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부회장단 전원 용퇴 결정…신유열 중심 오너3세 체제 강화
입력 2025.11.26 14:33
    부회장단 퇴진·지주사 조직 전면 개편
    바이오 중심 신사업 지배력 강화 행보
    신유열, 전략조직·계열사 동시 전면 배치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롯데그룹이 26일 2026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하며 유통·건설 등 주요 계열사 CEO 20명을 교체하고, 부회장단 전원을 물러나게 하는 강도 높은 인사 개편을 진행했다. 지난해에 이어 고강도 쇄신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그룹 내 오너 3세인 신유열 부사장을 중심으로 한 젊은 리더십 체제를 명확히 했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부회장단의 완전한 퇴진이다. 이동우 롯데지주 부회장, 이영구 식품군 총괄부회장, 김상현 유통군 총괄부회장,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 등 주요 경영진이 모두 용퇴했다. 

      롯데그룹 측은 "젊고 새로운 리더 중심으로 혁신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부회장단 용퇴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부회장단 용퇴는 세대교체 차원을 넘어 후계 구도 확립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주요 대기업들이 오너 3세를 전면 배치하기 전 그룹 내 중량감 있는 CEO나 부회장급 인사를 '완충 지대'로 활용했던 것과 달리 롯데그룹은 이 같은 구조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연스럽게 오너 3세의 전진 배치가 더 빠르게 이뤄지는 배경이 된다는 해석도 재계에서 나온다.

      지주사 조직도 대폭 개편됐다. 롯데지주는 기존 HQ 체제를 폐지하고 실무형 조직으로 재편했다. 고정욱 사장과 노준형 사장이 공동대표이사로 내정돼 재무·전략·경영관리 전반을 운영한다. 재무혁신실은 최영준 전무, 경영혁신실은 황민재 부사장이 각각 실장을 맡는다. HQ 체제 대신 각 계열사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그룹 성장축과 전략 조정 기능은 지주사 중심으로 다시 집중시키는 구조다.

      사장 승진자는 2명이다. 박두환 롯데지주 HR혁신실장은 직무 기반 HR제도 도입과 생산성 고도화 성과를 인정받아 사장으로 승진했다. 차우철 롯데GRS 대표는 롯데마트·슈퍼 통합 대표로 이동하며 사장으로 발탁됐다. 기존 사업 수익성과 글로벌 사업 확장에 대한 공로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이밖에 롯데백화점 대표에는 정현석 아울렛사업본부장(부사장), 롯데웰푸드 대표에는 서정호 혁신추진단장(부사장)이 각각 내정됐다. 롯데건설 대표는 오일근 부사장이, 롯데e커머스 대표는 추대식 전무가 승진해 맡는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의 역할 강화다. 신 부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로 보임되며 정식으로 계열사 경영 전면에 등장했다. 기존 대표인 제임스박 CEO와 함께 바이오사업을 공동 지휘하고, 롯데지주에 신설되는 전략컨트롤 조직을 통해 그룹 전반의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주도할 계획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단기 성과보다 그룹이 바이오 사업을 오너 3세 중심으로 재정렬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신 부사장은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5에 단독 참석했고, 상반기 VCM 직후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를 찾았다. 이어 6월에는 보스턴에서 열린 BIO USA 2025 행사도 참석했다. 이를 두고 바이오·헬스케어 사업에 대한 그룹의 중장기 전략과 연계된 실무·시장 학습 차원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신 부사장의 보폭도 빨라지고 있다. 2022년말 국내 롯데 인사 명단에 처음 등장한 이후 매년 직급이 올라갔고, 불과 3년 만에 바이오 계열사 대표와 그룹 전략 조직을 동시에 맡게 됐다. 단기간에 핵심 직무를 연달아 부여받는 전례가 드문 케이스다. 롯데의 후계 구조가 본격적으로 '오너 3세' 중심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인사를 통해 60대 이상 임원 중 절반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로 인해 새롭게 임명된 임원 규모는 81명으로, 지난해 대비 약 30%가 늘었다. 내부적으로는 40~50대 실무형 경영진 중심의 체제가 더욱 강화된 셈이다.

      바이오·글로벌·전략 조직 등이 오너 3세를 축으로 재정비되기 시작하면서, 향후 롯데의 지배구조와 의사결정 체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