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가등급, 美 협상으로 연간 200억달러 상한선 덕에 여력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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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 전망이 가득한 채로 시작한 올해 초를 고려했을 때, 내년에는 소폭 반등의 기미도 엿보이는 등 최악의 시기는 지나갔다는 의견이 나온다. 긍정적 전망의 반도체, 조선 등과 부정적 산업의 석유화학, 2차전지 등 산업별 차별화 및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10일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NICE신용평가와 공동 세미나를 열고 글로벌 교역환경 변화와 2026년 전망 등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S&P에서 아시아태평양 기업들의 신용평가를 담당하는 박준홍 상무는 한국 기업들에 대해 "신용도 측면에서 최악의 시기는 지나갔다"고 평가했다. 2026년에도 힘든 시기가 지속되겠지만 산업별로 소폭의 개선을 기대해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 초만 해도 S&P는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 한화토탈에너지스 등 연이어 한국 기업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서는 반도체 사이클에 탑승한 SK하이닉스와 인도 상장을 계기로 성장이 전망되는 LG전자의 등급을 상향 조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2025년이 시작될 때만 해도 부정적 등급전망이 훨씬 많았지만 하반기 들어 반등하는 모습이 엿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개선 조짐이 보이는 곳도 있지만 업종별로 차별화와 양극화는 더 심해졌다는 분석이다. 박 상무는 "반도체와 조선 등을 제외한 다수의 산업군이 여전히 '부정적'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라며 "석유화학과 2차전지, 건설 등은 여전히 어려운 모습"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관련해서는 관세가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꼽히지만, 한미 양국간 협상으로 불확실성이 많이 줄어든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이다. 박 상무는 관세 인하로 특히 도움 받은 산업으로 자동차 등을 제시했다. 동시에 반도체와 조선 등은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 정책 덕에 경쟁강도가 낮아졌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의 신호탄을 쐈지만 구조조정이 진행돼도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하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중국의 공급과잉도 계속 문제로 작용하는 데다, 인도에서도 화학산업 캐파(capacity·생산량)를 늘리고 있어 아시아 지역의 수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S&P는 우려했다. 또, 내년 하반기에 에쓰오일의 샤힌프로젝트 완공이 예정돼 있어 국내에서도 추가로 캐파가 늘어난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 상무는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은 하지 않는 것보다는 도움이 되겠지만 펀더멘탈이 다시 좋아지는 방향으로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중국 등과의 경쟁이 쉽지 않고 수익성을 유지하는 것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2026년 전망에 대한 의견도 공유됐다. 루이 커쉬 S&P 전무는 AI 투자 규모가 예상보다 크다는 점과 미국 금융시장의 여건 완화로 기업들이 조달하기 좋은 상황이 됐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꼽았다. 그는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2.3%로 소폭 상향 조정했다"면서 "상반기는 저조했지만 하반기는 개선됐다. 수출이 개선되고 내수가 탄탄해졌다"고 밝혔다.
아태지역 국가등급을 담당하는 킴엥 탄 S&P 전무는 "한미 협상 결과, 한국 정부가 미국에 출자해야 하는 금액은 단기적으로 증가할 경우 한국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도 "협상 내용을 살펴보면 상한선이 연간 200억달러로 제한돼 있어 한국의 외환보유고를 감안하면 충분히 여력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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