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햄·원산지·위생' 논란 지속…가맹점 갈등·규제 움직임에 구조적 불확실성 확대
방송 복귀에도 "단기 모멘텀 그이상 효과 없을 것…펀더멘털·지배구조 개선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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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상장 1년을 맞은 더본코리아의 주가가 고점 대비 반 토막 수준에 머물며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오는 17일 '남극의 셰프' 프로그램을 통해 약 6개월 만에 방송 복귀에 나서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주가 반등의 직접적인 계기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방송 노출을 통한 '개인 브랜드 프리미엄'만으로 상장 후 드러난 더본코리아의 구조적 리스크를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11월 6일 상장한 더본코리아의 주가는 14일 장중 2만6000원 아래로 밀리며 1년 사이 사상 최고가(6만4500원) 대비 60% 하락했다. 공모가(3만4000원)와 비교해도 20% 이상 낮은 수준이다. 올해 들어 코스피가 60% 넘게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더본코리아의 상대적 부진이 뚜렷하다는 분석이다.
주가 하락에는 반복된 오너 리스크와 실적 약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올해 초 자사 제품 '빽햄' 가격 논란으로 일어난 '빽햄 사태'를 시작으로 농지법 위반 의혹, 원산지 표기 오류, 공장 위생 문제 등이 순차적으로 불거지며 브랜드 신뢰도가 크게 저하됐다. 백 대표 개인 브랜드 의존도가 높았던 만큼, 논란은 곧바로 기업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지는 구조였다.
실적 악화도 부담으로 꼽힌다. 더본코리아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손실 224억원, 순손실 23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 줄어든 741억원이었다. 상반기 기준 매출은 1849억원, 영업손실은 163억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이 약 16% 감소하며 적자 전환했다. 회사 측은 "상반기 실적에는 약 300억원 규모의 가맹점 대상 상생지원금 집행 효과가 반영됐다"고 설명했지만, 비용 요인을 제외해도 실적 저하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가맹점주와의 갈등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백 대표는 지난 5월 대국민 사과와 함께 방송 활동 중단을 선언했지만, 일부 점주들의 반발이 지속됐다.
최근 연돈볼카츠가맹점주협의회는 백 대표의 방송 복귀 결정에 반발하며 MBC 사옥 앞에서 방송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백 대표를 둘러싼 논란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더군다나 백 대표는 지난달 국정감사 출석 요구에 대해 해외 출장을 이유로 응하지 않았지만, 방송 복귀에 나서는 것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오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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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대표의 방송 출연이 단기적으로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 증권사 ECM 실무자는 "대표자 브랜드와 기업 이미지 간 연동성이 높은 만큼 심리적 부담을 완화하는 요인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가맹점주 갈등, 규제 강화, 실적 부진 등 구조적 변수들이 해소되지 않은 만큼 주가 반등 동력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더본코리아뿐 아니라 프랜차이즈 업종 전반이 직면한 구조적 리스크도 부담 요소로 지목된다. '백종원 사태' 이후 명륜당 등 일부 브랜드에서 불법 고금리 대출 의혹이 제기되며 업종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여기에 최근 발의된 가맹사업법 개정안(일명 '백종원 방지법')은 규제 부담을 한층 키우는 요인이다. 개정안은 정보공개서 등록 전 1년 이상 직영점 3개 운영, 기존 가맹점 대상 매년 예상 매출자료 제공, 필수물품 규제 강화 등을 담고 있다.
이 같은 규제 환경은 상장을 검토하던 프랜차이즈 기업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IB업계에서는 "프랜차이즈 업종은 마진 구조가 낮고 규제 노출도가 높아 공모 시장에서 평가가 더욱 보수적으로 변했다"며 "성장 가능성 등 프랜차이즈 업종의 고질적인 약점 구조를 개선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IPO 성사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프랜차이즈 업종의 구조적 취약성을 다시 확인시킨 사건이라고 본다. 증권가 한 스몰캡 연구원은 "외식 프랜차이즈 업종은 대표자 리스크와 운영 시스템 리스크가 반복되는 구조"라며 "대표자 브랜드 의존도를 줄이고 지배구조·점주 관리 체계를 정비하는 것이 기업가치 안정화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백종원 개인의 영향력은 여전히 크지만, 동시에 개인적인 이슈로 인해 업종 전반의 신뢰도 하락이 누적된 상황"이라며 "단기 모멘텀보다는 수익구조와 운영체계 개선이 확인돼야 의미 있는 주가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