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AI 회로박 시장 공략
솔루스첨단소재, ESS용 전지박 비중 확대
SKC, AI 반도체용 유리기판 상용화 목표
-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솔루스첨단소재·SK넥실리스 등 동박 3사의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AI 반도체 공급망 참여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동박 3사는 분기 연속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전방 산업인 전기차 시장이 부진하며 이차전지 제조사들의 주문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3사 모두 주요 포트폴리오로 배터리용 동박인 전지박을 내세웠었다.
3사는 각자 생존 전략을 달리했는데 현재로선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전략이 주효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작년 전기차향 동박에서 ESS향 동박과 AI 서버용 회로박으로 생산 역량을 전환했다. 지난 12월에는 두산 전자비즈니스그룹(BG)에 AI 가속기용 초극저조도(HVLP) 4세대 동박을 공급하며 엔비디아 중심의 AI 반도체 공급망에 진입했다. 두산은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블랙웰로 이뤄진 데이터센터에 HVLP4를 사용한 동박적층판(CCL)을 납품했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늘어나며 AI 회로박인 HVLP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국내 유일 회로박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내년 에너지저장장치(ESS) 라인 가동이 예정된 북미 완성차 업체(OEM)와 ESS용 제품 승인을 진행 중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영업적자에도 불구하고 HVLP 수요 확대 기대감으로 지난 11월 10일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내년까지는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증권사들은 이번 3분기를 저점으로 점진적으로 실적 개선이 이뤄지며, 2028년에는 AI 회로박 영업이익이 전지박 영업이익을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2028년 시장점유율을 20~30%로 목표한다고 밝혔다. 아직 AI 버블 우려가 걷히지 않은 점은 변수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2대 주주인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최근 30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 만기를 1년 연장했다. 아직은 실적이 부진해 리파이낸싱은 작년 불발됐다. 롯데케미칼이 인수하기 전인 2019년과 2021년에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일진머티리얼즈에 투자했다.
솔루스첨단소재는 ESS용 전지박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 헝가리 공장을 거점으로 유럽 배터리 제조사에 ESS용 전지박을 공급하고 있으며, 북미 시장에서도 공급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회사 전체 전지박 공급량 중 ESS용 비중을 현재 5% 미만에서 약 20%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 ESS 시장에서 중국이 퇴출 위기에 놓이며 한국산 ESS 수요가 높아졌다.
반도체 등 회로기판용 동박 비중은 줄이는 모습이다. 지난 7월 정보통신기술(ICT) 동박을 제조하는 룩셈부르크 자회사 서킷포일룩셈부르크(CFL) 지분 100%를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회사는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 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목적이라 밝혔다.
시장은 회사에 AI 수요 확대에 따른 실적 개선을 기대해 왔던 만큼, 오히려 회로박 비중을 줄이는 결정에 적잖은 의문을 표했다. 작년에는 엔비디아로부터 최종 양산 승인을 받아 두산 전자BG에 HVLP를 공급한다는 소식이 있기도 했다. 전지박 사업은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일 수도 있다. 2020년 솔루스첨단소재 인수 이후 2022년 3500억원 규모로 일으킨 인수금융에 재무약정(커버넌트) 위반 사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솔루스첨단소재 인수금융에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을 7.5배 이하로 유지하기로 하는 재무약정이 달려 있다. 이에 연초 스카이레이크는 재무약정 적용 유예와 더불어 해외 자회사 매각 의사를 대주단에 전달했다.
사실 회로박 시장은 미쓰이금속이 점유율 98%로 독점하고 있어 시장 진입이 쉽지 않다. 고객사들의 공급업체(벤더) 다변화 요구로 그나마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에 기회가 왔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 관련 역량을 보유한 곳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뿐이라는 평가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HVLP4를 사용한 두산 BG의 CCL은 엔비디아의 재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SK넥실리스는 그동안 매각설이 꾸준히 나왔지만 그룹 차원에서 SK넥실리스를 지키기로 방향을 잡았다.
SK넥실리스의 모회사 SKC는 사업 무게추를 동박에서 유리기판과 반도체 소재로 이동하고 있다. 자회사 앱솔릭스는 미국 조지아주 코빙턴에 유리기판 양산 공장을 준공했다. 내년 상업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 경우 세계 최초로 유리기판을 양산하게 된다. 유리기판은 기존의 플라스틱 대신 유리를 사용한 반도체 기판으로 AI 반도체에서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다. 기술적 어려움이 존재하며 확실한 고객이 없다는 점은 변수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동박 3사 모두 당분간 동박 사업으로 수익을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각 사는 신성장동력으로 새 전략을 내세우고 있지만 시장 불확실성은 여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