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예수 차등 적용 등 가이드라인 발표 예정
개인투자자 보호 취지로 락업 확대했으나
유통물량 부족에 주가 급등락 심해졌단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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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국거래소가 신규 상장 기업의 '적정 유통물량'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보호예수 비율이 높으면 오버행 부담은 줄지만 유통 물량이 너무 적어 변동성이 커지고, 보호예수가 부족하면 단기차익에 나선 기관 매매가 몰려 개인투자자 피해로 이어지는 등 어느 쪽이든 문제가 적지 않은 까닭이다.
거래소는 지난 8월 증권사 IB 부서를 대상으로 자발적 보호예수기간 설정 기준 검토안을 공개했다. 3분기 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현재 막바지 단계에서 관계 부처와의 최종 협의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검토안에는 ▲최대주주의 보호예수 기간 연장 ▲전문경영인의 보호예수 완화 ▲VC 장기투자분의 보호예수 면제 ▲투자기간별 보호예수 차등 적용 등이 담겼다.
현행 보호예수 제도는 적용 기준이 일관되지 않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 제도에 따르면 ▲최대주주 ▲상장예비심사 청구 전 1년 내 지분 취득자 ▲2년 내 단기 투자자는 의무보유 대상이지만 그 외는 '자발적 의무보유 대상자'로 분류된다. 이 경우 거래소와의 협의를 거쳐 최대 2년까지 보호예수가 부과될 수 있다.
업계서 문제로 지목되는 부분은 투자기간이 2년 이상으로 의무보유 대상이 아닌 벤처캐피탈(VC)에도 '자발적 의무보유'가 실질적으로 요구되는 관행이 굳어졌다는 점이다.
한 VC 관계자는 "거래소가 원하는 락업 비율이 안 나오면 주관사를 통해 '락업을 더 걸라'는 요구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며 "의무보유 대상이 아님에도 락업을 해야 상장이 가능하다고 하니, 사실상 자발적 의무보유를 강요받는 셈"이라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보호예수 확약 우선 배정 제도가 강화되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확약 비율이 기준치(올해까지는 30%, 내년부터 40%)에 미달하면 주관사가 부족분의 최대 1%(최대 30억원)를 공모가에 직접 인수해야 해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장일 유통비율은 2020년 평균 40%에서 2024년 30.4%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우선배정 기준이 강화되면서 공모주 참여 물량의 절반 이상이 15일 이상 확약을 걸어, 상장 초기 유통가능 물량은 더욱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상장일과 직후 주가가 급등락했던 노타·이노테크 역시 유통물량 부족이 결정적 원인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타는 기관 배정 물량의 91.9%, 이노테크는 89.4%를 의무보유확약으로 묶어 유통가능 물량이 10% 안팎으로 축소됐다.
공모가 9100원이었던 노타는 상장 3거래일 만에 6만5300원까지 급등한 뒤 일주일 만에 3만원대로 밀렸다. 이노테크 역시 공모가 1만4700원에서 상장 2일 만에 8만5000원까지 치솟았다가 이후 2만원대까지 떨어졌다.
단기 차익거래를 억제하고 개인투자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였지만, 실제로는 변동성만 키웠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거래소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자발적 보호예수기간 설정을 위한 기준을 다듬고 있지만, 업계서는 회의감이 적지 않은 분위기다. 여태까지 수많은 제도가 덧대어져 왔지만 공모주 급등락을 완화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악화된 경우도 많아서다.
한 기관투자자는 "유통물량 조절은 사실상 '신의 영역’처럼 보인다"며 "너무 많아도, 너무 적어도 급등락이 반복되고, 여기에 상장일 시장 상황까지 겹치면 결과가 거의 운에 좌우되는 수준이라 제도를 계속 손 본다고 크게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것 같지 않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