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 풋옵션 기한 임박한 서진시스템…유암코가 구원투수 나설까
입력 2025.11.17 07:00
    FI들 전동규 대표 대상 풋옵션 보유
    행사기한 늦췄지만 자금 대응 의문
    새 투자자 물색…유암코도 검토 나서
    반도체·통신 등 중요 사업 지원 의미
    구조조정 성격 아니라 투자는 불투명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반도체·통신장비 전문기업 서진시스템은 재무적 투자자(FI) 자금을 돌려줘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당장 FI의 풋옵션(매수청구권)을 받아주기 쉽지 않은 만큼 새 FI를 물색하는 등 해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유암코가 서진시스템 투자 검토에 나선 분위기인데 '구조조정' 성격에 맞느냐는 고민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진시스템은 여러 차례에 걸쳐 사모펀드(PEF)를 대상으로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가 2015년부터 파트너로 동행을 이어가고 있고, 이후 SKS프라이빗에쿼티도 투자자로 나섰다. 누적 투자 규모만 수천억원에 달한다. 투자자들은 작년까지 CB를 주식으로 교환했다.

      작년 4월 크레센도, SKS PE와 전동규 서진시스템 대표는 풋옵션 계약을 맺었다. 투자자가 보유한 지분 1063만여주(CB 제7·8·10·11회차 전환분)를 전 대표나 전 대표가 지정하는 제3자에게 주당 3만2000원에 사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풋옵션 행사 시 주식 매입에 300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투자자들은 지난 6월 26일 이후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동규 대표가 대규모 자금을 일시에 조달하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전 대표는 투자자들과 협의 끝에 풋옵션 행사 시점을 올해 연말까지로 6개월 연장했다. 크레센도나 SKS PE 모두 현 경영진과 우호적인 관계로 알려졌다.

      시간을 벌긴 했지만 상황은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동규 대표는 여전히 풋옵션 문제를 안고 있다. 연말 주가가 3만원 이상이면 행사 시점을 추가로 연장할 조건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근 주가는 2만원 중반대를 오간다. 전 대표 지분은 상당 부분 금융권 담보로 잡혀 있다.

      전동규 대표 입장에선 신규 자금을 조달해 기존 투자자를 내보내든, 보유 지분과 기존 투자자 지분까지 묶어 팔아 새로운 대주주를 맞든 해야 한다. 이에 회계법인을 통해 새로운 투자자를 물색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풋옵션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행사하기는 쉽지 않아 기한을 연장했다"며 "큰 틀에서 투자 구조를 다시 바꾸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 FI 풋옵션 기한 임박한 서진시스템…유암코가 구원투수 나설까 이미지 크게보기

      잠재 투자자들이 서진시스템 투자 기회를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유암코도 관심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유암코는 최근 주요 법무법인을 대상으로 입찰요청제안서(RFP)를 뿌렸다. 정확한 기업명은 적시하지 않았지만 서진시스템 투자 관련 업무를 맡기기 위함이었다. 유암코는 FI 지분에 전동규 대표 지분 일부까지 묶어 인수해 25% 안팎의 지분율을 확보하는 안을 구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필요 자금은 4000억~5000억원에 달한다.

      유암코는 다양한 기업재무안정PEF를 운용하며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서진시스템의 경우 정부가 육성에 힘을 싣는 분야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에너지저장장치(ESS), 반도체, 통신, 전기차 및 배터리 등 다양한 산업 분야의 장비와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유암코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움직일지는 미지수다. 초반엔 자문사 선정을 서둘렀지만 최근엔 '내부 검토'를 더 하겠다는 기류로 돌아섰다. 서진시스템이 구조조정 전문 투자사가 투자하기에 적합한 대상이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분위기다. 회사는 지배구조를 둔 고민이 있긴 하지만 최근 실적은 꾸준히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실무진이 서진시스템을 보고 있긴 하지만 구조조정을 하는 유암코의 사업 취지에 맞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