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의 '돈줄 급한 솔루션' 구하기…시스템·오션 등 계열사 십시일반
입력 2025.11.25 14:23
    23년 한화솔루션·에어로가 1.3조 들여 공동설립·지배
    태양광·석화 동시부진…지분 50% 美 신설법인에 매각
    시스템·오션 증자 참여…실질은 8500억에 지분 매수 평
    부채비율 190% 육박…태양광·석화 살리기에 쓰일 개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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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화솔루션은 올해 태양광 투자 마무리와 석유화학 구조조정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현금 확보 문제로 고심해왔다. 그간 쌓인 차입금이 적지 않은데, 주력 사업 적자는 계속되고 모회사 지원 여력도 제한돼 자금 조달 방안이 시장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상법 개정으로 계열 자금 지원이 까다로워진 상황에서 자산 매각 가능성도 거론됐으나, 결과적으로 한화퓨쳐프루프 지배구조를 재편하며 현금이 마련됐다. 그룹 내 조선·방산·ICT를 담당하는 한화오션·한화시스템이 증자에 참여하며 8500억원의 현금이 한화솔루션으로 유입됐다. 

      24일 한화그룹은 한화퓨쳐프루프에 대한 각 계열사의 지분 정리 작업을 일제히 공시했다. 한화솔루션은 한화퓨쳐프루프 지분 50%를 신설 해외법인 Hanwha Defense & Energy Corp.(HDE)로 매각하고, 한화오션·한화시스템이 각각 증자에 참여해 공동 지배권을 확보하는 게 개편의 주요 골자다. 한화퓨쳐프루프는 한화솔루션·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오션·한화시스템 4개 상장사가 나눠 지배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한화퓨쳐프루프는 2023년 한화솔루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설립한 미국 전략투자 플랫폼이다. 당시 양사가 각각 6557억원씩 총 1조3114억원을 출자해 지분 50%씩을 취득했다. 그룹 내 투자 전문가이자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전태원 당시 한화 전략기획실장이 설립 이래로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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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퓨쳐프루프가 미국 현지에서 에너지·방산 분야 미래 먹거리 발굴을 담당해온 만큼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도 각각 관계사로 합류한 형국이다. 그러나 시장에선 이번 지분 정리를 한화솔루션 조달 작업으로 풀이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하반기 한화솔루션 유동성 사정이 크게 약화한 가운데 실질적으로 8500억원의 현금이 한화솔루션으로 유입됐기 때문이다. 

      3분기 말 한화솔루션의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12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부채비율은 190%를 앞두고 있다. 기업어음(CP) 등 단기 차입 확대로 기존 발행한 회사채 만기를 포함해 상환 일정도 빠듯하다. 이미 유상증자나 영구채 발행, 보유 지분을 활용한 주가수익스와프(PRS) 계약 체결 등 조달 수단도 대부분 활용한 상태다. 모회사 ㈜한화의 추가 지원 여력도 제한적이어서 하반기 이후 시장에서 회사의 차환 일정이나 중장기 상환 능력에 대한 지적이 부쩍 늘기도 했다. 

      주력 사업 대부분이 적자라 본업에서 현금이 돌기는 어렵다. 그러나 태양광과 석화 등 주력 사업에 나갈 돈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연내 여천NCC 대여금 출자전환을 비롯해 내년까지는 석화 구조조정 작업에 계속해서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올해로 태양광 투자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드나 했지만 미국 현지 보조금 축소와 공급과잉 문제로 추가 설비투자(CAPEX)나 현지 법인 지원 필요성도 계속 거론된다. 실제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그룹 우량 계열사로부터 지원을 받는 방안도 고려됐으나 상법 개정으로 바뀐 이사회 환경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공교롭게도 한화솔루션이 한화퓨쳐프루프 지분 50%를 HDE에 매각하면서 재출자분을 제외한 8500억원의 매각대금이 남게 됐다. 한화퓨쳐프루프가 그룹 3개 상장사의 해외 증손회사 위치로 내려가는 과정이 복잡해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지분 37.5%를 8500억원에 한화시스템·한화오션으로 매각한 구조에 가깝다. 한화퓨쳐프루프 지분 50%의 장부가치는 지난 9월말 5463억원까지 떨어졌으나, 이번 지분 매각 과정에선 약 1조1400억원의 가치가 매겨졌다. 

      한화솔루션은 확보한 자금의 활용 방안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당면한 태양광 보완 투자나 석화 구조조정 등 현안에 쓰일 개연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구조가 복잡해도 결국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이 한화솔루션에 8500억원을 지급하고 한화퓨쳐프루프 지분 37.5%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여천NCC 등 여수 산단 구조조정에 들어갈 비용도 만만치 않고, 내년 태양광 보완 투자나 현지법인 추가 수혈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조달 수단이 마땅치 않은 시점에 이번 지분 정리가 이뤄졌다"라고 설명했다.

      지분 재편 소식 이후 계열사들의 주가 흐름은 엇갈렸다. 한화시스템은 이날 오후 4만6300원으로 전일 대비 2.3% 하락했고, 한화오션은 11만2700원으로 5% 이상 떨어졌다. 반면 한화솔루션은 2만7200원대를 진입하면서 전일 대비 약 3% 상승세를 보였다. 지배회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일부 변동폭을 보였지만 85만8000원대를 유지하면서 전일 대비 소폭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