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폐 기준 강화에 로펌들 분주…매출 요건 맞출 M&A 수요도 대응
입력 2025.12.10 07:00
    상폐 요건 3년간 단계적 상향
    기술특례상장 기업들 '직격탄'
    매출 맞추려 M&A 문의도 늘어
    로펌들, 거래소 출신 대거 영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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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내년부터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상장 유지 요건이 강화된다. 상장폐지 위험에 몰린 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자, 주요 로펌들이 급증할 법률 자문 수요에 대비해 전담 조직을 잇달아 확충하고 있다.

      현재 코스피 시장에서의 상장 유지 기준은 시가총액 50억원, 매출액 50억원이다. 다만 내년부터는 시가총액 기준이 200억원으로 상향되며 2027년엔 시총 300억원·매출액 100억원, 2028년엔 시총 500억원·매출액 200억원으로 올라간다.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조정해나가겠단 의도다. 

      코스닥 상장사의 최소 시가총액 기준은 현행 40억원에서 2026년 150억원, 2027년 200억원, 2028년 300억원까지 높아진다. 매출액 요건도 점진적으로 올라가는데 내년과 내후년까진 30억원, 2028년에는 75억원으로 올라간다.

      기술특례상장을 이용한 기업들의 긴장감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상장 후 5년간 매출 요건 적용을 유예받다가 유예기간이 종료되는 순간 기준 미달 위험에 노출될 수 있어서다.

      감사의견 미달 기준도 상향됐는데, 올해부터 회계감사 결과 2년 연속 감사의견 '거절'을 받거나 자본잠식이 확인될 경우 별도의 유예 없이 곧바로 상장폐지 심사에 들어가게 된다.

      로펌들은 선제 대응에 나섰다. 상장유지를 위한 전담 조직을 신설하거나 보강해 시장 수요에 나서는 상황이다.

      법무법인 지평은 올해 상장유지지원센터를 신설하고 채남기 전 거래소 부이사장을 고문으로 영입했다. 김병률 전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 장영은 전 공시부·상장부 팀장 등 거래소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인력 포진했다.

      바른은 2023년 상장폐지대응팀을 신설했다. 현재 금융위원회 법률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조재빈 변호사가 팀을 이끌고 있으며 거래소에서 상장관리 업무를 맡던 이규철 변호사도 함께하고 있다. 올해 윤기준 전 한국ESG기준원장을 상폐 대응팀에 추가했다.

      린은 상장기업자문팀에 엄세용 전 거래소 상장제도팀장을 전문위원으로 영입했다. 회계사 출신 변호사 등 재무·공시 분야 전문가도 다수 포함됐다. 화우 또한 지난해 정운수 전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을 추가로 영입하며 상장팀을 강화했다.

      세종은 지난해 정지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 남상봉 전 거래소 상장공시위원 등을 고문으로 영입했다. 광장에는 2023년 거래소 코스닥상장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김현성 변호사와 송영훈 전 거래소 코스닥시장 본부장이 합류했으며, 태평양은 라성채 전 거래소 유가증권본부 상무가 고문으로 함께하게 됐다.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예전에는 상폐 리스크가 생기면 회계 문제나 매출 요건 검토 정도로 국한됐지만, 지금은 내부통제 취약성이나 주주 분쟁 가능성까지 묶어서 패키지로 점검해야 한다"며 "빠르게 실무에 대응하기 위해 거래소 출신을 대거 영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매출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기업들의 문의가 늘며 매출 확보용 M&A 자문도 제공되고 있다. 한 로펌 변호사는 "매출 요건을 맞출 수 있게 회사를 인수하려는 문의는 많다"며 "가능하면 장기적 사업성과 호흡이 맞는 회사를 권하지만, 경영진의 판단이 다른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한 바이오 기업이 베이커리 회사를 인수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본업과 무관한 신사업에 뛰어들어 단기간 매출을 채우려는 움직임이 늘면서 기업 체력이 악화될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됐다.

      또 다른 로펌 변호사는 "상장폐지를 피하려다 보니 일부 기업은 영업이익보다 매출 규모가 큰 회사를 먼저 찾는다"며 "상장사가 갖는 자금조달 이점을 포기하기 어려우니 본업과 전혀 무관한 매출 기반 사업에라도 진입하려는 것"고 전했다. 이어 "상장 유지 요건이 앞으로 더 강화되는 만큼 해당 자문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