달러 강세 흐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통화정책 불확실성 해소로 금리와 환율의 동반 급등 현상은 점차 진정될 것"이라고 했다.
금리 전망과 관련해선 연내 인하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도 내년에는 인하 압력이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도체 수출 회복 등으로 성장률 전망은 개선됐지만, 전반적인 레벨은 여전히 낮아 내년 경기 둔화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 "연초 이후 금리가 오르긴 했지만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감안하면 결국 인하 필요성이 커질 것"이라며 "지금은 주식이 상대적으로 유리하지만 내년에는 채권 매력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