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리서치·SAIT 수장에 기술통 중용
사장단 인선은 최소화, 부회장 승진도 無
최고경영진 인재풀의 '한계' 지적도
신설 사업지원실, 두 대표이사 역학관계도 지켜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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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노태문 사장을 대표이사로 위촉하며 투톱 체제로 다시 전환했다. 반도체(DS) 부문에선 전영현 부회장이 자리를 유지했고, 모바일·가전(DX)에 노태문 사장을 공식적인 수장으로 앉힘으로써 DS와 DX부문에 균형을 맞춰 성장세를 이어가겠단 복안으로 풀이된다.
이달 초 사업지원TF의 실(室) 격상에 이어 정현호 부회장이 퇴진하며 부회장급 인선에 대한 전망도 나왔는데, 인사 폭이 최소화하면서 부회장단에 이름을 올린 인물은 등장하지 않았다.
이번 인사를 통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DS부문을 이끈 전영현 부회장 대한 신뢰를 다시금 확인했단 평가가 나오는데, 당분간 전 부회장의 그룹 내 영향력이 더욱 확대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2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올해 정기인사 사장 승진자는 1명, 위촉 업무가 변경된 인사는 총 3명이다.
기존 삼성전자의 대표이사이자 DS부문장, 메모리사업부장, SAIT(舊 종합기술원) 원장을 맡고 있던 전영현 부회장은 SAIT원장직을 내려놓고 나머지 보직은 모두 유지했다. SAIT원장직은 미국 하버드(Harvard) 대학교 교수 출신인 박홍근 신임 사장(2026년 1월 1일 입사예정)이 내정됐다.
삼성전자에서 '최연소' 기록을 써왔던 노태문 사장은 올해 인사에서 '부회장' 선임 가능성도 거론됐으나 승진자 명단엔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에 삼성전자 대표이사직에 올랐고, 직무대행을 떼고 공식적인 DX부문장으로 위촉됐다. 기존업무와 동일하게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의 역할도 맡는다.
삼성전자의 연구 조직인 삼성리서치의 수장은 삼성벤처투자의 대표이사를 맡았던 윤장현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며 자리를 맡는다. 윤 신임사장은 DX부문의 최고기술책임자(CTO)도 담당한다.
삼성전자는 그룹의 핵심 연구조직인 삼성리서치와 SAIT에 기술에 특화한 인사들을 수장에 보임하면서 확실한 기술적 성과를 내겠단 의지를 나타냈단 평가를 받는다. 윤장현 신임 삼성리서치장은 과거 MX사업부 IoT & Tizen개발팀장, 소프트웨어 플랫폼 팀장 등을 보직을 맡았고 24년말 삼성벤처투자 대표이사직에 올라 AI·로봇·바이오 투자를 주도했다.
박홍근 신임 SAIT원장은 25년 이상 화학·물리·전자 등 기초과학분야 연구를 이끌어온 석학으로 알려져있는데, 향후 양자컴퓨팅·뉴로모픽반도체 등 미래 디바이스 연구를 주도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수시인사를 통해 2명(최원준 MX사업부 최고운영책임자 사장, 마우로 포르치니 DX부문 최고디자인책임자 사장)을 선임한 바 있다. 그러나 정기 인사에서 사장 승진자 1명을 포함해도 최고경영진 인선의 폭이 상당히 작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의 상황을 비쳐보면 대대적인 인선을 단행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미 정현호 부회장의 퇴진과 사업지원실 신설로 인해 그룹 컨트롤타워 조직에 대대적인 변화가 있었던만큼, 사업부문의 인사에 대대적인 변주를 주긴 무리였을 것이란 평가도 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상황이 급반전한 메모리사업부, 이에 탄력을 받기 시작한 DS부문 등 전영현 부회장의 거취를 좌우 할만한 유인이 크지 않았단 의미다. 전 부회장은 오히려 삼성전자 내 유일한 부회장으로서 사업적 성과에 힘입어 영향력이 확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노태문 사장으로선 부회장단에 포함되지 못하며 점이 다소 아쉬울 수 있으나, 과거 DS부문의 부진 속에서도 DX의 핵심 인사로서 역할을 다한 점을 인정 받은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번 최고경영진 인사는 '변화'보단 '안정', '쇄신'보단 '성장'에 초점을 맞춘 인사란 평이 많다. 하지만 삼성전자 인재풀(POOL)의 한계를 드러냈단 지적도 있다. 부회장 그리고 사장단에 이름을 올릴만한 사업적 성과를 나타낸 인물도, 굵직한 인사도 찾아보기 힘들단 평가다. 전영현 부회장의 뒤를 이을 리더 찾기가 숙제로 드러났다는 평도 더해진다.
실제로 삼성전자 올해 인사는 '정현호의 퇴진' 이상의 의미를 갖긴 어렵단 지적도 나온다. 정 부회장이 물러난 이후, 사업지원실은 박학규 사장 체제로 전환하며 최윤호 사장, 안중현 사장 등 오랜기간 삼성전자의 구심점 역할을 맡아온 기시감(旣視感)이 느껴지는 인물들로 채워졌다. 과거 미래전략실에 버금가는 핵심 인사들이 사업지원실에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사업지원실과 사업부의 수장인 두 대표이사가 어떤 유기적인 관계를 보여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삼성전자는 올 해 2명의 외부인사를 영입해 사장직함을 부여한 것과 같이 추후 외부 인재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회사 역시 "향후 연중 수시인사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의 사장단 인선이 마무리된 만큼 삼성전자 계열사들도 조만간 최고경영진 인사를 발표할 전망이다. 이르면 내주 중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 부사장과 임원급 인사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폭이 상당히 작았기 때문에 계열사 및 임원급 인선도 최소화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