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 2금고도 '신규 진입' 기업은행에 빼앗겨
'연 700억'에 따낸 인천국제공항 사업권은 적자
내년 '신한 텃밭' 서울·인천시금고 도전할까
-
KB국민은행이 올해 기관영업 부문에서 다소 아쉬운 한 해를 보냈다. 올해 유일한 '대어'로 꼽혔던 나라사랑카드에서 고배를 마신 데다, 수년 전 경쟁을 뚫고 입찰에 성공했던 인천국제공항 또한 '독이 든 성배'가 된 모습이다.
올해 은행권 기관영업 성패는 사실상 '나라사랑카드'에서 판가름이 났다는 해석이 많다. 지자체에서는 부천시금고와 충북도나 강원도, 제천시 등 지자체 금고 입찰이 있었지만 서울시나 인천시 등에 비해서는 규모가 크지 않았다.
국민은행은 상반기 3기(2026년~2033년) 나라사랑카드 사업자 선정에서 고배를 마셨다. 3기 사업자가 기존 2곳에서 3곳으로 늘어난 데다, 기존 사업자로서 3기 사업권을 따낼 것이란 예상이 많았던 국민은행이 탈락하면서 내부적으로도 충격이 컸다는 설명이다.
신한은행은 1기 사업자로 선정됐다가 2기에서 탈락한 후 3기 사업자로 재선정됐고, 기업은행은 2기에 이어 3기에도 사업권을 따냈다. 반면 하나은행은 3기에 처음으로 나라사랑카드 사업권을 얻어냈다.
국민은행은 올해 7월 발표한 8조원 규모 부천시금고 입찰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농협은행이 1금고를 수성한 가운데, 오랫동안 농협은행과 부천시금고를 지켜 왔던 국민은행은 신규 사업자인 기업은행에 2금고지기 자리를 내줬다.
지난 2023년 가장 큰 공을 들여서 따냈던 인천국제공항은행사업권 또한 갈수록 '짐'으로 돌아오는 모양새다. 국민은행은 당시 연 709억원을 제시해 1사업권을 따냈다. 각각 2·3사업권을 확보한 우리은행(575억원), 하나은행(459억원)과 비교하면 약 1.5배 차이나는 금액을 써낸 셈이다.
당시 인천공항이 제시한 최저 수용 금액(150억원)과도 크게 차이나는 금액을 써낸 덕에 국민은행은 2014년 이후 10년 만에 인천공항에 입점하게 됐다. 직전 인천국제공항 사업권 경쟁에서 탈락하면서 입점에 실패한 데 따른 '절치부심'으로 무리한 베팅을 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1사업권을 얻은 국민은행은 공항 내 가장 좋은 위치에 은행 입점권을 얻었다. 그러나 은행들이 앞다퉈 '트래블 카드'를 출시하면서 전통적인 환전 방식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점차 줄어들자 사실상 적지 않은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선 국민은행이 과거 인천국제공항에서 무리한 금액을 제시한 탓에 나라사랑카드 입찰전에서도 '출연금 경쟁'에 나서기 쉽지 않았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과거의 성공이 오히려 '독'이 되어 기관영업 발목을 잡고 있다는 해석이다.
국민은행이 내년도 '절치부심'에 나설지 여부도 주목된다. 내년에는 연간 48조원 규모의 서울시금고 및 12조원 규모의 인천시금고 등 '대어'급 경쟁 입찰이 예정돼 있다. 현재 서울시 1·2금고 및 인천시금고는 모두 신한은행이 맡고 있다. 내년에는 과거 국민은행이 선전했던 서울시 구금고 쟁탈전도 예정돼 있다.
다만 내년 인천시금고의 경우 내년 청라국제도시 본사 이전을 앞두고 있는 하나은행과 기존 금고지기 신한은행과의 경쟁이 치열할 것이란 예상이다. 신한은행은 내년도 서울·인천시금고 입찰 경쟁을 앞두고 올해 지자체 금고 입찰에서 1금고 경쟁보다는 기존 2금고 '수성'에 집중하는 등 다소 보수적인 전략을 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인천국제공항 사업 시작은 했지만, 외환 시장 자체가 '캐시리스'로 가는 등 변화가 있다 보니 상황이 좋지 않았다"라며 "올해 나라사랑카드 탈락과 함께 국민은행에 아쉬움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