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키움·NH도 잇달아 1조 돌파…'2분기 피크아웃' 우려 불식
"내년 IMA 인가·금리 인하 사이클이 증권업 향방 가를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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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4000선 등 증시 활황에 힘입어 주요 증권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거래대금 급증과 투자은행(IB) 부문 회복, 자산관리(WM) 확장세가 겹치며 분기별 이익 체력이 크게 높아졌다.
2분기 실적이 정점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시장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며 실적 흐름이 반전됐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단기 호황에 그치지 않고 내년 종합금융투자계좌(IMA)·발행어음 인가 등 제도적 뒷받침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13일 각 증권사 공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5조65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8353억원으로 117.8%, 순이익은 6509억 원으로 96.8% 늘었다.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조9832억원으로, 국내 증권사 중 처음으로 연내 '2조 클럽' 진입이 유력하다.
브로커리지 부문에서는 거래대금 증가로 수수료 수익이 전분기 대비 18.5% 늘었고, 금융상품 판매 수수료도 31.4% 증가했다. ECM·DCM 주관 건수도 고르게 확대되며 IB 부문이 정상화됐다.
국내 주요 증권사 전반적으로 이익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삼성증권은 1~3분기 누적 영업이익 1조451억원으로 3분기 만에 1조원을 돌파했다. 분기 영업이익은 4018억 원(전년동기대비 +24%), 순이익은 3092억원(전년동기대비 +28.6%)을 기록했다. 브로커리지 수수료는 전분기 대비 18.5%, WM 수수료는 24.3% 증가했다.
키움증권 역시 3분기 누적 영업이익 1조1426억원을 기록하며 '1조 클럽'을 달성했다. NH투자증권은 1조23억원으로 전년 대비 36% 늘었다. 부동산 PF 리스크가 잔존하지만 인수금융·리파이낸싱 수요가 회복세를 보이며 실적을 방어했다.
미래에셋증권은 판교 알파돔시티 부동산 펀드 매각이익이 영업외수익으로 잡히며 회계상 영업이익은 2228억원으로 전망치를 하회했지만, 순이익은 18% 늘어나며 3분기 누적 기준 1조79억원으로 여전히 업계 상위권 수준을 유지했다.
14일 실적 발표를 앞둔 메리츠증권도 2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4485억원을 기록해 연내 1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업계에서는 올해 '1조 클럽'에 최소 6곳이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호황은 단순히 거래대금 확대에 따른 일시적 효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증권사별로 WM·IB·운용 등 핵심 부문이 고르게 성장하며 수익 구조가 다변화된 점이 특징이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거래대금이 늘어도 브로커리지 실적에 편중됐지만, 올해는 IB·운용·WM이 동시에 성장하며 수익 변동성이 완화됐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IMA 및 발행어음 인가도 증권사의 구조적 변화를 이끌 변수로 꼽힌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IMA 인가 심사 통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인가 시 자기자본 레버리지 활용도가 높아지고 기관 대상 대체투자나 자기자본 운용 수익성 확대가 가능해진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향후 증권업의 경쟁 구도는 단순한 실적 싸움이 아닌 자본 효율성 경쟁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호실적에 따라 12일 오후 장중 주요 증권주 주가는 일제히 상승했다. 한국금융지주 17만6500원(+4%), 삼성증권 8만2700원(+8%), 키움증권 29만7500원(+1.7%), 미래에셋증권 2만4500원(+6.5%), NH투자증권 2만2650원(+6%), 메리츠금융 12만700원(+3%)을 기록했다.
다만 밸류에이션 부담은 단기 리스크로 지적된다. 연초 이후 증권주가 급등한 만큼, 회계상 착시나 부동산 평가손익 변동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 가능성도 남아 있다. 실제 미래에셋증권은 실적 발표 당일 4% 급락했고, 한국금융지주(-1.05%)와 삼성증권(-2.68%) 역시 조정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실적을 '순이익 확대의 정점'으로 단정하기보다 구조적 체질 개선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증권업이 경기와 시장 환경이 맞물릴 때 얼마나 높은 이익 레버리지를 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 시기"라며 "단기 장세에 따른 반등이라기보다 자본력을 기반으로 한 수익 구조가 정착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금리 인하 사이클 진입과 IMA 인가 여부가 업황을 가를 핵심 변수"라며 "거래대금 둔화 국면에서도 IB·WM 중심의 안정적 이익 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지가 증권업 전반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