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MBK 중징계는 무용지물?…국민연금 출자금 반환도 '미지수'
입력 2025.11.24 15:23
    금감원, MBK向 중징계 사전통지
    직무정지 받으면 6개월 펀드레이징 금지
    8조 펀드 굴리는 MBK에 타격감 '제로'
    기관경고 받으면 위탁운용사 선정 취소 가능
    출자 확약 이후 적용될 진 미지수…국민연금 "법률 검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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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감독원이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를 대상으로 '직무정지'를 포함한 중징계를 사전통지했다. 금감원이 기관전용사모펀드를 대상으로 중징계를 예고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최종 제재가 확정하기까진 상당한 시일이 소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금감원이 중징계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든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MBK를 향한 정부 차원의 제재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초강력 제재로 분류되는 '직무정지' 조치가 내려진다고 가정해도 이미 최근 6호 블라인드펀드의 결성을 마치고 투자에 나선 MBK의 활동에 현실적인 제약이 있을진 미지수란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선 국민연금 출자금의 회수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으나 현실화 가능성은 좀 더 지켜봐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MBK는 최근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 사전통보를 받고 제재심을 비롯한 향후 절차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나섰다. 금감원은 통상 사전통지 이후 한 달 내 제재심의위원회를 여는데 이후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금융위 정례회의 등을 모두 거쳐 최종 제재가 확정할 전망이다.

      자본시장법상 운용사를 향한 제재는 기관주의, 기관경고, 직무정지, 해임 요구 등으로 구분된다. 금감원은 기관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한 상황인데 직무정지 수준의 제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단 평가다. 직무정지의 조치가 확정할 경우 MBK는 최대 6개월까지 펀드레이징에 나설 수 없다.

      사실 MBK는 '6호 바이아웃 펀드'를 통해 국내외 투자자(LP)들로부터 약 55억달러(약 8조원)의 출자를 최종 확약받았다. MBK는 6호 펀드를 통해 일본 의약품 제조업체 아리나민제약(약 3500억엔)과 일본 인쇄회로기판(PCB) 제조사 FICT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한국에선 최윤범 회장 측과 분쟁을 벌인 고려아연을 6호 펀드에서 투자했다. 

      이미 8조원 이상의 펀드를 결성해 실제 투자를 집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분간 국내에서 펀드레이징을 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의미다. 내년 초에 제재가 확정돼도 상황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전례 없는 해임 요청이 아니고서야, 최대 6개월 간 펀드레이징 금지 조치가 MBK 활동에 무슨 영향을 미치겠는지 의문이다"며 "증권사, 은행 등 수신기능이 있는 금융기관들에 내려지는 영업정지 조치가 PEF 운용사에 그대로 적용되는 건 제재의 실효성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MBK가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 이상의 제재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MBK에 출자한 다른 기관출자자들이 어떤 조치를 내릴지가 현재로선 가장 큰 관심사이다. 우리나라에선 6호펀드에 3000억원을 출자한 국민연금이 출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 초점이 모인다.

      국민연금은 올해 7월 '국내사모투자 위탁운용사 선정기준'을 개정했다. 올해 초 홈플러스 사태가 발생한 이후 대체투자 운용사를 향한 출자 기준을 좀 더 보강하겠단 취지이다.

      국민연금이 발표한 선정 기준 자체만으론 위탁운용사 선정을 취소하거나,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근거를 찾긴 어렵다. 위탁운용사 선정 취소 기준은 국민연금의 공고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이를 근거로 이미 출자를 확약한 운용사를 상대로 출자금을 반환받을 수 있을진 미지수란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지난해부터 위탁운용사 선정 공고문에 선정 취소 기준을 명시하고 있다.

      사실과 다른 제안내용이나 고의적인 오류 등의 허위사실 기재시 또는 관련 법령 위반으로 운용사 사모투자 부문에 대해 감독기관의 조치예정 사전통지 등을 받은 경우 평가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으며, 선정 이후에도 선정 취소할 수 있음. 단, 해당 선정 절차의 중단 및 선정 취소는 국민연금 내부 관련 규정을 따름(2024년 국내 위탁운용사 선정계획 공고문 中)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측은 "위탁운용사 공고에 선정 취소 규정이 포함돼 있긴 하지만, 출자를 확약한 운용사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현재 법률 검토중에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국내 한 대형 PEF 대표급 관계자는 "국내외 LP를 막론하고 운용사들에 자금을 회수한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며 "금감원이 강경하게 나선다고 해도 실질적인 제재 수위와 LP들의 향후 조치는 상당히 미미할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국민연금이 투자한 홈플러스(한국리테일투자) 상환전환우선주(RCPS) 투자와 관련한 논란은 또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국민연금은 과거 2015년 MBK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한국리테일투자가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약 600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이 강등되기 직전 상환권을 양도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LP의 이익이 침해됐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 중 하나이다.

      일단 MBK 측은 "국민연금이 (한국리테일투자에) 투자한 우선주의 조건은 변경된 바 없다"고 설명했는데, 제재심을 비롯한 추후 절차에서 금융당국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좀 더 지켜봐야한다는 평가다.

      26일 치러지는 홈플러스의 본입찰에서 대규모 자금을 투자할 인수후보자가 등장한다면 홈플러스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 현재로선 기존 예비입찰에 참여한 후보업체 2곳의 본입찰 참여 여부를 예단하기 어렵다. 농협의 참전 여부도 불투명하단 평가가 나오면서 향후 홈플러스의 존폐 여부도 예단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MBK를 향한 실질적인 제재 수위가 확정한 이후부턴 국내 LP들의 보수적인 기조가 보다 강해질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현재는 위탁운용사 취소 사례나 투자금 회수 전례를 찾기 힘들지만 앞으론 정관에 이 같은 조항을 명시할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단 PEF 업계의 불안감도 감지된다. 

      국내 PEF 운용사 한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 실패에 대해선 운용사가 일정 부분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하지만, 운용사와 LP 간 맺은 과도한 상벌 계약이 자율적이고 활발한 투자 활동을 저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상당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문제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