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투자 막힌 골드만삭스, 버거킹재팬 인수로 베인캐피탈 '텃밭' 일본에 깃발
입력 2025.11.21 14:04
    취재노트
    골드만삭스 버거킹재팬 경영권 인수
    베인캐피탈과 막판까지 경합한 듯
    베인·KKR·칼라일 등 글로벌 PEF 몰려드는 일본
    中 투자 막힌 골드만삭스도 일본行에 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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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골드만삭스의 대체사업부문(Goldman Sachs Alternatives)이 버거킹재팬(BK Japan Holdings Co., Ltd.) 경영권을 인수했다. 한동안 뜸했던 골드만삭스의 아시아권 투자이자 최근 글로벌 운용사들이 주목하고 있는 일본에서 대대적인 투자에 나섰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특히 일본을 주무대로 대규모 투자를 벌여온 베인캐피탈(Bain capital)과 막판까지 경합을 벌여 결국 거래를 성사시켰다는 점도 회자하고 있다.

      이번 거래 대상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Affinity Equity Partners)가 보유한 지분 100% 전량이다. 매각금액은 785억엔(약 7500억원)이다. 어피너티는 2016년 버거킹을 인수한 이후 버거킹의 불모지라 불리던 일본에 진출했는데, 약 7년만에 5배 이상의 수익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버거킹재팬은 7년간 매출 290배 성장, 매장수 310개 이상 확장 등의 성과를 달성했다.

      투자기업(포트폴리오)과 신규 투자건이 다소 부침을 겪으며 손에 잡히는 성과가 필요한 시점이었던 어피너티엔 가뭄에 단비와 같은 결과물로 기록됐다.

      이번 거래는 버거킹을 사실상 제로베이스에서 성장시킨 어피너티의 관리 능력도 한 몫 했지만, 중국 투자가 사실상 어려워진 골드만삭스의 절박했던 상황도 배경이 됐단 평가다.

      수년 전부터 이어진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갈등으로 중국을 주무대로 한 골드만삭스의 투자 기회는 사실상 크게 줄어들었다. 과거엔 알리바바(Alibaba), 아이튜터그룹(iTutorGroup), 젠지바이오(ZhenGe Biotechnology) 등 중국에서 상당한 투자 성과를 기록해지만, 최근엔 이렇다 할 대규모 투자건은 찾아보기 힘들다.

      골드만삭스 사모투자부문(PIA)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표이자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스테파니 휴이(Stephanie Hui)는 지난 2023년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해 북미 지역으로부터의 펀드레이징이 원활하지 않음을 시사하기도 했는데, 현재 상황 역시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의 성과를 내지 못한 골드만삭스가 아시아권에서 눈을 돌린 곳은 결국 일본이었다.

      막판까지 골드만삭스와 경합을 벌였던 베인캐피탈은 일본 시장에 진심인 투자자 중 하나다. 베인캐피탈은 올해 미쓰비시다나베제약(Mitsubishi Tanabe Pharma Corporation)을 5100억엔(약 4조8000억원)에 인수했다. 또 항공기 인테리어 기업인 JAMCO에 공개매수 방식을 통해 6억3400만달러(약 8700억원)를 투자했다. 지난 2024년엔 향후 5년간 5조엔(약 44조원)을 일본에 투자하겠단 계획도 발표했다.

      오랜 기간 동안 트랙레코드를 쌓고, 향후 대규모 투자를 예고한 베인캐피탈과 경합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골드만삭스는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스테파니 휴이 대표는 어피너티의 설립자이자 현직 실세인 탕콕유(TANG Kok-Yew) 회장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거래 금액 역시 어피너티 제시안에 골드만삭스가 이견을 보이지 않으면서 거래가 급진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골드만삭스와 베인캐피탈의 경합 이전부터 칼라일그룹을 비롯한 유수의 글로벌 PEF 운용사들이 버거킹재팬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M&A에 대한 열기는 현재 일본 시장에 대한 글로벌 투자은행(IB), 운용사 등 '큰 손'들의 관심도를 대변하고 있다.

      미국과 갈등이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며 진입장벽이 높아진 중국, 기업과 PEF를 막론하고 각종 규제에 시달리는 한국, 성장률은 높지만 정치·노동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있는 신흥국 시장을 제외하면, 가뜩이나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주목도가 높지 않은 아시아 권역에서 남은 선택지는 일본 정도가 유일하단 평가를 받는다.

      저(低)환율과 저물가, 저금리가 이어지며 한동안 전세계를 대표하는 저성장 국가로 여겨지던 일본은 어느덧 가장 투자하기 좋은 나라로 변모했다. 일본 M&A 시장은 초호황기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이다. 올 상반기 일본 M&A 거래 총액은 전년 대비 3배 이상 급증하며 역대 최대치(232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아시아 전체 규모(6500억달러)의 3분의 1 이상이다.

      엔화의 약세와 저금리는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투자 효과를 끌어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고령화한 일본의 인구 구조는 끊임없이 M&A 매물이 등장하는 배경이 됐다. 정부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기업을 뒷받침하고 있다. 

      기회를 포착한 행동주의펀드들의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이 늘었다. 자본시장의 활황에 글로벌 투자은행과 유수의 사모펀드들이 앞다퉈 투자계획을 수립하고 있는데, 일본 시장은 당분간 아시아권에서 '최고의 투자처' 위상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